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P [1334430]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5-06-09 18: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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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Tip : 선지간 관계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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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칼럼으로 돌아온 오이카와P입니다.

오늘은 국어에서 매우 중요한 스킬인 "선지구성원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그 중에서도 "선지간 관계 파악하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수능장에 갔는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생각해 봅시다. 


1. 다음 중 옳은 것은?

① 오이카와는 분탕충이다.

② 오이카와는 커뮤니티에 분란을 일으킨다.

③ 오이카와는 민트초코를 싫어한다.

④ 오이카와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다.

⑤ 오이카와는 대치동에 간 적이 없다.


국어는 기본적으로 지문을 읽고 푸는 것이지만, 때로는 그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출제자는 종종 난이도 조절 및 출제의 편의성을 위해 선지구성으로 힌트를 줄 때가 있습니다.


위 문제를 다시 보겠습니다. 선지만 가지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하! ①과 ②는 거의 같은 내용이고, ④와 반대되는 내용이구나!


다음 사항을 꼭 기억합시다.

출제자는 복수정답, 정답없음을 가장 싫어한다!


즉, 위 문제에서 ①번과 ②번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같은 내용이니, 둘 중 하나가 답이면 복수정답입니다.

따라서 ①, ②번과 반대되는 ④번을 정답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오이카와가 씹악질분탕충이라는 나쁜말은 ㄴㄴ


이처럼 선지간 관계파악을 통해 정답의 후보군을 제한하거나, 때로는 아예 정답을 결정해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기출로 확인해볼까요?


기출 예시 1: 2009 LEET 언어이해 31번

헤겔은 리트 출제자들이 참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특히 헤겔의 미학 관련 내용은 2009, 2015, 2023 LEET에 출제되었고, 수능에는 2022에 출제된 바 있습니다.


②번 선지와 ⑤번 선지는 모두 "양식(=종합적 기법)의 발전으로 절대적 진리를 담는 것(=예술의 본래적 가치 구현, 가치 있는 장르)이 가능함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③번 선지는 "완성도 높은 양식만으로는 예술의 본래적 가치 구현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중복선지인 ②와 ⑤는 정답이 될 수 없고, 대립선지인 ③이 정답입니다.


기출 예시 2: 2023 수능 국어영역 12번

먼저, 본문을 통해 (나)에서 위약금의 성격이 무엇인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 배상 예정액으로 다뤄진다는 점과, 손해 배상 예정액이 정해져 있었따면 채권자는 손해 액수를 증명하지 않아도 그 만큼의 손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독해를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제 ②번을 봅시다. 손해가 80임이 증명되었는지의 여부는 선지 판단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바람잡이를 우리가 훈제청어라고 부릅니다.

어원이 재밌는데, 과거 유럽에서는 훈제한 청어구이를 많이 먹었는데, 이게 냄새가 강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잘 훈련된 사냥개들도 훈제 청어 냄세만 맡으면 그쪽에 정신이 팔려 본 임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비슷하게 ③의 손헤가 증명되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훈제청어입니다.

즉, ②는 "갑이 을에게 100을 지급해야 하고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 ③은 "갑이 을에게 100을 지급해야 하고 법원이 감액할 수 없다."를 진술합니다. 서로 모순되므로 정답은 반드시 둘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 문항의 경우, 긍정 선택형 발문이기 때문에, 실제 100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분까지는 지문을 통해 확인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답의 가짓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죠! 참고로 정답은 ②번이었습니다.


기출 예시 3: 2019 수능 국어영역 40번

그 유명한 가능세계 문제입니다.

②번 선지를 봅시다. 선지의 앞부분이 거대한 훈제청어입니다. 필연적인 명제는 모든 가능세계에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①과 ②는 모순입니다. 따라서 정답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로 정답은 ②번이었습니다.


기출 예시 4: 2011 수능 언어영역 14번


이런 선지간 관계 파악은 문학에서도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가)는 그 유명한 윤동주의 자화상입니다. 아름다운 시입니다.

선택지 ④를 봅시다. 화자가 존재 탐구를 끝냈다고 서술합니다.

한편, ⑤는 화자가 존재 탐구를 하는 모습을 드러낸다고 서술합니다.


④번이 맞는 말이면 ⑤번은 틀린 말이고, ⑤번이 맞는 말이면 ④번은 틀린 말입니다.

부정형 선택 발문이기 때문에, ④와 ⑤ 모두 틀린 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정답은 ④와 ⑤중에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문제의 정답은 ④번입니다.


마치며


당연히 선지간 관계파악이 항상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이 칼럼의 논지는 이것만으로 문제를 풀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선지판단의 민감도를 높이자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수능 국어는 선지판단으로 정보처리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문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 아니며, 선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문만 완전히 이해하면 선지는 쉽게 풀린다는 주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추론의 강도가 강해지면 이 말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MD 언어추론 기출중에 몇 개가 이런게 있어요.) 


이렇게 선지간 관계파악을 하는 연습을 한다면, 문제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출제원리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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