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군필 4수 의대생의 입시 이야기 - 사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377597
삼수까지 말아먹고 진지하게 수능엔 재능이 1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저는 3년여간 이어왔던 무지성 수능 공부를 중단합니다.
4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그냥 어차피 전역도 1년 남았는데, 다른 공부를 시작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당시에 공군 커뮤니티인 휴머니스트에 자믈리에였나? 자격증마다 다 따고 다니시면서 자격증 후기 올려주시는 전우님 있었는데, (혹시 보고계시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분을 보고 감명받아서 저도 포상을 목적으로 본격적인 자격증 릴레이에 들어갑니다
일단 먼저 매경테스트. 매일경제에서 주관하는 경영/경제 시험인데 우수 이상을 받으면 포상 1일을 준다는 말을 듣고 바로 무지성 참전합니다. (공부기간 대략 1달)

결과는 920점 최우수! 상위 0.38%로 매경에서 상장도 받습니다.

텝스는 절반의 성공ㅠ 모고 칠때는 항상 420점 정도 나왔는데.. 너무 긴장했는지 청해 말아먹어서 382

곧이어서 바로 GPQ(그래픽기술자격) 1급 조지고

곧바로 이어서 워드프로세서 따주고

테셋 (TESAT) 경제시험 S등급까지 따고 나서야 멈추게 됩니다

이렇게 위의 5개 자격증을 따면서 저는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일단 포상 5일 획득 ㅅㅅ
근데 단순히 결과가 즐거운 것이 아니라, 자격증을 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수능 공부만 하면서, 같은 내용만 지겹게 지겹게 반복해서 공부해왔는데,
이렇게 세상과 직접 관련된 자격증들을 따면서, 이 세상에는 정말 수능으로 메디컬 가는 것만이 길은 아니구나.
지금까지는 입시 커뮤의 가스라이팅에 속아, 의대에 못가면 영원히 루저가 될 것이라고 인식했었는데.
세상엔 이렇게 다양한 자격증 다양한 직종들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돈벌이를 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24년 5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어차피 12월 전역인데 진짜 인생 마지막으로 수능 한번만 봐보자]
vs
[수능은 이제 포기하고, 자격증 따고 세상 공부나 하자]
원래 진짜 진지하게 후자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더이상 과탐 개념 보는 것만 해도 지겨워서 역겨웠거든요
근데... 25학년도부터 대학들에 "자유전공" 즉, 무전공 선발이 왕창 늘게 됩니다. 무전공이면 대학에 가서 자유롭게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듣게 됩니다
저는 위의 자격증을 따고 세상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대학교 가서 여러 수업들을 들어보면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고 싶었습니다.
원래 다니던 교대는 그러기엔 한계가 명확했기에.. 어쩔 수 없이 전역 후의 가슴 뛰는 삶을 위해 2025 수능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5월에 또 수특을 피고........... 기출을 다시 풀어보며..... 지겹지만 꾹 참고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고,
제 문제점 분석부터 확실하게 하기 시작합니다. 제 문제는 국어 시간에 멘탈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왜냐면 국어시간부터 긴장을 너무 했기에 글이 잘 안 읽혔고, 국어가 망했다는 생각이 곧 수학, 영어로도 오염되어
전체적인 제 수능 컨디션을 완전히 망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 안정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수능은 내 인생의 흥망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설령 수능을 망치더라도 누구보다도 더 잘먹고 잘 살 자신이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잘 될 것이다.
이딴 고등학생한테 내는 문제로 나를 평가한다는게 어이가 없고 참 우습다."
이런 마인드를 진짜 기본으로 장착하고, 긴장이 심할 때의 심호흡도 연습하고, 머릿속으로 풍경을 떠올리면서 고요하고 차분하게 심리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그렇게 본 6평의 결과는 21122,
9평 11132,
수능은 무려 21111로 마무리하며...!! 제 군수는 결국 성공작품이 됩니다
(언매 / 미적 / 물1 / 지1 순)
물론 과정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세히 말씀은 못드리지만 저희 부대가 8월부터 아주아주 큰 일이 생겨서,
저는 병장 4호봉임에도 불구하고 일과시간에 맨날 상하차만 4시간씩 끌려다니고
일과시간이 끝나도 몸이 피곤해서 다들 생활관에서 누워있을 때, 저는 힘든 몸을 이끌고 싸지방에 와서 수학 문제를 붙잡아야 했습니다
10월의 어느날 새벽 1시, 핸드폰 연등을 받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생활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할 때
저는 싸지방에서 물리1 킬러 문제를 붙잡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서러워서 문득 든 생각이,
" 와 이정도로 노력하면 뭘 하든 성공하겠다 진짜.. 이정도로 했는데도 이번에 안되면, 진짜 포기하자."
서러워서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고서 계속 물리를 풀었던 기억이 나네요.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시기가 7월 말인데요, 저는 하늘에 맹세코,
7월 말부터 수능 전날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남는 시간엔 공부했습니다.
아무리 일과중에 4시간 상하차를 해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수학 킬러를 풀었으며
일과가 끝나고 체련 시간에 분위기가 시끄러울 때 저는 물리 킬러를 풀었습니다.
그렇기에 후회가 없고, 미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성적이 잘 나와서,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군수 성공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으로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작년 후반 즈음에, 전국에 있는 모든 846기 중에서 저희 부대 846기만큼 일을 빡세게 하신 분들은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불평불만하지 않고, 오히려 수능보러 휴가를 쓸 수 있게 해주신 포대장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해야할 일을 해나갔습니다. 과정에 충실하면 미련이 없으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서 이야기 포함해서 5편에 이어서 쓸게요.. 좋아요 한번씩 부탁드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대성 캐스트 1타 0 0
대 성 주 임정환 곧있으면 따일듯
-
오늘 시험 2개보는데 둘 다 재시를 주는 과목이군.. 5 0
재시 볼 거 같으면 개추 ㅋㅋ
-
070으로 오는 전화들은 0 0
요즘은 보통 받지도 않고 다 거절하는 편임
-
타 문제집과 겹칠 시 삭제하겠습니다 -------스포주의--------------...
-
대학시험은 1 0
놀라울정도로 긴장이 안되는거같음..어차피 망해도 제자리잖아
-
혹시라도 타 문제집과 겹칠시 삭제하겠습니다...
-
화1은 개념이 탄탄하면 문제풀이는 수월한 과목인가요??? 3 0
어떤가요???
-
학교 부수기 2일차 7 0
ㅎㅎㅎㅎ
-
중심극한정리 개신기하네 1 0
증명은 문돌이인 내가 알아들을 수 없지만
-
ㅅㅂ 어딜써야되지 0 0
가/나 농어촌으로 쓸거여서 다를 써야하는데 서강대 인문기반자유전공은 6칸 추합권...
-
물1 vs 생1 6 0
1등급 목표 추천 ㄱㄱㄱㄱ
-
새 교육과정에서 기존 내신 2 0
교육과정 바뀌면 기존 내신은 아예 못쓰는건가?? 수시재수 못함??
-
낮공도 상괌없는데 낮공쓰면 붙을 수 있을까요?
-
전국단위자사고였어서 내신 많이 낮은건데....수능으로는 연세대 시반 안정권인데...
-
자전은 왜 컷이 낮은걸까요 1 0
학점빡세서그런가
-
통통이 약대 2 0
수시 6광탈로 재수하게 됐슴다 ㅠㅠ 성대 약대 / 경희 한의대가 재수 목표인데 화작...
-
고려대역 지나는데 자기들끼리 "와 ㅅㅂ ㄹㅇ ㅈ된다 ㅅㅂㅅㅂ 오우야" 이럼 ㅋㅋㅋㅋ
-
얼벌기 1 0
얼리 벌레 기상
-
저능아라서 0 0
학점 열심히 챙겨도 잘 안나올거같긴한데 일단 가긴 가야지
-
27수능 선택과목 고민중 2 0
26수능 당시 언미영생1지1 42344 나왔습니다 27수능에는 화작 or 언매 확통...
-
수학 커리 4 0
시대인재 미적 단과 + 시대인재 공통 단과 시대인재 미적 단과 + 현우진 공통 인강...
-
님들 저 ㅈ됏은 7 0
그건 바로 시험이 한 시간도 안 남았다는 것임!! 쌰갈!! 근데 더 중요한건...
-
해외에서 트위터 로그인하면 계정잠금 계속 당해요? 0 0
여행중인데 짤 수집 틈틈이 하려고 트위터 들어가면 자꾸 잠금처리됨요..
-
아 근데 진짜 붙겠지 4 0
두개중에 하나는 예비 앞그룹인것도 있고 예비 ㅈㄴ 많이도는 학교라 차피 지금 내가...
-
서울대 광역학부 정시 지균 0 0
서울대식으로 403.4인데 가능할까요?? 내신은 bb일것같습니다. 진학사로 6칸 나오더라고요
-
외대 건대 문과 1 0
둘 다 상경계열이라고 했을 때 외대랑 건대 중 어디가 더 나은가요?
-
내가 밝아보인다니... 1 1
웃는게 웃는게 아닌 느낌인데
-
아오ㅡㅡ학교와이파이 진짜 0 0
기분잡치는
-
평백구하는법?? 2 0
국+수+탐+탐 하면 92인데 탐구 평균 먼저하고 국+수+탐 하면 91이됨;;;...
-
해사 합격했는데 갈까 3 0
수능 거하게 조져서 23242인데 차라리 해사 가는 게 나으려나
-
내신 6974 3 1
미적분 69.4점 영어 74.4점 ㅁㅌㅊ?
-
어제의주식수익 2 1
어젯밤 다들 평안하셨는지 저는 이틀치 수익 날려버려서 개빡세게 급등주단타해서 수익복구했습니다
-
물변 불변 1 0
서성한, 중경외시 라인 사문85 생명97인데 물변, 불변 중 어떤게 더 유리할까요?
-
실제지원 표본 안 바뀌면 최초랑 최종선 안 바뀌죠 1 0
표본 더 안 들어오네..
-
안돼 파테 ㅠㅠ 3 0
나도 이제 옯창??!
-
난리났네 0 1
입결이 이렇게까지 오를 수가 있는건가
-
전자는 19 가형 92점 받기 후자는 26미적 88 받기 후자가 더 빡세지 않나 어케 생각하시나요
-
열람실에 사람 꽤 많네 5 0
다들 갑자기 벼락치기를..?
-
이대 약대 0 0
언미화생 99 97 2 99 91 가능한가요 진학사로 5칸 나와용
-
고려대 26학번 합격자를 위한 고려대 클루x노크 오픈채팅방을 소개합니다....
-
더현대 가야즤 8 0
무도 팝업이랑 오둥이 팝업 보기 위해 ㅋㅋㅋㅋ
-
숙대 약대 0 0
언미화생 99 97 2 91 99 가능한가요 진학사로 6칸 나와용
-
가형 92면 미적 이번 수능 23-30중 몇개 맞추기가능? 1 0
23-30번 8문제중 몇개 맞출까요 2개 정도 틀리겟죠??? 19-20가형 92요
-
그야..
-
학식,급식이 그립다 3 0
메뉴 고민 없는게 얼마나 좋아 매일 바뀌고
-
와 씨 하차 개빡세네 9 0
하차랑 다른거 와리가리는 해봣는데 하차만 하는건 처음인데 팔은 별로 안아픈데...
-
낼 부터 들으려는데 그냥 2026버전 들어도 별 차이 없겠죠?
-
얼부기 4 1
군수로 확 올라서 의대 정시로 가신 건가요?
넵! 정시 최초합입니다
대단하시네요 ㄷㄷ
저도 군대가면 수능을 치든 자격증을 준비하든 해야할거같은데 군대에서 공부하는법 칼럼 많이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ㅎㅎ 봐주셔서 감사해요
힘든 일과 중 자격증에 군수까지,,,대단하시네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형님..
눈물이 나네ㅇ ㅛ ㅠㅠ
대단하십니다 일과중 3시간정도 공부할수있으면 괜찮은편이였군요
어 휴머니스트 글 올리신 분 아닌가요? 전역 전에 본 것 같은데
멋있어요 진짜
와... 정말 대단한 마인드와 실행력이십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게 존경스럽습니다.! 혹시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주변에서 특별히 도움을 주셨던 분이 있었을까요?! 진짜 대단하시네요!
…살면서 이렇게 압도당했단 기분을 느낀 글은 처음이에요. 존경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같은 군수생입장으로 진짜 존경합니다. 저는 올해 준비하고있는데 많이 배우고갑니다
안녕하세요, 똑같이 4수 군수를 준비하고 있는 한 사람입니다. 저 또한 두 번의 수능 기회를 남기고 있고, 이번 26 수능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군수를 준비중인데..
글쓴이님이 생각하시기에 삼수와 사수 때 성적을 올리실 수 있던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병장짬이 되어서 공부량이 늘어나신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었던지.. 저도 만약 이번 수능이 실패한다면 뒤도 안돌아보고 cpa를 준비하고자 하는데, 똑같이 고민의 기로에 놓이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제 딱 군수를 시작하는데 많은 자극을 받네요. 감사합니다 :)
삼수나 사수나, 공부량이나 공부시간은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수때 달랐던 점은 ‘스스로의 잠재력에 대한 확신’인 것 같네요.
삼수까지는 강박적으로 메디컬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하는것도 없고 덩치도 왜소하기에 안정적인 면허 없이는 나중에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런데 여러 자격증을 따고 또 책을 읽어보니까, 세상엔 수능 공부를 못해도 살아갈 방법이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는 수능만 안 맞을 뿐, 앞으로 이정도로 노력할 수만 있으면 수능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하면 진짜 실패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메디컬 아니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이해한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졌고 실제 수능 때도 편하게 본 것 같네요(물론 준비 과정은 힘들었지만요)
결국 성적이나 결과 상관없이 과정에서 얻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후회없이만 하시고, 수능 이후엔 더이상 입시에 대한 미련은 훌훌 버리시고 다른 세상으로 더 큰 꿈을 펼치길 바랍니다 :)
너무 좋음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