자이오노스 [904605] · MS 2019 · 쪽지

2025-06-23 12:07:06
조회수 199

핑계를 대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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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만 보면

하루 적어도 7~8시간은 공부하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1~2시간 정도 쯤만 공부하는 걸 보고

실망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다 제가 부족해서 그건 게 맞습니다.

다만 요즘 고민되는 게 있어서

해명도 할 겸 글을 써봅니다.


제가 작년 중반 정도까지 많이 외로웠어요.

교회 청년부 예배를 드릴 때도

혼자 사람 없는 앞줄에 앉아서

쓸쓸하게 예배를 드렸거든요.


그러다가 교회 동갑 친구들하고

비공식적으로 MT를 가게 돼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거기서 한 친구에게 제 인생 얘기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나중에 그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힘들게 살아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게 좋았어요.

저보다 더 심각한 마음의 병이 있는데

우울한 얘기가 나올 것 같으면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고 하던 친구였죠.


그런데, 그 친구가 최근에 인생을

포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100kg이 넘어가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위고비라는 식욕 억제약을 썼는데도

먹는 양이 안 줄고

그 외에도 그 친구에게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었어요.


집안도 경제적으로 힘든데,

자꾸 택시 타고, 

파티룸도 잡아서 놀자고 그러고,

심지어 야식도 시켜먹고

그걸 또 먹방이랍시고

제가 소개해준 멘티분한테

페이스톡으로 보여주고...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멘티분도 많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거든요.


이렇게만 해도 힘든데

계속 영원히 자고 싶다거나

인생이 답이 없다는 식으로

우울한 얘기를 많이 해서

너무 걱정이 돼요.


요즘 공부를 많이 안 한 이유가

이 친구가 계속 저랑

제 멘티분하고 

이번에 방학해서 집에 돌아온

제 동생한테 롤 같이 해달라고

노래를 불러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롤을 같이 해줬거든요.


가끔씩이면 저도 그러려니 할텐데

매일 하자고 그래서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약에 이 친구가 같이 뭘 하자는 걸

무시했다가 이 친구 상태가 더 나빠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같이 놀아주자니 제 공부에 지장이 가고...


제가 힘들 때 제 우울한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저를 믿어줬던 친구라서

모른 척 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일단 어제 제 멘티분과 동생하고

얘기를 엄청 오랫동안 했는데,

나온 결론은

지금 수능 공부를 쉬고 있는

제 멘티분과

군대 가기 전에 놀고 있는

제 동생한테 그 짐을 내려놓고

저는 제 공부에 더 신경 쓰자는 거에요.


그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저한테 롤 하자고 그러네요.


그 친구가 미드랑 원딜만 하는데,

미드할 때는 제가 없어도 괜찮은 것 같은데,

원딜할 때 제 동생이 맨날 딜 서폿만 한다고

제가 하는 유틸 서폿이 더 좋다고 하니

공부하면서도 계속 미안한 마음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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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다먐 · 1312798 · 12시간 전 · MS 2024

  • 자이오노스 · 904605 · 12시간 전 · MS 2019

  • 이륙수능 · 1397607 · 12시간 전 · MS 2025

    그분은 병원은 다니고 계신가요?
  • 자이오노스 · 904605 · 12시간 전 · MS 2019 (수정됨)

    그런 것 같아요.
    설마 요즘 병원 안 가는 건 아니겠지...

  • 이륙수능 · 1397607 · 12시간 전 · MS 2025

    헉 병원부터 잘 다니게 해보세요

  • 자이오노스 · 904605 · 10시간 전 · MS 2019

    나중에 연락 오면 한 번 물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아무거또 · 613724 · 12시간 전 · MS 2015

    너무 주변인에게 휩쓸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자이오노스 · 904605 · 12시간 전 · MS 2019

    네 그게 정답이죠.
    근데 제가 오지랖이 넓은 걸
    고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네요.

  • ilove · 1312665 · 9시간 전 · MS 2024

    저 따위가 함부로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으나 제가 존경하던 인생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나에게는 나의 필연이, 그대에게는 그대의 필연이 있다. 어찌할 수 없음에 두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당당히 어깨를 펴고 나아가야 한다.' 아마 인생 살면서 꼭 필요한 조언이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개인적으로 저는 그 분이 자이오노스님에게 꼭 필요하고 엄청 소중한 분이라면 그 분을 챙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는 그 사람을 지켜주지 못해서 후회를 오래 했지만 자이오스님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길 바라요. 그게 수능을 잘 준비하는 길이든 그 분을 지키는 길이든 간에요. 주제 넘었다면 죄송합니다. 매번 글 볼 따마다 제 예전 모습 보는 거 같아서.. 힘내세요!!

  • 자이오노스 · 904605 · 9시간 전 · MS 2019

    아이고...
    너무 겸손하게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예전에 이 친구가 저를 손절했다가
    어느 날 저한테 사과해서 다시 친구로 지내게 됐거든요.
    그 일 이후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모든 걸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네요...

    계속 같이 놀자고 할 것 같은데,
    앞으로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만 놀아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힘든 경험 하셨군요...
    제가 무슨 위로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먼저 떠난 분은
    아마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계실 거에요.

    저도 이제는 슬퍼하고
    후회만 하는 게 아니라,
    행복할 권리와 의무를 지닌 사람으로서
    살아가려구요.

    만약에 그 친구가 상태가 더 악화되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만
    당장은 제 과제에 더 집중하려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