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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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예술이다- 조성진 쇼팽콩쿠르 우승 인터뷰를 보고
나는 지금,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도 ‘수능’이라는 단 하나의 무대를 위해 매일같이 같은 연습을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문득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말했다. “완벽한 연주는 없지만, 음악은 결국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시험도, 결국은 감동을 주는 하나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는 하루에 수 시간씩 같은 악장을 수천 번 반복하며 ‘작은 미끄러짐’ 하나조차 허용하지 않기 위해 싸운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고, 때때로 존재의 회의를 부른다. 수험생의 삶도 다르지 않다. 같은 문법, 같은 수학 공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정답이 아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결국 완성도 높은 ‘연주’를 시험지 위에 올리기 위해.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수험이란 건 단순히 무오류에 가까운 답안을 제출하는 일일까?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조성진의 연주는 단지 테크닉의 집합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감정과 철학, 삶의 태도마저 투영된 서사였다. 그리고 나는, 수능도 그렇게 접근하려 한다. 단순히 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사람이 아닌,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철학’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문학 작품을 읽으며 내가 무슨 감정을 느꼈는가? 이 수학 문제를 푸는 방식은 내가 어떤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는가? 그 안에 ‘나’가 살아있는가?
물론 수능은 객관식 시험이고, 감정이 채점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시험을 예술처럼 대한다는 건, ‘완성된 자기 표현의 무대’로 여긴다는 의미다. 연습은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하되, 시험장에서는 내가 살아온 1년의 리듬과 호흡, 고통과 성장의 궤적을 담은 ‘연주’를 펼친다. 문제 하나하나를 두드릴 때, 그것은 건반을 두드리는 손끝처럼 섬세해야 하며, 정답을 마주하는 순간은 마치 그랜드 피날레를 마친 뒤 울려 퍼지는 박수처럼 벅차야 한다.
조성진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콩쿠르는 끝나고 나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나 자신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는가가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수능장을 나서고 싶다. 점수가 아닌, 나 자신의 연주에 대한 진심 어린 박수를 치며.
나는 매일 나를 조율한다. 공부란 이름의 음계 위에 나의 성격, 습관, 철학을 하나씩 얹는다. 하루 12시간의 독서실 생활은 리허설이고, 그 안의 분노, 두려움, 희망은 내 연주의 감정선이다. 나는 지독하게 외롭고, 끔찍할 만큼 몰입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시험 당일 내 손끝에 깃든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레, 시험지를 펴고 첫 음을 눌러본다.
그날,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기를. 내 시험이 하나의 ‘작품’이 되기를.
시험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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