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튀 [1373558]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04-30 00:36:43
조회수 99

왕따나 학폭, 혹은 다른 폭력을 당한 기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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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걸로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라서요.

모나면서도 이상한 성격, 그리고 여러가지 잘못 때문에 크고 작게 왕따도 많이 당했고,

특히 고등학교 때는 정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심했고요,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절 종종 고통스럽게 하는데, 하도 시달리다보니 조금은 해결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 혹시 그 전에, "지금" 폭력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냥 당장 그 가해자와 함께 있는 집단을 나가세요. 성적이고 입시고 뭐고 다 필요없습니다. 마음의 병은 키우면 그 어떤 병보다도(? 혹은 그에 준하게) 치사율이 높습니다. 사는게 먼저잖아요. 도망칠 수 있으면 어떻게든 도망치세요...ㅠ


꼰대같은 이야기, 모든 사람의 괴로운 사정을 다 잘 헤아리지는 못하는 이야기일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ㅜ


네줄 요약

1. 복수는 허상이다. 설령 했다 해도 공허하다.

2.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했다는 개념보다는 '사고'로 인한 '병'을 얻었다고 관점을 바꿔야 한다

3. 현재에 집중하되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 이 과거 기억에 대한 고통은 본질적으로 '못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기혐오 때문일 가능성이 높으며 공부할 때 특히 이 고통이 커진다. 



1. 학폭에 대한 '복수'를 다루는 극이 많고,

어떤 유투브 영상이나 쇼츠가 학폭, 왕따를 다루면 그 댓글에는 항상 복수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누군가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죽일거다,

그 사람보다 잘 사는게 최고의 복수다, 분명 벌 받을거다 등등...


근데 사실 가해자를 나중에 다시 만날 가능성도 없거니와, 

설령 만난다 해도 예전에 왜 그랬냐며 당당하게 화내서 상대를 쩔쩔매게 할 깡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말 과거의 고통, 굴욕감이 극심하게 큰 경우 신체적 위해, 살해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본인의 인생도 망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복수를 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잘 사는게 최고의 복수다? 그 가해자는 애초에 자기가 가해를 한줄도 모르고 있고, 자기 인생 살기 바빠서 신경도 못 씁니다. 그리고 그 가해자가 당신보다 더 잘났고 잘나가면요? 정말 애석하게도 가해자가 만약 더 인싸고 외모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우월하다면 더 잘나갈 가능성이 크겠죠. 


만약 그 가해자가 '유명인'이 된다면, 폭로를 해서 아주 크게 복수를 할 기회가 생기긴 할 겁니다.

근데 정말 만약에 그렇게 됐다 치면, 물론 가해자가 나락에 빠진 그 잠깐은 통쾌하겠지만

이미 내 속은 썩어문드러졌는데, 가해자도 똑같이 ㅈ됐다고 병든 내 마음이 치유가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전엔 그 사람들을 나중에 만났을 때 뭐라 말하고 어떻게 엿맥일지 망상을 엄청 했는데(하고싶어서 한건 아니구요... 막 떠올라요 공부할 때 나도 원치않게)

그런 생각 때문에 진짜 아무것도 집중 못하고 오히려 감정적으로만 엄청 힘들어지거든요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아요

그런 생각은 내 마음만 더 병들게 하는 거 같아요...



2. 그럼 그 ㅈ같은 자식한테 당하기만 하고 끝난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화나는데 어떻게 할까요


제 생각은... 물론 어렵지만

관점을 외부에서 내부로 돌리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애초에 사건 자체를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병에 걸렸다"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가해자가 지워지잖아요.

오롯이 나한테 집중하는 겁니다.


병에 걸렸는데 날 병에 걸리게 한 사람 탓만 하며 분노만 하고 있다가 병 키워서 죽을건가요?

당연히 병을 일단 치료하는게 급선무겠죠...


병원 전문상담, 심리치료 병행하면서 여행도 다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가장 평판과 지위가 나락이고 왕따가 되어 온갖 조롱을 받을 때

복수하겠답시고 공부에만 미친 것처럼 살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그걸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겟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저는,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냥 과감하게 학교를 옮기든지 휴식을 취했을 거 같아요

날 괴롭게 한 사람한테 복수하겠다는 마음 + 강박같은게 그 당시 저를 너무 힘들게 했던 거 같거든요



목표는 

아예 그 사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

물론 잘 안 되죠. 한 번에 안 되고, 서서히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하는데

어쨌든 지향점을 "그 사람을 어떻게든 똑같이 고통받게 하고 싶어"에서 

"내 마음 속에 그 사람이 사라지게 하고 싶어"로 바꿔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3. 과거를 곱씹지 않으려고 노력하되 곱씹게 된다면 재발 방지책을 세우기


이 이야기는 혹시라도 "폭력 당한 건 피해자 탓이다"라는 잘못된 논리로 오해할까봐 매우 조심스러운데,

일단 당연히 그 어떤 이유라도 남을 조롱하거나 따 시키고 폭력을 휘두르는 건 용인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백번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잘못한거고 죽을 죄를 저지른거에요(살인에 준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말이죠

거의 평생을 어떤 무리 안에 들어가면 항상 소외되는 쪽으로 살았거든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자책을 되게 많이 합니다...


'내가 그랬으면 그런 일 안 당했을텐데'

'내가 거기서 그렇게 말하거나 행동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좀만 더 사회성이 좋았어도...'

'내가 자존심만 좀 내려놨어도 그렇게 죽도록 힘들진 않았을텐데'


뭐 이런 생각 엄청 많이 하는데

아마 과거 기억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이들 저랑 비슷한 레파토리를 밟을 거에요


만약 그렇다면 거기서 "그래 난 정말 못난 놈이야. 나같은 놈은 나가 죽어야돼."로 귀결되면 진짜 답 없는거고요.


좀만 더 머리를 차갑게 해서, 그 자책의 굴레에서 좀만 벗어나서 정말 객관적으로 내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거에요. 왜 내가 매력적이지 못한지, 왜 사회에서 소외되는건지 냉정하게 분석해보고 그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거죠. 저는 성격은 결국 행동 양식이고 행동 양식은 평소 습관이라서 무조건 무조건 바꿀 수 있는 거라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이건 절대 홍보는 아니고... 저는 사회성, 감정표현, 이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문제가 있어서 계속 찐따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 끝에 비제이라이프스쿨이라는 성격 코칭 학원에 원데이클래스 신청해서 수업 받아봤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 시험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원데이만 해보고 말았는데 진짜 이거면 성격 무조건 바뀌겠다 시험 끝나면 무조건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네요..


아무튼 그거 말고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테니 마냥 인생 망했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다음번에는 화 못내고 당하고만 있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뭐가 부족한지, 어떤게 결핍인지를 더 면밀하게 성찰해보는게 필요한 거 같슴니다.



4. 3번이랑 연결되는데요


본질적으로 결국 과거 기억에 대한 고통은

"못난 내 모습에 대한 자기혐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찌질했던 모습

대놓고 조롱하는데도 벙어리마냥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던 내 '약자'같은 모습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내 말이나 행동


그런게 진짜 가시로 찌르는마냥 자주 저를 고문하는데

그건 꼭 항상 그 때 그런 못난 모습을 비웃던 사람,

그 때 그런 나를 손절친 사람, 경멸하던 사람의 모습과 함께 나타나죠.


(제가 그렇다는거지 모든 사람이 다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주제가 학교 에타에 올라왔거든요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비슷한 걸로 힘들어하더라고요


당장 제 친구중에서도 그런 사람 많고...


정말 선천적으로 '낙관주의'로 타고난 사람 아닌 이상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오르비에도 공부 열심히 하는 분들 많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분 많을거라 생각해요



저는 나말고도 이런걸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구나...를 느끼기만 해도 많이 위로가 되더라구요.


이건 해결책은 없어요.


과거를 곱씹는게 심해질때쯤 딱 끊고 눈을 감고 쉰다든지, 산책을 한다든지, 생각을 종이에 써본다든지,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게끔 입으로 소리내거나 손으로 써가면서 공부한다든지... 뭐 이런 임시방편이 있겠지만


결국 과거로부터 해방되는 건, 마치 병을 치유하는 거처럼 천천히 서서히 이뤄지는거같아요

그만큼 노력도 해야하고....





여러분들이 모두 과거로부터 해방돼서

행복한 현재를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고 축복합니다.



좋은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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