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 때문에 골골대면서 곰곰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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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0대 초의 인생의 방향, 인생의 길은 내가 스스로 내 의지대로 정하지를 못했다.
그 이유는 스무살 일년을
정말
진짜로
너무나도 허무하게 보내버렸기 때문인 것같다.
작년 1년에 대해서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연고대 정도는 사탐 좀만 하면 그냥 갈 수 있을거다."
라고 생각했다. 왜? 나는 국어수학 성적이 되니까 ㅋㅋ 그리고 고3때 6개월 바짝해서 그렇게 올렸으니깐 더하면 존나 당연하게 올라갈거니까 ㅋㅋ..
거기에다가
"진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시립대 이상 성적이 안나오더라도 그냥 다니면 되는거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생각이야말로 내가 내 인생에 대해서 작년 1년동안 얼마나 책임감이 없었는지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것같다.
사실 정말 조금만 진지하게 반수라는 선택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다면 저런 생각은 사실 나올 수가 없었다.
실패했을 때 어떻게 될지.. 과연 나는 삼수를 안하고 시립대를 곱게 다닐 사람일지 이런 것들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 자체가 아예 없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부터 첫 반수를 망치더라도 시립대에 남을 생각이 없었고,
재수가 안되면 삼수로 갈 예정이었음이 사실 그때도 좀만 더 고민해보았더라면 알 수 있었을텐데..
사실 이과로 돌릴까, 하는 고민도 작년에도 했었는데..
아무튼 별 재미없는 푸념을 했는데
반수가 정말 씨발 진짜 존나게 위험하다.
작년 6월 7월쯤에, 수갤에서 누군가 나한테
"니 이번 수능 연고상경 이상 안뜬다에 내장장기 싹 팔아서 베팅할 수 있다."
라고 했었는데 씨발 솔직히 그때는 납득이 전혀 안됐다.
6•9모 성적을 봐도 그랬고, 물론 사탐을 아예 안봤었지만 국수 성적이 만점수렴할 때가 많았으니..
아니 나는 사탐 좀만 하면 옮기는건 당연한거고
수능때 운 좀 안좋더라도 서성한 이런데는 걍 갈텐데 도대체 뭘 보고 이런 말을 하지? 싶었다.
근데 만약에 지금 나한테 누가와서
스마트폰 같은걸로 작년 내 모습이랑 똑같은 누군가를 보여주면서 수능 성공 여부에 베팅하라하면
나또한 내장 장기 다 팔아서라도 수능망한다에 올인할 것같다.
그때 말하는 꼬라지들부터 해서 보면
망한다는걸 지금 나도 알겠고, 그때 나를 보고 있던 수많은 장수생들도 너무 쉽고 당연하게 알 수 있었는데
왜 그때 당시의 나만 몰랐을까?
장수생활하면서 한 삼수까지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게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과 자기위안을 하는 것 사이의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는 것인 듯한데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재수삼수하고 있는 사람이
"아씨발 재수정도는 괜찮지" 라고 생각하는 정도와
"아씨발 진짜 인생이 좇이 됐구나" 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균형을 이뤄야한다는거다.
자기위안의 생각이 강해지면 공부를 안하게 되고
좇됐구나 좇됐구나 하는 생각이 강해지면 불안한 마음과 함께 또 역시 공부를 하기에 불편해진다.
그런데 반수라는 환경은 사람으로 하여금 "괜찮다" 라는 편한 생각을 하기 쉽게 만든다.
씨발 근데 아주 웃긴건 나또한 작년에 똑같은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못느꼈다는거다.
반수하면서 너무 안일해지면 위험하다 라는 말을 진짜 수없이 들었는데
분명히 들었는데.. 들으면서 아 그래 좀만 더 열심히 하긴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까지도 다 나는데 ㅋㅋ..
지금부터 내가 하는 소리가 자랑이나 허세 등으로 들린다면 진짜 아주 잘못 듣는거다.
나 반수할 때 일격오프모의부터 해서 해모, 서바, 킬캠 등등
그런거 푸는 족족 진짜 아주 가끔 88 뜨고 나머지 92 96 100. 오프모의때는 75분컷내고
진짜 누가봐도 잘한다 싶을 정도로 모의 결과들이 너무 잘나왔었다. 특히 수학에서.
문과입시가 수나100 96 띄워놓으면 나머지를 아예 죽쑤지않는이상 서성한은 깔고가는 구조라 머릿속에 얼마나 위안이 됐던지
작년에 수갤상담소라 해서 이과황들 모인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 모인 이과황들 나한테 이과미적킬러 문제랑 거기에 쓰이는 개념만 주면서 풀어보라하고 내가 풀어내고 그런 적이 자주 있었는데 그때마다 칭찬소리 듣고 했다.
"씨발 수가 96 100 띄우는 사람들도 나를 인정한다"
그런 환경에 내가 있었다.
지금 내가 이걸 왜 말하냐면,
진짜 절대 죽어도 망할 리가 없겠다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수라는 환경이 그런 순간을 정말 자주 만들어 버릴 수가 있다.
왜? 껄렁껄렁 공부하면 부족한 점은 절대 안보이고
자기가 얼마나 잘하는지 확인하는 것만 반복되거든.
공부라는게 스스로가 부족한 부분이 보여야 하는건데
내가 얼마나 잘난지만 보이는데 공부를 하게될까? 사람이?
만약 내가 작년에 조금만 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나는 재수를 망치면 시립대 복학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삼수를 달릴 사람이다"
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일본 도쿄에서 여행중에 발표 떴다는 소식듣고 합불여부를 확인했던 2018년 1월의 어느 날에,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합격 여부란에
"최초합격" 이 아니라 "예비번호 273번"이 적혀있었더라면
그래. 그래서 차라리 쌩재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 정말 하루에도 몇 번을 하는지 모른다.
이런 여러가지들을 포함한 스무살 일년의 실책 때문에 결국 나는 20대 초를 수능 최소 3번이상 치면서 시작하게 됐다..
물론 앞으로 잘 될거고 나는 이걸 다시 회복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은 그래도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창창한 20대의 시작과 내 인생의 방향을
내 실책으로 인해 생긴 책임을 지며 시작하고 출발한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무래도 내가 정신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는 상황에 놓여있다보니까 글을 존나 내 푸념을 너무 섞어 썼는데
반수하는 애들한테 정말...
니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기의식을 아주 철저하게 느껴야한다.
니가 설령 씨발 수능만점을 받고 수시납치로 동강동강대 인생동강학과를 왔다고 해도
다시 못 옮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씨발 가져야한다.
물론 이 글 본다해서 달라질 사람이 만 명중에 단 한명도 없을 확률이 정말 씨발 진짜 너무 당연해서
지금 편의점 뛰쳐들어가서 "내일 해가 동쪽에서 뜰 겁니다." 하는 것만큼 당연한거긴한데
그래도 씨발 내 후회를 보고 꼭 좀 느꼈으면 싶다.
내신 8등급.. 모의고사 올 4등급, 징계 기록, 무단기록 20일 이상 등등
그런걸 주렁주렁 달고 다니다가
수능 역전 신화를 쓰고 학교에서 정시파이터의 역사로 남고
그랬던 학생이
삼수생 사수생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인간 유형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사과를 보고 사과인 것을 깨닫는 사람, 하나는 옆에서 누군가가 저건 사과라고 말해주면 깨닫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알려줘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나서 그는 "군주는 첫번째 유형은 되지 못하더라도 세번째 유형이 되지는 않아야한다." 라고 덧붙인다. 대략 내가 저 책을 청소년용으로 처음 본게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이 부분을 정말 인상 깊게 읽던 기억이 난다.
저 세 종류 인간중에 뭐가 가장 위험할 것같냐?
세 번째 인간은 사실 안 위험하다.. 그렇게 쭉 모르고 살면 그냥 행복하거든.
바로 첫 번째 인간이 가장 위험하다.
앞에 있는게 사과였다가 어느새 복숭아로 바뀌어도 계속 사과겠지.. 하다보면 세번째 유형이 돼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두번째 유형이 되려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걸..
지금 내가 첫번째 유형의 사람인 것 같아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걸..
인생 1년을 꼴아박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느낀다ㅡ
부디 다른 스무살들은
내가 느꼈던
젊음과 20대 초반 청춘에 대한 상실감, 박탈감, 우울
이런걸 체험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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