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감으로 푸는게 말이 됨?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381452
됨 ㅇㅇ 안 될 이유가 없음
단, 여러분이 떠올리는 '감'과 제가 말하는 '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 하나 예시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문제를 보자마자 처음 드는 생각은
'가운데에 거지같이 생긴 식 하나', '아래쪽에 못생긴 그래프 하나', 'g가 불연속?' 정도가 될 수 있을텐데, 해답을 내기 위해서 문제를 좀 더 뜯어 먹어보면
g는 f(2^x)의 우미분 계수에 절댓값을 씌운 것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우미분계수가 불연속? -> 첨점? -> 하단의 그래프에서 x=자연수일 때마다 첨점 존재!'라는 사실이 점점 와닿을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아 감 잡았다.'라고 판단하고 (1/32, 32)에서의 자연수의 개수인 31을 n으로 적고 치우면 서두에 적은 전자의 '감'만으로 문제를 푼 꼴이 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여기서 후자의 '감'이 한번 발동한다면 '근데 단순 첨점으로 판단하게 할거면 절댓값은 왜 씌워둔거지?', '왜 하필 우미분계수만 준거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여러 문제를 풀고, 틀리고, 절어본 경험에 의해 수학적 나락 회피 센서가 작동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한번 더 돌아보면 문제식은 어차피 우미분 계수니까 분모는 절댓값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분자에 있는 절댓값 내부의 식의 대소에만 영향을 받으니까
로 두고 보면 'x=m(m은 자연수)일 때 충분히 작은 양수 h에 대하여 f'(m+h)>0이면 (m, m+1)에서는 f를 뒤집어서 판단해야겠구나'를 알게 되어 n=3k는 a가 될 수 없음을 판단하고 n=21을 적는 것이 수학적 '감'으로 문제를 잘 해결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례를 하나 더 들자면
사실 이 문제는 전자의 '감'으로 풀기는 힘들었을겁니다. 감이 안 올거거든요. 자연수가 한둘도 아니고 1부터 감으로 하나하나 찍어넣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그럼 여러 경험을 한 뒤에는 어떤 감을 받게 되느냐
'천장이 있구나'
'천장은 12일 것이다'
'k의 후보군은 12의 약수일 것이다'
라는 감이 바로 왔습니다. '문제에서 구체적인 자연수 k의 개수를 줬으니 k가 무한히 존재할 리 없으며, f(x)=a가 되는 x의 개수가 더 적어야하면 일반적인 삼각함수의 2개 주기 분량인 [-2pi, 2pi]에서 g보다 f가 더 많이 반복된다면 a가 되는 x의 값이 더 많아지므로 조건을 만족하는게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문제의 조건상 f(x)=a인 x는 모두 g(x)=a여야 하는데, 주기의 싱크로가 서로 안 맞게 되면 이를 만족하지 못 할 것이 자명하므로 12의 약수 중에서 따져봐야 함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학 문제에서 '감'은 문제 풀이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수학 문제를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형태인 시험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올라감은 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수학적 '감'을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물론 두 형태의 '감' 모두 그 근원은 이전에 풀어본 문제에 있습니다. 둘 다 '내가 전에 A라는 문제를 보니까 이렇게 풀더라'를 근거로 문제에 대한 접근을 시작하게 되는데 문제의 유형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정리해서 풀어왔다면 감으로 풀었을 때 언젠간 크게 사고가 터질 것입니다. 문제의 형태는 A'인데 발문에 깔린 의도는 B인 문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봤다면 당신의 감은 문제를 푸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줄 것입니다.
이런 이상한 문제에서도 말이죠
일본에서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죠치대의 2010년도 기출입니다.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A, B, C의 대소관계를 파악하라는 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B와 C 사이의 대소관계는 지수법칙 이용해서
라는 사실을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A는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실겁니다.
이때 C가 50^100. 즉 50이 100번 곱해졌고, A가 100!. 즉 1부터 100까지 100개의 수가 곱해졌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또 1부터 100까지의 수에 대하여 그 중간이 50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로 파악할 수 있고, 이는
로 정리해서 일반적으로
의 곱이 n=1부터 50까지 반복된 것이라고 나타낸다면 이것이 50^2보다 커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포착하고 A가 C보다 작지 않을까? 라는 감을 잡고 풀이를 전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일본 유튜브를 참고하면 저보다 더 깔끔하게 나오는 풀이도 있지만 제가 푼 방법을 여기서 간단히 소개해드리자면
이처럼 문제를 처음 마주쳤을 때 받게 되는 감은 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신이 받은 '감'이 진짜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장애물로 작용할 것인지는 본인이 지금까지 문제를 풀어오면서 얼마나 생각을 해봤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기출, 스킬? 강의 다 듣는게 맞나요? 골라 듣는게 맞다면 각각 뭐뭐 들어야 하는지...
-
저 사실 5
중딩 여르비
-
삼육약 3
찾아보니 삼육약 인프라가 안좋고 종교, 술 문제도 있어서 다른 약대보다 꺼리는...
-
꼭 해야 하나요... 낮2~높3등급 인데 기출 각잡고 본적은 없어서 기출 끝내고...
-
밤잠 안 자고 외화 벌어오는데…"서학개미 탓에 머리 아파" 1
서학개미를 바라보는 정부의 심경은 복잡하다. 밤잠 안 자고 해외주식을 사들인...
-
담합해서 가격 내리면 안됨?
-
나 여르비인데 3
맞팔하자 ㅎㅎ
-
롤하실분 5
칼바람 아레나 솔랭 다 좋아용
-
고백하기
-
지구과학 기출 n회독 할만한 가치가 있나요? 고2때부터 기출 풀어서 지금까지 한...
-
한남공대생 입장에선 너무 어려움
-
기타 배우기 운동하기 연애하기
-
개때잡을 다하고 기출을 하는게 나을까요 아님 개때잡을 좀 하다가 기출도 같이 하는게 나을까요?
-
아무도 안 믿겠지
-
수능형 시험(학평, 모평, 사관학교, 경찰대, 수능)에 나오는 극한 문제에 대한...
-
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
모두가 안 믿겠지
-
그리니치 표준시에 맞는 생활을 하기로 결정함
-
아니 우진아조씨??? 13
예? 벌써요? 지금 미분단원 오답하는데요?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기회균형전형 수시 모집인원이 8명 정도인데, 여기서도 수석,...
-
맞팔긔 3
나도 테두리달래
-
자사고 고1 통사때 사회쌤이 교과서에 없는거 가르쳐서 냅다 금본위제도랑 브레턴우즈...
-
현역땐 학원에서 시켜서 국어 언비문.영어.영독.탐구까지 걍 다 풀었는데 수특 다...
-
항등식 차수결정 극값조건 이런게 진짜 기출에 많이 나오는거 같네요 분?석..완료
-
내 무습다 6
내일 천연가스가 어떻게 되려나
-
2025껀 24년 1월에 나왔던데 아직까지 안나오는 이유 아시는 분 계시나요?
-
수학 기준 (강김 제외) 나머지 박종민,안가람,장제원,엄소연 vs 인강 강사...
-
이재명 레전드 0
자~ 이재명 대표는 꼴도보기 싫으니 민주누님이나 보고가세요.
-
일본 반전소설 top5안에 들어가는 미친 책입니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우타노 쇼고...
-
난 침대에서 할래
-
가산3% 연의 카의 고의 메쟈의를 쟁취하자
-
너를 위해 구웠지
-
1일차
-
제곧내
-
착한 수학 고트 오르비언들이 무료로 수학 알려주는데 왜 했지ㄹㅇ
-
안녕하세요! 생명과학 1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하드워커입니다. 과외 추천 대상은,...
-
이거 하면 되는 거지?
-
수학 질문 13
이렇게 식으로 뚫어도 되나요..? 해설지는 그래프로 하던데
-
작수 지1 백분위 98인데 아무리봐도 불안정해서 화1 가고싶은데...다들 망했다고 하네
-
세븐나이츠 6
흠.. 부활 가능?
-
과탐 가산점을 존나 높이면 되잖아
-
워라밸은 세무사가 약사보다 낫습니다 개업비도 세무사는 오천만정도고 약사는 치들 해도...
-
ㅋㅋㅋㅋㅋ 8
-
오늘 국어랑 수학 3모 쳐봤는데 둘 다 5 떴고 영어도 기본 베이스가 제대로...
-
왜 연락이 아무한테도 안오는것인가 그저 예의상 맞팔 해준거였나 내 인생 벌써 막막하다
-
진짜 말안되네 근데 누군가는 이마저도 안쉬고 계속 달린다는거 아냐
-
유의미한가요?
-
지금 제가 학원 조교알바 두개 지원했는데요 하나라도 붙으면 두배로 돌려드리고...
감도 꽤 센스있게 써먹어야 되네요
보통 그정도 센스가 올라오면 자연히 감이 오죠
진짜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문제는 (-inf, 5)여도 답이 똑같은데 외관상 난이도 낮추려고 저런거같음
안정적인 대?칭의 형태
사실 수능 수학뿐아니라 수학자체가 일단 이럴거같은데? 하는 감과 엄밀한 증명의 조합이긴하죠
사실 감이라는게 발견적 추론에 의해 가설 설정하기인데 너무 배척받는 것 같긴 합니다.
'수학적 나락방지센서' 좋은 표현이네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