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파워 [966981]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5-03-11 21:24:42
조회수 216

공군 군필 4수 의대생의 입시 이야기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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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2022 수능 32221 ( 언 / 미 / 물1 / 지1)


(재수) 2023 수능 22213 ( 화 / 미 / 물1 / 지1)


(삼군수) 2024 수능 42222 ( 언 / 미 / 물1 / 지1)


(사군수) 2025 수능 21111 ( 언 / 미 / 물1 / 지1)







"인생만사 새옹지마 (人生萬事 塞翁之馬) "


: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예측하거나 단정하기가 어렵다 




(출처: 미미미누 올어바웃 입시 70화 윤도영T)





2022년 11월 17일, 죽을 듯이 노력했으나 같이 재수하던 친구들은 전부 성공하고 나만 망치게 되어




자진해서 공군 입대에 지원할 때만 해도, 제가 2년 뒤에 성공을 하게 될 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재수를 망치고 입대하는 저를 보며 동정하던 사람들이, 제가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을까요




당시엔 그 상황이 최악의 불행이었지만 결국 지나고 보니 엄청난 행운이었네요











25수능을 21111로 마무리하고.. 11월 말에 논술도 몇 개 보러 갔으나 모두 불합격..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진학사를 돌려 보니, 제가 목표했던 자유전공학부로 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은 고려대였습니다.

(서울대 자전 정시의 영역은.. 엄청나더군요.)




애초에 수능을 응시한 목적이 자유전공학부였기에 고대 자전을 쓰려고 마음 먹었으나,




결국 의뱃을 달고 있는 저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방 국립 의대에 원서를 써서 운이 좋게도 합격을 하게 됩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상상 이상으로 부담되어, 곧 은퇴하시는 부모님께 부담을 안겨드릴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기숙사 또는 자취에 쓸 생활비를 생각하면, 선뜻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둘째, 경쟁에 지쳤던 것 같습니다. 4수까지 해오면서 결국엔 나 자신을 증명해냈지만, 




일반 대학에 가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현실적인 결정이지만, 비겁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충분히 드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솔직히 이 결정은, 등록금 비싼 일반 대학에 가서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 수많은 경쟁 속에서 자기계발하며 스스로를 증명하는 삶을 사느니,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살겠다는 저와의 타협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수 시절처럼 맹목적인 의대 선호에 매몰되어서 선택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그 힘들다는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느꼈던 인생 교훈들, 수많은 자격증들을 따며 경험한 세상 지식들,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으며 경험했던 내면의 발전, 군대에서 사람들과 일하고, 때로는 뺑이치고, 대화하면서 얻었던 통찰력들을 꼭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











작년 12월 19일 오전 6시 전역날, 부대 정문을 통과하면서 군생활 동안 느낀 것을 딱 한 문장으로 나타내볼까 하는 생각에 제가 메모장에 쓴 한 문장이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불평불만하지 않고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




기숙 재수학원에서 따로 신경쓰는 것 없이 죽어라 공부만 해도 힘든 게 수험생활인데




공군임에도 군대에서 평일에 상하차 5시간씩 하고 밤에 남들은 생활관에 누워서 다 핸드폰 할 때 




힘든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수학 킬러문제를 푸는 수험생활은 어떨까요




하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불평불만하지 않고, 주변에서 감사할 만한 것들이 있는지 항상 살펴봤습니다.




수능보러 휴가를 쓸 수 있게 해주신 부대장님께 감사하고, 

이렇게 일과 끝나고라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데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 "감사합니다"를 하루 스무번 이상 외치면 진짜로 나에게 감사할 일들이 생긴다" 라는 말을 꼭 기억하고 실천했습니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란 책에서 나온 문구인데 작년에 수험생활 하면서 정말 정말 심리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꼭 읽어보십쇼.. 이하영 원장님 존경합니다..!!)




사실 진짜 제가 이렇게 된 건 행운의 덕택인게 가장 크죠. 저는 행운아가 맞아요. 개꿀 빨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맞아요. 



그런데, 저는 적어도 그 운을 잡을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수험생활동안 감사하면서 살다보니 감사한 일이 벌어진 것 같기도 해요











혹시라도 군수 중인 학생 분들이 이걸 보고 계실지 모르기에 몇 마디 적어보자면...




군수 성공은 어렵습니다. 아마 성공 못 할 겁니다. 이게 저주가 아니라 확률상으로 그렇습니다




근데 군수를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 자체는 우리 인생의 흥망에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가진 <<태도>>는,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적이고 환경만 탓한다면 남은 인생도 탓하는 인생을 살게 되고, 




감사한 태도를 가지고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에만 신경쓴다면 근사한 인생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시죠. 항상 주변에 감사합시다. 감사하게 생각할 수록 감사할 일들이 더 생깁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시죠. 지금 스스로 만든 핑계에 만족하시나요? 나중에 나의 입시 경험을 돌아봤을 때,




"그 때 조금만 더 열심히 살 걸"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저는 적어도 그렇지 않네요. 여러분의 입시가 원망과 후회로 점철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 입시 이야기는 여기까지..!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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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개물개 · 1242984 · 15시간 전 · MS 2023

    존경합니다 선생님.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날들에 행복이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가슴 깊이 새길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