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합격의 키 : 독해력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726023
안녕하세요. 소테리아의 길 입니다.
오랜만에 논술 칼럼을 작성합니다 :)
논술 수업을 오래 진행하다 보면, 수험생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거의 외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알겠는데, 무슨 말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답안 작성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시문이 너무 어려워서 시간이 다 지나갑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제시문 내용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대부분 공통된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제시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논술에서는 독해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독해력은 단순히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독해력이란, 철학적·논리적 사유가 담긴 고난도의 학술 문장을, 제한된 시간 안에,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정확히 해석해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1. 난해한 제시문을 하나 보겠습니다
다음은 실제 논술 시험에서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유형의 문장입니다.
"'자기 동일성'이라는 형이상학적 요구는, 결국 '타자에 의한 매개'를 배제한 동일자의 독백으로 환원되며, 이는 곧 '차이의 계기'를 소거함으로써 자기 내파적 동일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폭력의 논리를 드러냅니다."
처음 접하는 학생이라면 거의 ‘외계어’에 가깝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난해한 문장이 실제 연세대, 고려대 논술 문제에 출제된 사례가 있으며, 이는 단순한 예외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 문장에서 다음과 같은 오해가 쉽게 발생합니다:
‘형이상학적 요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단지 어려운 말이라고 넘겨버립니다.
‘자기 동일성’을 막연히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정도로 파악합니다.
‘타자에 의한 매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폭력’이라는 단어만 튀어 보입니다.
결국, 이 문장이 어떤 철학적 배경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개념을 비판하는지, 출제자는 왜 이 문장을 학생들에게 읽히는지에 대한 해석이 빠진 상태에서 답안을 작성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제시문은 단순한 ‘인용용 자료’로 전락하고,
답안은 ‘막연한 주장’으로 구성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시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사회과학적 제시문 유형을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통치합리성은 국가권력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생산하는 기술적 담론의 총합으로, 이는 생명정치의 국면에서 개인의 신체와 일상을 규율 가능한 대상으로 재구성하며, 궁극적으로 자유의 이름으로 복종을 요청하는 통치성의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이 문장 또한 논술 시험에서 등장 가능한 고난도 문장입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은 알 수 있지만, 문장 전체의 논지 구조와 핵심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답안 작성이 불가능합니다. 특히 이 문장은 '통치합리성', '생명정치', '규율', '복종의 아이러니' 등 미셸 푸코의 사유 방식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 개념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글을 쓰면, 제시문을 반영하지 않은 주장만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교수들은 이처럼 이해하지 못한 채 쓴 문장과 답안은 바로 보입니다. 선생의 위치에선 보입니다.
2. 왜 독해력이 논술 합격의 핵심 열쇠일까요?
학생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독해력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닙니까?"
맞습니다. 논술에서 독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이 ‘독해력이 글쓰기보다 훨씬 더 중요하며, 사실상 당락을 가르는 열쇠’라는 사실은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유형별 글쓰기를 배우는거죠..
왜일까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술을 ‘글쓰기 시험’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채점 기준은 다릅니다.
실전 논술에서는 다음 기준이 적용됩니다:
제시문의 핵심 논지를 잘못 해석한 경우 → 0점 처리됩니다.
제시문의 개념을 왜곡하거나 비틀어 쓴 경우 → 감점 대상입니다.
제시문의 의도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경우 → 더 큰 감점이 이루어집니다.
즉, 독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반면, 독해만 정확하면 문장의 완성도나 구성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합격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해력’이 논술 합격의 핵심 변수인 동시에, 당락을 결정하는 키(Key)라는 점입니다.
3. 어떻게 독해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문장을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제대로 읽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릴 적 책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배운 적 없습니다. 저 또한 뇌과학과 독해력에 대한 깊은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 의미 단위로 문장을 해체하는 훈련이 핵심입니다.
논술 제시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압축된 사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읽으면 어렵습니다.
문장을 해체해서 의미 단위별로 나누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근대적 주체는 ‘자기 통일성’이라는 환상에 기반하여,
타자와의 관계를 동일성 속에 봉합함으로써,
타자의 이질성과 불확실성을 억제하고자 한다.
수능이든 논술이든 비문학 지문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즉, 이렇게 훈련해야 하는 것이죠.
단위 나누기
근대적 주체는
‘자기 통일성’이라는 환상에 기반하여
타자와의 관계를
동일성 속에 봉합함으로써
타자의 이질성과 불확실성을
억제하고자 한다
각 문장의 의미 해석 (중학생 수준으로 위계 낮추기)
근대적 주체 → 근대 사회가 생각한 인간상
‘자기 통일성’이라는 환상 → 나는 항상 똑같고 일관된 사람이라는 착각
타자와의 관계 →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동일성 속에 봉합 → 나랑 같다고 억지로 덮어씌움
이질성과 불확실성 → 다름과 알 수 없는 점
억제하고자 한다 → 없애려 한다, 통제하려 한다
? 문장 위계 낮춘 결과
“근대 사회는 인간이 항상 똑같고 일관된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도 나랑 같다고 여기려 했고,
그 다름이나 낯설음은 불편해서 억제하려고 했습니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 수험생들은 “뭐라고 써 있는지는 알겠는데요…” 수준에서 벗어나 “이 문장은 이런 사유 구조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감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섭니다. 한 번 끄적이는 정도로 안됩니다. 집요하고 정확하게 학습해야 합니다.
논술에서 독해력을 기른다는 것은, 단지 '글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구성과 글을 많이 쓰는게 아닙니다. 글을 쪼개고, 의미를 나누고, 낯선 개념을 자기 언어로 환원하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충분히 쌓아야 합니다.
그때부터 학생의 답안은 달라집니다. 제시문을 ‘인용’하는 글이 아니라, 제시문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글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 순간, 논술은 더 이상 막막한 글쓰기가 아닙니다. 출제자와의 대화가 됩니다.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swift25/223703409816
꾸벅.
감사합니다.
소테리아의 길 드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냥하세여 생윤똥싸꾼 ㅋㅋㅋㅋㅋㅋㅋ
-
기만 0
멈춰
-
저녁 0
젖지대머리
-
노베이스 7
는 슬프다
-
중간중간에 집중 날아갈 때가 너무 많아서 약속 있는 날에도 일요일에도 그냥...
-
션티vs또선생 2
고2 정시파이터입니다 방학부터 션티 키스타트,NF까지 끝냈고 지금 키스키마...
-
실력은 평가원1컷수준이에요
-
너무 오글거려서 보다가 끌뻔함...
-
계실까요?원랜 공부 즐기면서 했는데 공부에 지친건지 얼마전부터 공부하다보면...
-
둘다 합격했는데 어디가 더 좋을까요?
-
인강을 들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5호 16국시기를 최초로 통일한건 선비족의...
-
금테까지 1명남아서 기부니가 조쿤
-
이거 나만 어려운거임 원래 어려운거임? 풀다가 눈물로 책을 적셔버렸는데... 삼도극...
-
처음엔 원래 대가리 깨지나
-
확통 어렵게 내려고 하면 미적보다 어렵게 할 수 있지 않나 10
KMO스럽게 나온다면..
-
진짜 편의점 야간 알바하고 불쌍한 소년가장 체험해볼까 사고 싶은 펜이 있는데 얘기...
-
가형 킬러가 귀여워보일정도 수준의 비주얼이네 ㅋㅋㅋ
-
군수합니다 간절합니다 쪽지주시명 감사하겠습니다!!
-
내신 범위가 조건부확률 전까지라는데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 범위상 확률의 정의,...
-
수학 4점기출 0
한석원T 4점 기출 했었는데 올해 또 하는 거 어떨까요? 작년에는 기본기 없는...
-
도파민중독인가 5
매 초마다 무언가 즐거운게잇엇음좋겟다
-
앞으로 여기에 정리할 듯 보라색은 각 잡고 쓴 거 언어학 개론 - 언어란 무엇인가...
-
팩스토리 한국사 드라마 대표작 무신시대~조선초기이오 IO 신흥강자 고퀄리티의...
-
퇴근 5
기절
-
사배자 메디컬 0
평백 몇 정도 나와야 의대 가나요…?
-
그것에 보답하는 것 외엔 생각지도 마
-
일주일에 3시간 반씩 두번 온라인인데 캠 얼굴 다 보이게 켜놔야함 차로 30분...
-
설명에서 말한것처럼 제자리에서 회전한것 말고 같은위도상에서 돌아다니면서 회전한다고...
-
자꾸 기독교 우파인거 티내시는 영상 만들어서 너무 불편해서 접었음 사상검증:하일 리짜이밍
-
또 왔습니다 조오오오만간 뵙겠습니다 :)
-
회음후 열전 오자서 열전이 개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더 문학적인 가치가 높은거...
-
고2 때 뉴런 풀기 고3 넘어가는 결방학에 드릴 풀기 고3 내내 실모 돌리기
-
https://orbi.kr/00027385819
-
ㅈㄱㄴ
-
보기만해도 숨막히는 비주얼이네
-
어떤편임?
-
사료 읽는거 존나 뽕차는데 이걸 모름
-
테슬라뭐냐 0
바닥인줄알앗는데 지하가잇엇네
-
-7 이 몇 번째냐..
-
이번 3모에서 문학은 다맞고 독서에서 어휘포함 6개 틀렸는데 강민철의 새로운 기출...
-
평가원 #~#
-
수능수학 수리논술 관련 채널임
-
제후들을 모두 격파하였으나 연 제 초는 거리가 멀어 다스리기 어렵습니다 이에...
-
유사메디컬 한약학과는 지인 말 들어보니 금수저 ㅈㄴ많다던데
-
제작중인 제목 미정 화학 칼럼 모음 어쩌구 쏼라쏼라
-
아레나 아님 듀랭 해여
-
달러 찍어대는거 누가 막을 수 있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
돈없는 지방수재들이 학비 싼 지거국에 가는 선택지를 날려버림
-
계엄여파로 군 통수권이랑 대통령 권한 만지작거리나
해석의 정도에 따라 나의 시야가 달라지는
것이기에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