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군필 4수 의대생의 입시 이야기 - 마무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409323
(현역) 2022 수능 32221 ( 언 / 미 / 물1 / 지1)
(재수) 2023 수능 22213 ( 화 / 미 / 물1 / 지1)
(삼군수) 2024 수능 42222 ( 언 / 미 / 물1 / 지1)
(사군수) 2025 수능 21111 ( 언 / 미 / 물1 / 지1)
"인생만사 새옹지마 (人生萬事 塞翁之馬) "
: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예측하거나 단정하기가 어렵다
(출처: 미미미누 올어바웃 입시 70화 윤도영T)
2022년 11월 17일, 죽을 듯이 노력했으나 같이 재수하던 친구들은 전부 성공하고 나만 망치게 되어
자진해서 공군 입대에 지원할 때만 해도, 제가 2년 뒤에 성공을 하게 될 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재수를 망치고 입대하는 저를 보며 동정하던 사람들이, 제가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을까요
당시엔 그 상황이 최악의 불행이었지만 결국 지나고 보니 엄청난 행운이었네요
25수능을 21111로 마무리하고.. 11월 말에 논술도 몇 개 보러 갔으나 모두 불합격..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진학사를 돌려 보니, 제가 목표했던 자유전공학부로 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은 고려대였습니다.
(서울대 자전 정시의 영역은.. 엄청나더군요.)
애초에 수능을 응시한 목적이 자유전공학부였기에 고대 자전을 쓰려고 마음 먹었으나,
결국 의뱃을 달고 있는 저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방 국립 의대에 원서를 써서 운이 좋게도 합격을 하게 됩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상상 이상으로 부담되어, 곧 은퇴하시는 부모님께 부담을 안겨드릴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기숙사 또는 자취에 쓸 생활비를 생각하면, 선뜻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둘째, 경쟁에 지쳤던 것 같습니다. 4수까지 해오면서 결국엔 나 자신을 증명해냈지만,
일반 대학에 가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현실적인 결정이지만, 비겁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충분히 드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솔직히 이 결정은, 등록금 비싼 일반 대학에 가서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 수많은 경쟁 속에서 자기계발하며 스스로를 증명하는 삶을 사느니,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살겠다는 저와의 타협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수 시절처럼 맹목적인 의대 선호에 매몰되어서 선택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그 힘들다는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느꼈던 인생 교훈들, 수많은 자격증들을 따며 경험한 세상 지식들,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으며 경험했던 내면의 발전, 군대에서 사람들과 일하고, 때로는 뺑이치고, 대화하면서 얻었던 통찰력들을 꼭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
작년 12월 19일 오전 6시 전역날, 부대 정문을 통과하면서 군생활 동안 느낀 것을 딱 한 문장으로 나타내볼까 하는 생각에 제가 메모장에 쓴 한 문장이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불평불만하지 않고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
기숙 재수학원에서 따로 신경쓰는 것 없이 죽어라 공부만 해도 힘든 게 수험생활인데
공군임에도 군대에서 평일에 상하차 5시간씩 하고 밤에 남들은 생활관에 누워서 다 핸드폰 할 때
힘든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수학 킬러문제를 푸는 수험생활은 어떨까요
하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불평불만하지 않고, 주변에서 감사할 만한 것들이 있는지 항상 살펴봤습니다.
수능보러 휴가를 쓸 수 있게 해주신 부대장님께 감사하고,
이렇게 일과 끝나고라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데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 "감사합니다"를 하루 스무번 이상 외치면 진짜로 나에게 감사할 일들이 생긴다" 라는 말을 꼭 기억하고 실천했습니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란 책에서 나온 문구인데 작년에 수험생활 하면서 정말 정말 심리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꼭 읽어보십쇼.. 이하영 원장님 존경합니다..!!)
사실 진짜 제가 이렇게 된 건 행운의 덕택인게 가장 크죠. 저는 행운아가 맞아요. 개꿀 빨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맞아요.
그런데, 저는 적어도 그 운을 잡을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수험생활동안 감사하면서 살다보니 감사한 일이 벌어진 것 같기도 해요
혹시라도 군수 중인 학생 분들이 이걸 보고 계실지 모르기에 몇 마디 적어보자면...
군수 성공은 어렵습니다. 아마 성공 못 할 겁니다. 이게 저주가 아니라 확률상으로 그렇습니다
근데 군수를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 자체는 우리 인생의 흥망에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가진 <<태도>>는,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적이고 환경만 탓한다면 남은 인생도 탓하는 인생을 살게 되고,
감사한 태도를 가지고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에만 신경쓴다면 근사한 인생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시죠. 항상 주변에 감사합시다. 감사하게 생각할 수록 감사할 일들이 더 생깁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시죠. 지금 스스로 만든 핑계에 만족하시나요? 나중에 나의 입시 경험을 돌아봤을 때,
"그 때 조금만 더 열심히 살 걸"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저는 적어도 그렇지 않네요. 여러분의 입시가 원망과 후회로 점철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 입시 이야기는 여기까지..!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좋아요 한 번씩 ㄱㄱㄱㄱㄱㄱ 다른 글로 찾아올게용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올해 첫 n제에용
-
덕코 이벤?트 합니다 24
지금 관전중인데 선수 누군지 맞추면 선착순 3명 덕코 5000덕씩 드림
-
오래된 생각이다
-
01년생 태그 지우고 만들어주세욥
-
자야겠다 0
다들 행복하세요
-
시험 중간에 똥싸고 와도 하방 점수는 받더라
-
모르겠음 좀 고장나는것같음
-
번장에 싸게 나왓길래 2023꺼 살려고하는데
-
그거 진짜 실제 점수랑 하등 상관없음 그냥 거기서 배워갈거+운영 방식 익숙해지기...
-
현역인데 이동수업 존나많고 배우는거 좆도없4ㅗ 왜다니는거지 시간만 아깝게 ㅅㅂ
-
이렇게 점수가 나왔다는건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거니까, 더 노력해야겠다 내가 너무...
-
술자리 0
그런건 없고 그냥 한손에 폰잡고 맥주캔을 혼자 홀짝홀짝
-
자살해야하나? 4
최근 4개년 수학 기출을 풀면서 단한번도 70점대가 되본적이 없는데.. 그래도...
-
태도 교정 어떻게 하시나요? 피드백보고 사고과정을 고쳤다는데 피드백보면 석민쌤...
-
길바닥에 6
술찌들이 많군요
-
ㅎㅇㅎㅇ
-
빨리 집가고싶어 ㅠㅠ
-
지금 강은양 듣는 중인데 문학은 체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거 같지만 좋은 것 같고...
-
한 번 먹을때 제대로 먹어야됨 상추도 잘라넣고 참기름도 넣고 깨도 뿌리고 상상만해도...
-
잘 자고 싶으니까
-
그냥 자신감 채우기용으로 40분컷 92점 하지만 빨랐죠? 이랬는데 30분은 ㅅㅂ 사람인가
-
작년엔 그렇게 많진 않던데..
-
수능 기하 칠 거고 정시로 완전 틀어서 미적분 안하려는데 정시여도 내신 미적 안하면 감점요인인가?
-
과연.
-
왜냐면 이제부터 기다림이 24시간이 넘을 때마다대가리를 존나 쎄게 쳐서 제 머릿속을...
-
수학만큼은 이미 인간계가 아님
-
시간이 없구나 30분만 더 일찍 준비해서 30분이라도 읽어야겠다
-
진짜 작년9평급은 되어야 30분컷 가능성이라도 열리지
-
건실하게 학교나 다니지 되도 않는 N수해서 ㅇㅇ 성공이라고 했음 몰라
-
피곤 + 내일 1교시 으아아악
-
오르비 오랜만이네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어요
-
실력 작년보단 확실히 오름
-
코로나라고 줌으로 수업은 하는데 기숙사학교라 거의 기숙사 살았었음 근데 어차피 좌다...
-
[[xyo]120페이지로 끝내는 기하 교과 외]...
-
선배한테 들으니까 올해 레전드로 자리없다는데
-
혼자 버려진채로~
-
유튜브에 올린 손풀이 영상을 본 이후로 어떤 영상을 봐도 그닥 충격적이지 않음...
-
230915질문 13
여기서 처음에 a8항 까지 나열해볼때 부등식의 규칙성에 대해 이야기 하시면서...
-
3달전까지 중3이었던 애가 4월까지 학교도 안가는데 공부를 한다? 출쳌도 제대로...
-
20분동안 푸는데 절반틀렸음 걍 개쉬운 지문 ㅋㅋㅋ 수능날 이러면 안되는데
-
대학 생활도 재밌게 해보려는데 애들이랑 나이차 많이 나서 뭐 할 수도 없고 롤...
-
인생날로먹고싶다 1
누군가 매달 나에게 천만원씩 소매넣기 해줬으면 좋겠다
-
올오카 개비싸네 6
살까말까 고민 500번하고 내일 진찌 산다...
-
@kice_ady_1137
-
건대 공대 2
정시 화작확통사문생윤 기준으로 각 과목 등급 몇정도 떠야하나요..??
-
수학황들 와봐요 9
1회독 빠르게 풀고 검토 vs 한번 풀때 찐하게 풀기 뭐하셈?
-
안녕히주무시오 2
굿나잇굿이브닝굿애프터눈
-
본인은 재수생이고 서울대가고싶은데 고1후 부터 정시파이터 해서 내신 5점 중에...
-
마와리다시타 2
보쿠노 미라이가
존경합니다 선생님.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날들에 행복이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가슴 깊이 새길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부대였었는데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