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시 긍정/부정 잡기, 범주화에서 <보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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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3~4등급 대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현대시의 의미 구성에서 시적 화자(서정적 자아)의 관점과 태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시어의 긍정/부정을 잡아라, 범주화해라(A, B), 도식화해라(A, ~A)같은 방법론들을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결국 시적 화자의 지향을 전제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론을 사용하든지 간에 결국 화자가 지향하는 바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시험장에서 할 일입니다.
한번 가벼운 예시를 보고 갑시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 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생명의 서 일장(一章)」 -
* 허적 : 아무것도 없이 적막함.
실제로 <보기>를 주지 않고 출제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파악하고 그 화자의 지향을 잡고 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어렵지 않게 생명력을 기준 삼아 '병든 나무'(부정), '원시의 본연한 자태'(긍정)라는 범주를 설정하셨을 겁니다.
향아 너의 고운 얼굴 조석으로 우물가에 비최이던 오래지 않은 옛날로 가자
수수럭거리는 수수밭 사이 걸찍스런 웃음들 들려 나오며 호미와 바구니를 든 환한 얼굴 그림처럼 나타나던 석양······
구슬처럼 흘러가는 냇물가 맨발을 담그고 늘어앉아 빨래들을 두드리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눈동자를 보아라 향아 회올리는 무지갯빛 허울의 눈부심에 넋 빼앗기지 말고
철따라 푸짐히 두레를 먹던 ㉠정자나무 마을로 돌아가자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에 인이 배기기 전으로 눈빛 아침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고향 병들지 않은 젊음으로 찾아 가자꾸나
향아 허물어질까 두렵노라 얼굴 생김새 맞지 않는 발돋움의 흉낼랑 그만 내자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 맨발을 벗고 콩바심하던 차라리 그 미개지에로 가자 달이 뜨는 명절밤 비단치마를 나부끼며 떼지어 춤추던 전설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냇물 굽이치는 싱싱한 마음밭으로 돌아가자.
- 신동엽, 「향아」 -
이 작품은 모두가 '돌아가자'를 통해 과거는 긍정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읽어나갔을 겁니다.
조금 더 정교하게 범주화를 해봅시다.
1. 시공간을 기준으로...
예) 오래지 않은 옛날(긍정적 과거) <-> 현재(부정적 현실)
2. 현실과 이상의 대립
예) 회올리는 무지갯빛 허울의 눈부심(현실) <-> 정자나무 마을(이상)
3. 자연과 문명의 대비
예)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자연) <->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물질문명)
이렇게 세분화한 범주화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시험장에서 이러한 해석이 가능할까요?
이때, <보기>를 봅시다.
(가)와 (나)는 모두 부정적 현실을 비판한 작품이다. (가)는 물질문명의 허위와 병폐에 물들어 가는 공동체가 농경 문화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건강한 생명력과 순수성을 회복하기를 소망하는 작가 의식을 담고 있다. (나)는 환영(幻影)을 통해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대중을 획일적으로 길들이는 권력의 기만적 통치술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결국 '부정적 현실'에서 긍정과 부정을 나누어야 함을 파악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물질문명'과 '농경 문화의 전통', '생명력과 순수성'을 보고 앞서 말씀드린 자연과 문명의 대비를 파악해야 함을 눈치채셨을 테고요.
또한 눈치 빠른 학생분은 '회복하기'를 통해 시공간을 기준 삼아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설정하고 읽어 나가셨을 겁니다.
이처럼 <보기>에서 대부분 범주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기>를 분석할 때 이 기준점을 잘 잡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보기>를 보고 이러한 ‘기준점’을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3모의 현대시 <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보기>가 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평소에 기출을 학습하실 때, 어떤 것을 기준삼아 나눠서 볼지 고민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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