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몬 [1325791] · MS 2024 · 쪽지

2025-05-23 19: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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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학계에서 '이다'를 보는 다양한 관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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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는 국문법에서 가장 논쟁이 많은 주제로 손꼽힐 만한데, 그 품사적 지위를 두고 ‘용언설’, ‘형식동사설’, ‘접사설’, ‘조사설’ 등 다양한 이론이 제기되어 옴. '이다'는 문장에서 서술어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일반적인 용언이나 체언과는 다른 독특한 문법적 특징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문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데 있어 상당히 곤란한 요소가 많음. 김건희(2016, 2017)에 의하면 최근에는 형용사로 보는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하지만, 김건희 교수는 ‘이다’의 용언설 및 형용사설을 모두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였음. 그리고 재검토의 결과가 꽤 특이함. 


'이다'의 주요 품사론


1. 용언설(주로 형용사) 

용언설에선 '이-'를 어간으로 보고 여기에 어미가 결합하는 방식으로 용언과 같은 활용 가능성을 지닌다고 봄. 엄정호(1989), 임홍빈·장소원(1995), 이선웅(2000), 남길임(2004, 2015), 임근석(2009, 2012), 배주채(2001) 등 다수의 학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해 옴. '이다'를 용언, 특히 형용사로 보는 견해는 '이다'가 어미와 결합하여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부정형 '아니다'가 형용사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 포커스를 둠. 주요 근거를 정리하자면 


ㄱ. '이-'가 '-었-', '-겠-', '-더-' 등의 선어말어미와 '-다', '-니', '-고' 등의 어말어미와 자유롭게 결합하며 활용의 측면에서 용언과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 또 활용을 통해 시제, 상, 양태, 연결, 종결 등의 문법적 의미를 실현한다. 


ㄴ. '이-'는 '이다'의 부정형으로 '아니다'를 가지는데 부정형인 '아니다'는 그 자체가 형용사이므로 '이다'와 '아니다'가 긍정-부정의 짝을 이루며 문법적 기능과 활용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은 '이다'를 '아니다'와 같은 품사로 보아야 한다. 


ㄷ. '이다'가 NP1과 NP2의 관계를 '지정, 확인, 정체 밝힘' 등으로 규정하는 의미를 가지는데, 이는 '이다'가 단순한 문법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의미 내용을 가진 용언으로 볼 수 있다.(남길임)


ㄹ. '이다'만을 서술어로 본다면, 는 주어(NP1) 외에 보어(NP2)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두 자리 서술어로서의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이다'가 용언으로서 논항 구조를 가진다는 뜻이다. (철수는 학생이다에서 '학생'을 보어로 보겠단 말)


그러나 김건희 교수는 이러한 견해를 크게 네 가지 점을 들며 비판함. 


ㄱ. '이다'의 활용이 단순히 어미 결합이라는 형태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국어의 활용은 용언 자체의 형태 바꿈이 아니라 용언 어간에 어미가 결합하는 분포적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봄 


ㄴ. '이'의 빈번한 탈락 현상이 용언설의 약점임. "원래 바다여서 그렇습니다"와 같이 어미 '-어서' 앞에서 '이'가 축약되거나, "원래 바다라서 그렇습니다"처럼 '이'가 완전히 탈락하고 어미만 남는 현상은 용언 어간이라면 나타날 수 없는 특징이기 때문. 만약 '이'가 용언 어간이라면 어미만 남겨둔 채 스스로 탈락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움


ㄷ. 어미가 출현하는 환경이 '서술'이라는 분포적 요인과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이'에 어미가 직접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어미가 서술어 자리에서 함께 나타나는 공기(co-occurrence)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함. 


ㄹ. '이다'의 부정형이 항상 '아니다'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파생명사(N+적)+이다' 구문에서는 "그 도시는 낭만적이지 않다"와 같이 일반 용언의 장형 부정인 '-지 않다' 형태가 더 자연스럽게 사용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니다'와의 일대일 대응 관계를 근거로 '이다'를 형용사로 규정하는 논리가 불완전함을 보임. 



2. 형식동사류설 

'이다'를 실질적인 의미 없이 문법적인 기능만을 수행하는 동사류, 즉 경동사(light verb), 허사(dummy predicate), 형식동사 등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함. 홍재성(1997), 김의수(2002), 박소영(2012), 목정수(2006) 등이 있음. 이 견해는 '이다'가 자체적인 실질적 의미가 없고, 선행 명사(구)와 결합하여 문장의 형식만을 구성하는 즉 문법적인 기능만을 수행하는 동사류로 봄. 주요 근거로는 


ㄱ. '이다'의 의미적 공허성과 통사적 의존성. '이다'는 자체적인 어휘 의미가 희박하고, 문장의 실질적인 의미는 주로 '이다'에 선행하는 요소에 의해 결정됨. 또, '이다'는 독립적으로 사용되기 어렵고 항상 선행요소에 의존하여 나타나는 통사적 특징이 있음 


ㄴ. '바다(이)다'처럼 '이'가 생략되어도 문장의 기본적인 의미 전달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음. 이 견해에선 '이'가 필수적인 어휘 요소가 아니라 수의적으로 나타나는 형식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봄.  김의수(2002)에서는 '이'를 굴절 요소를 지지하기 위해 삽입된 음운론적 허사(phonological expletive)까지로 보기도 했음. 즉, 문법적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음운론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라는 것. 


ㄷ. '이다'가 술어명사에 결합하여 그 서술성을 실현하는 기능을 한다고 본다면, '이다'는 경동사(light verb)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음. 즉 술어명사 자체는 서술성이 부족하지만 '이다'가 결합함으로써 완전한 서술어로 기능하게 된다고 볼 수 있음. 또, '이다'를 기능동사로 보고 선행하는 술어명사의 논항 구조를 실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하기도 함.


ㄹ. '이다'가 사실 의미 내용은 거의 없고 통사적인 자리만을 채우는 허사 술어(dummy predicate)인 걸로 보기도 함. 이는 '이다'가 문장의 술어부 구조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형식적인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견해임. 


김건희 교수는 '이'의 기능적인 측면, 즉 의미적 공허성과 통사적 의존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특징이 '이'를 용언 어간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봄. 특히 김의수(2002) 등이 '이'를 굴절 요소를 지지하기 위해 삽입된 음운론적 허사로 본 견해를 언급하며, '이'의 탈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문법적 지위를 재고해야 한다고 봄. 



3. 접사설 

'이다'를 선행 요소에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 주로 서술어를 파생시키는 접사로 보는 입장도 있음. 시정곤(1993, 1995)은 통사적 접사로, 안명철(1995)은 어휘적/통사적 접사로 '이다'를 규정한 바 있음. 


ㄱ. 통사적 접사로 보는 견해

ㄱ-1. '이다'가 통사적 구성 과정에서 어근이나 구에 결합하여 술어를 형성하는 통사적 접사(syntactic affix)라는 견해로, '이'가 선행 요소와 결합하여 하나의 통사 단위를 이루며, 특히 '핵이동(head movement)'과 같은 통사적 현상을 바탕으로 '이'가 선해요소와 통합된다고 설명함. 선행 요소와 분리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에 '이'가 독립적인 단어가 아니라 접사적 성격이 있다고 봄.

'핵이동'은 문장 구조에서 어떤 구의 핵이 상위 구문 구조에서 더 높은 위치의 핵 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말함. 'You will eat an apple'이란 평서문이 'Will you eat an apple?'이라는 의문문으로 쓰일 때, 평서문에서 TP(Tense Phrase)의 핵인 Will이 의문문에서는 CP(Complementizer Phrase)의 핵으로 이동했음. 위계로만 따지면 CP>TP>VP 순서임. 



'철수는 학생이다'를 보면 '학생'은 명사(N)이므로 NP의 핵임. 그런데 이 '학생'이 VP의 핵 자리로 올라가며 뒤에 '이'라는 통사적 접사가 붙은 것으로 설명하는 거지. 즉 시정곤은 '학생이' 자체가 VP의 핵이 되었다고 봄. 


ㄱ-2. '밭이다'가 [바치다]로 발음되는 구개음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는 선행 명사(구)와 '이'는 형태소 경계를 두고 있기 때문이므로 접사로 볼 수 있음. 구개음화는 ㄷ, ㅌ과ㅣ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와 결합할 때 즉 단어 경계가 아니라 형태소 경계일 때 일어남. 

ㄱ-3. '이'는 선행 체언이 모음으로 끝나면 생략될 수 있는데 이는 '이'가 선행 요소의 음운론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임. 어간은 이처럼 음운론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용언이 아니라 접사로 보아야 함. 


ㄴ. 어휘적/통사적 접사로 보는 견해 

'이다'가 경우에 따라 어휘적 접사(lexical affix)처럼 새로운 어휘를 형성하기도 하고, 통사적 접사처럼 통사 구조 내에서 기능하기도 한다고 보는 견해. '엉망이다'나 '제법이다' 등과 같은 일부 '이다' 구문은 관용적으로 굳어져 하나의 어휘 단위처럼 사용되는데 이 경우의 '이'는 어휘 파생에 관여하는 접사적 성격을 띤다고 분석할 수 있음. 


ㄷ.형용사화 접미사적 기능도 있다고 보는 견해

김창섭(1984)은 좀 특이한 주장을 펼쳤는데 파생명사(명사 + -적)에 '이다'가 결합한 '-적이다' 구성에서 '-적이다' 전체가 '-스럽-', '-답-'과 같은 형용사 파생 접미사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고 보았음. '이' 자체를 독립적인 접사로 보는 게 아니고 '-적이-'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견해. 


김건희 교수는 '이'가 수행하는 기능적 측면을 인정하지만, 용언설 비판의 맥락에서 접사설의 한계도 언급함. 만약 '이'가 접사라면 선행 요소와 완전히 결합하여 하나의 어휘 단위를 이루어야 하지만, '파생명사(N+적)'의 경우 "더 사회적이 되는"과 같이 '이'와 분리되어 명사적 성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 자체가 탈락하는 현상은 접사로서의 지위를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겠음.



4. 조사설 

'이다'를 체언 뒤에 붙어 서술격 자격을 부여하는 조사, 즉 서술격조사로 보는 견해로 국어 문법 연구의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 정인승(1949)에서 시작된 견해로 우순조(2000), 최기용(2001) 등도 이러한 입장을 지지함. 그리고 학교문법은 일찍이 이 견해를 수용했음. 이들은 '이다'가 주로 체언에 결합하여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특히 서술어로서의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을 포커스를 둠.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음.


ㄱ. 용언과 체언 간의 문법적 기능의 균형을 고려할 때, 체언도 주격, 목적격, 부사격 등과 마찬가지로 서술격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이때 '이다'가 바로 그 서술격을 표시하는 조사라고 봐야 함. 체언이 문장에서 서술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다'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이는 '이다'가 체언에 서술성을 부여하는 문법적 기능을 수행함을 의미함. 


ㄴ. '이다'는 주로 체언에 결합하여 다른 문장 성분과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데, 특히 주술 관계를 형성함. 즉 '이다'는 조사로서 선행 체언의 의미를 제한하거나 특정하지 않고, 단지 문법적 자격만을 부여한다는 것. 


ㄷ. 일반적인 격조사가 문장에서 종종 탈락하는 것처럼 '이'도 격조사이므로 '바다(이)다'처럼 탈락이 가능한 것이다. 


ㄹ. 최기용(2001)의 경우, '-이다'의 '-이-'가 주격조사라고 주장하며, 서술격조사 '이다'가 내부적으로 주격조사와 관련이 있다고 봄. 


  • ㅁ. 일부 학자의 경우, 일반적인 격조사가 활용하지 않지만 '이다'가 활용하는 것을 보고 '활용하는 조사'로 설명하려고 하기도 했음.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이다'의 이중적 성격을 설명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음. 



4. 김건희(2016, 2017)의 종합적 입장 


김건희 교수는 이상의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다'를 용언 어간과 같은 어휘 범주가 아니라 기능 범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함. 구체적으로 '이다'는 선행 요소를 서술어로 만드는 기능을 하는 서술 표지(predicative mark)이거나, 유형론적 관점에서 계사류(copular) 중에서 계사 첨사(copular particle)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그 근거로는


ㄱ. 분포적 측면에서 '이다'의 전형적인 출현 위치는 서술어 자리이다.


ㄴ. 기능적 측면에서 '이다'는 Pustet(2003)이 제시한 계사의 정의처럼 의미적으로 비어있고(의미적 불완전성), 통사적으로 선행 요소에 의존하는(통사적 의존성) 특징을 보인다. '이' 자체는 어휘적 명시성이 뚜렷하지 않으며, 술어의 의미는 대부분 '이'의 선행 요소가 담당한다.


ㄷ. 형태적 측면에서 '이'의 빈번한 탈락은 '이'를 용언 어간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일반 용언 어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탈락 현상은 '이'가 필수적인 어휘 요소가 아님을 시사한다.


ㄹ. 어미 결합의 문제는 '이'가 용언 어간이어서 어미와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술어 자리에 분포하는 '어미'가 역시 서술어 자리에 나타나는 '이'와 함께 공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가 빈번하게 탈락하는 이상, "이'의 어미와의 공기"로 볼 수 있을지언정 "'이'에 어미가 결합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


ㅁ. 유형론적 근거로 Dixon(2002), Mckay(2010), Rothstein(2004) 등의 연구에서 제시된 계사의 보편적 특징, 즉 현재 시제에서의 탈락 경향이나 시제에 따른 형태 변화 등이 국어 '이'의 탈락 현상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Curnow(2000)가 제시한 4개의 계사 절 유형(verbal copula, particle copula, inflectional copula, zero copula)을 통해 국어의 '이다' 구문에서 '이'가 탈락하는 다양한 양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김건희(2016, 2017)에서는 기존 품사론들에서 벗어나 '이다'를 서술어 자리에 나타나 선행 요소에 서술성을 부여하는 기능적 요소, 즉 서술 표지 또는 계사 첨사로 봄으로써, '이다'의 독특한 문법적 특징들을 보다 일관되게 설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수 있겠음. 



참고 문헌


김건희(2016) ‘이’의 용언설에 대한 재고찰 -서술의 분포‧기능을 중심으로-

김건희(2017) ‘이’의 형용사설에 대한 재고찰* -‘파생명사(N+적)+이다’의 부정형 분석을 중심으로-







함께 보면 좋은 글 


이건수(2008) ‘이다’가 통사적 접사인가?  <-- 기존 견해 설명을 매우 간략히 잘함. 

나무위키의 '이다' 문서 <-- 여러 의견들을 적당히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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