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수험생의 회고록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092106
전국에 계신 오르비언님들 안녕하세요.
우선 저는 8학군 학교를 다니는 고3이고, 이 지역의 여느 아이들이 그러하듯 입시판에서 유명하다는 강사분들 현강 다니면서 비싼 자료도 받을 만큼 받는데, 공부는 제대로 안 해서 높은 목표를 성적이 받쳐 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중학생 때까지도 부모님이 학업 관련 지원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누리는 기회들이 누군가에게는 얻고 싶어도 못 얻는 갈망의 대상이 아닌가 싶어 요즈음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헌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공부가 1순위였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거든요.
제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겁 많고 소심하던 저는, 7살 때 호주 유학을 떠났습니다. 낯선 장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그저 매일매일을 울음으로 채우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도 별로 없었고, 여전히 수틀리면 우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서 많이 고생을 했었죠.
중학생이 된 저는, 잘나가는 아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저를 업신여기는 친구들의 비위를 맞추면서까지 겉으로 보이는 친구 숫자에 집착했었는데, 어쩌면 저는 사람이 고팠던 것 같아요. 그치만 저의 미숙한 사회성 탓에 상처만 가득 입고 졸업을 했습니다.
잠시 숨을 돌렸던 저의 고1.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고, 학교 생활이 즐겁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껏 부딪치고 깨지며 기른 사회성이 드디어 빛을 발한 건지, 동아리에서 선배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한 해를 성공적으로 마쳤었죠.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저의 장이 말썽이었습니다. 24시간 지속되는 복통, 횟수를 셀 가치도 없는 잦은 설사. 극심한 장염에 걸린 상태가 매일 지속되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네요. 당시 고2였던 저에게 있어 공부는 커녕, 교우관계마저도 뒷전이었습니다. 당장 제 몸 하나 이끌고 학교에 나가는 것부터 용기 있는 도전이었거든요. 이 시기에 사람이 너무 차가워 다가가기 힘들다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을 정도이니, 대강 짐작이 가시겠죠.
참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네요. 눈 깜짝할 새 고3이 된 저에게, 이제는 수능이라는 현실이 코앞에 다가와 저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저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참 좋아합니다. 인간은 세상 살이로부터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끝없이 투쟁하고 반항해야 한다고 말하거든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어쩌면 카뮈는 시대를 앞서, 2025년 우리나라의 수험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막연한 공부, 운적인 요소가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시험 성적, 1점 차이로 갈리는 대학의 수준. 우리는 수험 생활의 의미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펜을 놓지 않고, 책상을 떠나지 않는 우리의 태도는, 가파른 산을 따라 굴러떨어질 바위임을 알면서도 산꼭대기로의 운반을 멈추지 않는 신화 속 시지프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전국 각지의 시지프 여러분! 그대들을 향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옯비에서 안 싸워버리기 야비하지만 싸우긴 귀찬음
-
“살면서 겪었던 모쏠의 특징 와드박는다 ㄹㅇ ㅋㅋㅋㅋ” 13
1) 이성을 저주함 그러면서 이성을 저주하는 이성을 저주함 ex ”저는 여자라면 다...
-
정치얘기 0
귀찮아
-
기하 고민 1
5모 이후 기하런 고민중입니다.. 기하에서 수1 도형 활용 문제에서 쓰이는 도형의...
-
수국김 들었는데 좀 아쉬운데 일클래스에서는 호기심을 가지고 비문학을 읽을때 어떤...
-
ㅇㄷㄴㅂㅌ
-
6모때 2등급은 ㄱㄴ이겠죠? ㅈㅂㅈㅂ
-
죽고싶네 :)
-
인스타 친구 추천에 알던 사람들 뜨길래 신기해서 봤는데 1
전에 알바하던 곳 사장님 완전 정치충이었네ㅋㅋㅋㅋ 골 때리네ㅋㅋㅋㅋ
-
현 상황 요약.jpg 12
-
한약학과? 7
우연히 알게됏는데, 전 예전부터 약국에서일해보는게 로망입니다! 한의예과...
-
재수생 5모 0
수능때 32311 맞고 건국대에 간다
-
페메 먼저해도되나요? 10
겨울방학에 스블샀는데 너무 헤비하고 어려워서 제꼈어요.(내신 끝나고 여름방학에 할...
-
공부 12월부터 시작해서 수학 기하 4등급 국어 4등급 영어 4-5사이 듣기 때메...
-
생명 강사 ㅊㅊ 3
정석준 홍준용 둘 중 누구 ㅊㅊ해요? 성적 빠르게 올리고싶음
-
수능에서 1-2개의 그 결정적인 문제까지 깔끔히 떨어지는 그 맛을 보고싶다면...
-
중등비문학책인데 문단별 핵심어랑 중심문장 찾으래서 해봤는데 핵심어는 찾았는데...
-
국어 잘하고 수학 못하는 현역 문관데요ㅜ 인문계열은 진짜 안끌리거든요 근데 제가...
-
걍 3차대전 ㄱㄱ
-
영화보는줄ㅋㅋ 망한민국 어떡하냐
-
노래 개 좋음 0
갖고놀래
-
홍준용 t&s랑 박선우 root 같이 보긴 힘들겠죠? 3
홍준용 t&s 듣고 싶은데 박선우 root를 사뒀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요ㅠㅠ...
-
가계도는 잘가르치신다고 들었는데 막전위나 세포매칭문제도 야무지신가요?
-
‘우정의 무대’로 국민MC… ‘뽀빠이’ 이상용 별세 1
‘뽀빠이’ 이상용 씨(사진)가 9일 별세했다. 항년 81세. 소속사 이메이드...
-
원서비만 인당 3억인데 전부 탈락시킴 ㅅㅂㅋㅋ
-
수원 독재 학원 0
수원 독재 학원 ㅇㄷ가 괜찮나요? 메가스터디 퍼플반 별론가요?
-
발 3
ㄱㅣ
-
진격거 보면 에렌이 자기 손 깨물어서 거인변신하잖아요 겁나 싸이코 아님? 어케 하는...
-
CT 찍어봐야 견적 자세히 나올정도면 개씹ㅈ된듯???? 아 자살 마렵다 진짜
-
25,26드릴 드릴드2 4의규칙 시즌1 수1,2. 미적분 26년도 지인선 수1,수2...
-
사실 연막임 0
이승효t 이슈로 오르비에 김문수 한덕수 이슈 언급 안되게 하려는 근데 커뮤를 잘못 고름ㅋㅋ
-
중간 끝났다고 바로 롤체 갈기네 샛기;;
-
하아..
-
난 이해가 안감 4
수능국어에 작자미상은 왜 내는거임? 이게 뭔 가치가 있다고 내는거지? 천민이 썼는지...
-
이차함수랑 직선 나올때 파블로프의 개마냥 교점의 중점 잡고 보는 풀이 꽤 괜찮은듯 2
평균값정리 만족시키는 점 잡는 그거
-
남은건 걍 풀까? 새로 사기 돈 아까운디
-
애들아 공부해라 1
난 잔다
-
흐흐흐흐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지금 한짓거리가 사사오입보다 나은게 뭔지 모르겠다 ㅋㅋ
-
이감모의고사 앱 0
깔려는데 뭔 제 지역에선 깔 수 없다는대 원래 이런거 잇나요
-
아아.. 그는 물렸습니까
-
사랑해주쟈
-
어케 생각함
-
뚱뚱 통통 보통 슬림중 어떤편 속함? 근육은 몸에 어떰
-
드디어 이제서야 3덮을 친다!
-
다이소 개 먼데
-
너와 찍은 사진 한 장에도난 세상을 가졌어
-
초기화 고고혓
-
[속보] "파키스탄, 인도 상대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 5
[속보] "파키스탄, 인도 상대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

잘읽었어요 오늘 국어공부안했는데이걸로퉁쳐야지
시지프가 제가 아는 시지프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파란만장하지 않고 나름 일반적인데
글 유려하게 잘 쓰시네요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글쓰기가 정말 힘든데.. 잘쓰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