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의 살던 고향은'은 일본어투라서 고쳐야 할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686821
'세월의 빠름이 살과 같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과 같은 문장들을 일본어의 영향이라거나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거나 하면서 이런 문장구조를 수정 내지는 순화하자는 주장이 종종 보임. '내가 살던 고향'이 옳고, '나의 살던 고향'은 비문이라는 주장이지. 학계에서는 관형격이 의미적 주격을 나타낸다고 하여 주어적 속격이라는 명칭을 씀.
그렇지만 이런 구조는 일본어뿐 아니라 몽고어, 만주어 등의 아시아의 언어에서도 보이고 영어 등의 서양의 언어에서도 보임. 또 우리나라에서도 주어적 속격은 유래 깊은 표현임
6평의 지문에서 얘기하듯이 중세국어에도 그러한 구조가 보이고 심지어 고대국어에서도 보임!!(아래의 향가 현대어 해석은 김완진의 해석을, 중세어 번역은 이동석(2011)을 따름)
ㄱ. 乾達婆矣 游烏隱城叱肹良望良古 <彗星歌>
(乾達婆의 놀던 잣흘랑 바라고)
(乾達婆의 놀던 城을 바라보고)
ᄂ. 修叱賜乙隱頓部叱吾衣修叱孫丁 <隨喜功德歌>
(닷가샬 頓部ᄉ 나의 닦을손뎌)
(닦으시는 것은 모두 나의 닦는 것이구나)
ᄃ. 皆吾衣修孫 <普皆廻向歌>
(모든 나의 닦을손)
(모든 나의 닦은)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에서는 矣가, 균여전에서는 衣가 관형격조사 '의'를 나타내는 차자 표기로 쓰였음. 의미적으로는 乾達婆, 吾가 주어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주어적 속격 구문이라 할 수 있음.
향가는 보통 작품에 따라 7~10세기에 쓰여진 걸로 추정되는데 현존하는 모든 향가의 기록은 후대의 기록임. 향가가 그대로 이어졌다고 간주하는데 위의 걸 다 러프하게 10세기로 잡아도 900년대에도 우리말은 주어적 속격이 쓰였음을 알 수 있음.
고려시대의 석독구결에서도 주어적 속격이 보임
얘네들은 13세기 구결문의 예시인데 역시 13세기에도 주어적 속격 구문은 존재했음을 알 수 있음. 얘가 '의'를 나타내던 구결자임.
24 6평에서도 언급됐지만 중세국어에도 주어적 속격은 꽤 보였는데 다른 예시도 상당히 있음.
(현대어 해석은 ㄱ-1은 "하루에 이십 리를 가시나니, 전륜왕의 가시는 것과 같으시니라." ,"검문엔 북쪽 사람의 오는 것이 오히려 조격하도다(어렵도다)"
ㄱ-2는 "사리불이 수달의 만든 자리에 올라 앉으매")
또 중세국어뿐 아니라 근대국어에서도 보임. 아래는 18세기의 예문임
(현대어 해석은 각각
"유비가 비록 구천을 일찍 갈지라도 부인의 안쓰럽게 여김을 얕게 생각하지 아니리라"
"老身(늙은 몸)의 오늘 절함은 단지 아자(자식)을 위함이 아니다"
"이년의 함부로 이름을 듣지 마소서")
그렇지만 주어적 속격의 예시가 중세보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함. 그렇다면 주어적 속격은 일본어의 영향 때문에 다시 부활한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는 어려움. 용례가 줄긴 하지만 못 찾을 정도는 아니고 아예 안 쓰인 것도 아님. 세기별로 기록을 계속 찾을 수 있는데 현대에 남은 주어적 속격은 과거 우리말의 흔적 내지는 잔재라고 보는 것이 좋음. 11ㄱ은 19세기, 12ㄱ은 20세기 초의 기록임. 일본어 때문에 주어적 속격이 생긴 거라는 주장은 국어사를 잘 모르는 탓에 나온 주장임.
주어적 속격의 경우 몇 백년 동안의 문헌에서 계속 사용되었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던 표현임을 알 수 있고, 주어적 속격은 일본어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님. 한국어에서도 전통적으로 쓰였지만 다른 언어에서도 보이는 특성임(보편적까지는 모르겠지만). 즉 한국 외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참고로 독서와 문법 II 교과서에도 있었다는데 교육과정 개편되면서 지금은 언급이 사라짐
이동석(2011) 일부 국어 관형 표현의 일본어 영향설에 대하여
0 XDK (+1,000)
-
1,000
-
본인 연애보다 4
금테 다는게 더 빠를듯요...ㅠ
-
쌤 예뻐보여서 아무 강의 들어가서 강의 스타일좀 보려고 저 강의 14강 켰는데...
-
자러감 며칠~한달이따 재밋는썰들 뒤지게많이 갖고올게 딱대라
-
오르비 첫글 0
킬캠 80점이면 백분위 몇정도 가능할까요? 좋아요 0, 댓글 0
-
안경 잘바꾸신듯
-
이투스 정승제들으려고 해서 개때잡을 구매하였는데 아는 지인이 한완수 2025를...
-
당장의 감정에 너무 휩쓸리지 않아도 됩니다
-
나 매웠구나? 3
순해진거임 이게
-
이런거 알아도 되는 사람만 남았나 봄 걍 옆에서 하기도함
-
수2 적분 문제 4
1. 188 2. 191 3. 194 4. 197 5. 200
-
오르비에서 친구사귀고 남친/여친사귀는거 나쁘지않음 생각보다 외모도 다들 준수함
-
님들 그거 앎? 2
소화 안됐는데 자야될때는 왼쪽으로 누우면 배 덜불편함
-
내 첫글은 4
-
전부다 계삭하고 손필기 다 지워야지 시머인재가 고소때리기 전에 예전엔 개별적으로...
-
님들한테 얘기함 0
나 오르비 초창기때 여기서 이름털린적있음
-
기억이 안남 ㅅㅂ 진×*...
-
신상 털린거 3
이름 학교 반 동아리 사는곳 얼굴 나이 등등
-
사실 오르비가 부끄럽긴해
-
내첫글은 2
물리 질문글이었는데 고인물들이 막 몰려와서 알려주고감
-
한 명은 유튜버고 나머지는 다들 알거 같고 선배도 금테있고 참 인생 ㅈ됐노!
-
연재희 Evolved slave ll 절대현주해 강풀화1 힘들어하지마
-
왔을때부터 젖지대머리라고 씨부리진 않았구나
-
이상한 질문글이였음 호구지 호구
-
오호 0
지구과학 꽤 재밌네 근데 2단원은 너무 노잼인데
-
근본.
-
옯바 2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해요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해서 흑흑
-
암산? 계산력?은 전보다 훨 좋아진거 같음..
-
맞팔구 10
-
'오르비'라는 커뮤가 부끄러운건가요? 지금까지의 활동이 부끄러운 건가요?
-
몰라 안세봄 일단 무한대발산쌉가능같음
-
이거 아시는 분 있으려나
-
진짜 ㄹㅇ 젖지프사보고 저건 뭐하는사람이지 프사 뭣같이 생겼네하고 오르비 들어왔는데...
-
나 알고있으면 오르비 한다는건데 ㅋㅋ
-
다음 그림과 같이 질량 2kg인 물체 A는 3m/s의 속력으로, 질량 1kg인 물체...
-
졸라슬프네 1
난 전썸녀도 없고 현썸녀도 없고 전여친도 없고 현여친도 없고 ㅅㅂ 인생 헛살았노…
-
이건 쉬운듯 보이지만 막상 답답하네
-
작년에 단과학원같은거 없이 잇올에서 하루종일 생재수 했는데 현역때랑 비슷한 점수...
-
황제 화반 포부 스터딘 홍다희
-
현실은 인터넷과 다름
-
댓글로 ㄱㄱ
-
이걸 가 말아 잇올에 이미 신청을 해두긴 함
-
내 오르비 첫 글 13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벌써 옛날 일 같네....
-
요즘들어서 더 심해지는 것 같음
-
아침 오르비 정독하면서 등교 점심 학교에서 아이패드로 가재맨,랄로,도파 시청 저녁...
-
뭔가 자기가 그것도 못해주는 아빠인가라는 생각이 드는가봄 전에 pdf 얘기했더니...
-
마음 쓸 일도 없고 좋아요

하 떴다 내 야동 아구몬의 국어학 칼럼
~적 같은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제 시대부터 나온 건 맞지만 대체가 안되는 것 같아요的는 일본어에서 차용한 한자 접미사긴 하죠. 얘는 주어적 속격과 다르게 확실히 번역투라서...
뭐 근데 언어는 서로 주고받는 거니까 일본어에서 왔다고 막 적대하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실생활에 깊숙이 녹아든 경우라서요.
일본어에서도 ~적이라는 표현을 그리 많이 쓰는 것 같진 않은데... 제 체감상으로는 한국어보다도 덜 쓰는 것 같은데 일본어에서 왔다는 게 정설인가요?
정확히 얘기하자면 근대 일본에서 영어의 ‘-tic, -tique’ 등을 번역할 때 음이 비슷한 -的를 썼습니다. 물론 음도 비슷했지만, 전통적인 중국어의 的의 허사(조사와 비슷함) 용법에 영향을 받아 的를 썼다고 보는 편입니다.
지금이야 的은 한국어의 어엿한 접미사로 정착했지만 그전에는 번역차용어로서의 기능이 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