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대학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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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은 후기네요. 그만큼 대학을 다녀보고 여러모로 경험한 부분을 쓰는 후기니까, 심심풀이로 보시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긴말 말고 시작할게요.
작년에 수시 원서 모집 기간에 참 고민이 많았어요. 평균 등급 6등급이라는 처참한 내신 점수를 가지고 어디에다 넣어야 하나..싶었거든요. 당시 저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는데요, 결과를 말하기에 앞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요.
당시 제가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던 건, 임상심리사가 되고 싶어서였어요. 임상심리사가 되고 싶었던 건, '돈을 벌 수 있는 일' 중에서 '스스로 느끼기에 제일 노동 강도가 낮은 일'이라서 그랬고요.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하는 게요. 현대 사회..아니, 적어도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의 제가 듣고 경험한 사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서 버는 금액보다, 내가 싫어하더라도 사회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을 해야 돈을 더 많이...그러니까 잘 벌어요. 물론 예외는 있죠. 내가 그 분야에서 최고의...아무도 넘보지 못할 영역에 도달하면 돼요. 근데 그럴 자신 없으면 함부러 그쪽에, 그런 이유로 발들이지 마요.
저는 결과적으로 심리학과 두 군데, 간호학과 두 군데를 넣었어요. 다 집 근처 지잡대였죠. 아, 참고로 간호학과에 넣은 건 성적이 되는 학과 중에 제일 취업이 잘되는 학과라서 그랬어요.
결국 심리학과 한 군데, 간호학과 한 군데가 되고, 저희 아버지 말씀(지방 심리학과 나와서 뭐 하냐?)에 못 이겨서 간호학과에 최종 합격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간호학과에 입학하기 전에, 위에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간호학과에...대학에 입학하고 나니까, 새삼 많은 것들이 달라지더라고요.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압박도 없고, 공부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스스로에 대한 압박도 없고...그렇게 되다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자연스레 내가 좀 더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간호학과 학생이라서 달라지는 점도 있었죠. 주변에 간호학과 들어갔다, 하면...의례상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공부를 못하진 않았나보네?라는 말 정도는 듣습니다(기대치가 낮았던걸까..).
그리고 허무함도 왔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간호대학생일 뿐이구나 하고요. 나한테 남은 게 이것밖에 없다면 난 서울대 의대생보다 못한걸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는 금방 부정할 수 있는...저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 괜찮았는데, 보통은 여기서 합리화를 택할 것 같더라고요.
돌려 말해서 잘 못 알아듣는 분들 계실까봐 짧게 말할게요. 특별할 게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나중에 우울해질 때 합리화밖에 못해요. 저는 개인의 인격에 대한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효능감...간단하게 말해서 자신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거에요.
말이 좀 길어졌는데, 다시 대학 후기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그것 말고 대학 생활에 낭만은 없었습니다. 저희 대학은 동아리도 몇개 없고(그 흔한 서브컬쳐 동아리도 없음.), 연애같은 두근거리는 것도 저한텐 없었고, 있는 거라곤 시간밖에 없습니다..그조차 나중엔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위기감을 느꼈죠.
그래도 간호학과에 들어온 게 참 낫다고.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제 친구들은 인문사회계열 자율전공학부와 예술계열 자율전공학부를 들어갔는데, 인문대 들어간 친구는 나중에 취업 걱정하는 게 매번 이야기하다 나옵니다. 예술쪽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왜 대학에 가려 하시나요? 사람 사귀러? 로망이라서? 아니면 취업하려고? 제 생각엔 취업이 클 것 같습니다. 뭐가 됐건 공부하러 가는 거잖아요.
대학은 공부하는 기관입니다. 놀러 오는 곳이 아니에요. 놀려면 집에서 놀아요. 그게 더 좋아요. 제가 뭐라고 하려고 악의를 담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게 팩트에요.
음...더 할 말은 없네요. 아무튼 저는 그래서 만족하고 다니고 있어요.
아, 마지막으로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를 말씀드려야겠네요. 저는 포인트 벌려고 쓴 것도 아니고요, 제 이름값 떨치려고 그런 것도 아니에요. 저는 응원하려고 썼습니다. 당신들이 갈망하는 대학! 그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당신은 잘 하고 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오아시스가 맞다! 라고요.
음...또,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두마디 하자면...저한테라도 진로 상담하고 싶으신 분들은 쪽지 주시고...제가 위에서 말한 특별한 요소에 대한 자랑좀 하고 갈게요.
캬아아 여러분 그거 알아요? 저 최근에 논문 써서 올렸어요. Philpeople이라는 철학 아카이브에! 그게 등재가 완료됐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논문 등재해서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어요!
휴우..이상, 읽어줘서 고마워요. 다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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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제가 글을 쓰고 보이는 실수가 하나 있네요.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서울대 의대를 간다고 인생 승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생의 승리의 기준은 스스로 정하는 거에요.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에요. 서울대 의대 나와서 페이닥터 해도 결국은 월급쟁이에요. 그럼 서울대 의대 나온 의사보다 사업가가 더 대단한 분이시겠네요? 그런 식으로 따져보면 끝도 없어요. 여러분, 사회적 성공은 결코 인생의 승리와 '직결'되지 않아요. 한낱 거지도 그 삶의 승리자일 수 있습니다. 혹시 알아요? 그 거지가 실은 세상을 구하고 온 회귀자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