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군필 4수 의대생의 입시 이야기 (3)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2337734
재수를 완전히 말아먹고.. 공군 3월 입영에 신청한 것이 12월 초였습니다.
당시 운전병 1차 커트라인이 85점이었는데, 86점으로 간당간당하게 붙어서 많이 불안했네요..
그리고 이제 3월까지 시간이 좀 많이 남았죠? 그래서 입대 전까지는 빡세게 과외를 해보기로 했고,
비록 정신적인 증세로 수능은 망쳤지만 수학이나 물리에서 화려한 감각이 남아있었기에
무려 고2 올라가는 학생 2명이나 과외를 맡게 됩니다..! 시급은 3이었구요.
(의대생인 지금도 과외가 안잡혀서 화상과외 고작 1개 하고 있는데ㅠㅠㅠㅠ 어떻게 잡았나 싶네요)
비록 현실이 너무 암울하고 시궁창이었지만, 유일하게 과외하면서 학생 가르칠 때 만큼은 현실 세계를 잠시 잊고
학생에게만 집중해서 어떻게 하면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하느라 온갖 잡념들을 떨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했구요..! 문제를 설명하고 학생이 이해했다고 했을 때 주는 성취감이 정말 너무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2월 말에 공군 면접을 보고, 1월 말에 결과가 나왔는데..
무려 325명 중에 308등..! 으로 아슬아슬하게 합격하게 됩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군대가는거로 왜 기뻐하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렇게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어낸 적이 인생에서 정말 오랜만이었어서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그렇게 2월도 과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3월 입대 전엔 마지막 발악으로 일본을 6박 7일로 다녀오게 됩니다.
(당시 스즈메의 문단속 보고 감명받아서 최대한 따라해봄)
그리고 과외를 끝마치고는 과외생 중 1명에게 고맙게도 편지까지 받습니다 ㅎㅎ
(참고로 이 친구는 25학번 현역 수시로 연세대 공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정말로 자랑스러운 제자)
그리고 입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대하면 정말 자살하고 싶다, 너무너무 우울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이미 현실이 시궁창이었던지라 오히려 입대하는게 기대되고 즐거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입대 다음날 일어나서도 주변에 빡빡이밖에 없는걸 보고 주위 사람들은 사회를 그리워하면서 절망하는게 보였는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아침밥 뭐지?" 이딴 생각이나 했었네요 ㅋㅋㅋㅋ
훈련주에 들어가서도, 저는 오히려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는 싹 잊고, 조교가 하라는 대로 복종하고,
뺑이치고, 달리고, 바닥에 구르고.. 완전군장하고 행군하고, 가스실 들어가서 가스 마시고..
오히려 너무 즐거웠어요! 호실 동기들이랑도 엄청 친해져서 밤마다 노가리까기도 했구요 ㅋㅋㅋㅋ
그리고 특기학교를 가서 운전을 배우고.. 5월 중순, 지방의 모 포대로 자대 배치를 받게 됩니다
나름 도시랑 가까워서 교통이 편리했고, 외출나가기에도 좋았던 환경이어서 만족했습니다
전입 초, 화장실 청소 등 짬지의 일을 하고, 동기들과도 친해지고, 선임들 눈치도 봐가면서 적응하려고 무지 애썼던 기억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련하네요.
그렇게 짬지의 설움을 벗어나서 맞후임도 받은 7월 초 즈음, 본격적으로 군수를 시작하게 됩니다
재수를 했던 베이스가 남아있기에 국어도 언매로 돌리고 문법 강의부터 시작하고, 수학도 N제부터 시작, 과학도 스피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일과 시간동안 눈치봐가면서 공부해서 대략 1시간 정도 나오고,
일과가 끝나고 저녁먹고 온 뒤인 18시부터 21시 반까지,
그리고 청소 및 점호 이후인 22시 반부터 24시까지 연등한 결과 평일 기준엔 6시간 정도, 주말엔 10시간 정도 공부 시간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풋살하러 나가거나, 급히 일을 도와야 하는 등을 제외하고 평범한 날 기준입니다..!)
그렇게 당일 휴가를 쓰고 9평을 보러 갔는데,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41222...
저번 수능의 여파인지 아직도 국어 시간에 두려움과 정신 망상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월 즈음엔 슬럼프가 찾아와 1주일 정도 공부를 손에 놓고.. 11월까지 애쓴 결과..!
42222.... 결국 국어 공포증을 이기지 못합니다. 게다가 할매턴우즈 24 핵불 국어의 영향으로 시원하게 말아먹고,
수학, 영어, 과학까지 제대로 풀지 못하고 거의 다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시험 끝난 당일날 집 앞에서 펑펑 울면서, 차라리 저기 지나가는 차가 날 쳐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안되는 시험이구나 이거. 진짜 못하겠는데. 몇 년을 공부해도 절대 안되겠는데 내 머리로는, 내 지능으로는 진짜 불가능한데
그냥 포기하자. 수능판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나라 이민을 가든지,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라는 마인드로.. 수능 끝나고 부대에 복귀하게 됩니다
4편에 이어서 쓸게요..!! 좋아요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상식적으로 당연한 결과는 비상식적인 인간과 만나면 안당연해진다 0
너무나 두렵구나...
-
오늘은진짜너무피곤해 얼버잠 해야지
-
생윤 안맞는 사람 되게 많을거 같은데 친숙한 한지로 도망치는 사람 오ㅑ케 적지 무슨...
-
26부탁)Unknown님 제발 허위선동 하고 당당하게 다니지는 맙시다 25
https://orbi.kr/00072247560#c_72270777 << 해당 글...
-
심지어 백건아팀은 벌써 실모도 만들더라 권용기쌤, 정선아쌤, 이충모쌤은 뭐하실까...
-
유퀴즈 때문이었구만
-
고3 자습 특 1
시발점,수분감,자이스토리,강기분,새기분 ㅈㄴ많음 특히 강민철은 한반에 6명이상 듣는듯
-
근데 좋다
-
메인 뭐임 7
으아아
-
26기념 ㅋㅋ
-
의도적으로 쉽게 내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내 로망인데ㅋㅋㅋ 이번에 논술 한번 보고(붙으면 23살이지만ㅅㅂ) 내년에 편입 시도할듯
-
메가패스랑 대성패스 둘 다 있는데 누구 듣는게 좋을까요?김종웅쌤 좋나요?
-
다음생엔 7
한남들때려잡는 페미니스트가되고싶어
-
저희 가족 7명인데 여행 함 가보자고 올해 6인승짜리 차 하나 구해왔더니 차상위...
-
아니면 거북목 딸깍딸깍 와 피지컬 지린다 생각남?
-
제가 국어를 잘 못해서 같은 문제에 두 해설이 다른 건지 질문 올립니다. 여승, 못...
-
(저번에 성별관한 투표를 했었음)
-
젭알
-
방금 정전났음뇨 2
창문보니 다른집들도 다 정전난듯 저녁먹는중이였는데
-
Kbs 애니메이션으로 나옴?? 올오카에서 언급한거 보니까 엄청 자신있어하던데...
-
"이론상" 96 100 2 98 96 언매미적사탐2일 때 추합컷에 들어갈까요??
-
재수를 완전히 말아먹고.. 공군 3월 입영에 신청한 것이 12월 초였습니다. 당시...
-
16 25틀 18찍맞 91(86)이네요 18은 분모에 3배수 들어가는게 합리적인데...
-
정원 복귀 된건 수험생입장에선 아쉽지만 더 잘해서 저안에 들어가야지
-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면 개추 ㅋㅋㅋ
-
재수 물리노배러인데 지금 배기범 필수본 역학적에너지보존 나가고있음 설명을 하는데 뭔...
-
미기확 중에 뭐를 추천하시나요 정승제쌤 듣고 있고 중딩때부터 수학 안한 노베임니다...
-
한국 구조가 신기한거임? 동아시아 3총사 잘 아시는분 있남,,,,,,,
-
설맞이n제가 2
작년에 언제 나왔더라? 올해는 언제 나오지?
-
기출 볼건 다본듯한데 이걸로 비시즌 때울까..
-
자주 들어온 질문인데 수학으로 그 해 전국 30등 정도 안에 들면 갈 수 있습니다....
-
네 그런 가능세계 없으니 그냥 민주누님이나 보고가세요.
-
305
-
경희대 에브리타임 계정 8일까지만 빌려주실분 계신가요? 사례o 1
9일부터 정지 풀려서... 8일까지만 쓰고 돌려드립니다 댓글로 오픈카톡 링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현강자료 ㄹㅇ감탄하면서 푸는중ㅠ 수능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제가 아직도...
-
정시구요 과목 듣는 건 언매(수특 문학독서언매) 미적 심화수학(수12)...
-
ㅇㅇ
-
ㅠㅠ 갑작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통역 해달라고 문의 들어옴 ㅠ 내일 수백명...
-
확통 사탐입니다
-
그래그래 그건 사실이야
-
굿밤
-
옯만추후4ㅣ 3
왜죄더잘생김
-
반수할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26 메가패스 사서 공부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
탐구 바꾸려고하는 반수러인데 2학기부터 공부해도 ㄱㅊ? 1
작수는 물1화1응시했고 II+II또는 I(했던과목)+II생각하고있는데 2학기부터 시작하면 늦으려나요
-
[단독] 40개 대학 총장들도 “내년 증원 0명”...의대 학장 요구 수용 출처 :...
-
무물보 27
자기 전 오르비 거의 안 들어오는 듯?
-
Qube 5
큐브 qcc 컴퓨터로는 못 쓰나용

일단 좋아요 꾹와 글 잘쓰십니다! 다음 편도 기대함
감사합니다! ㅎㅎ
휴머니스트에서 글 잘 읽었습니다. 전우님 의대 합격 축하드립니다
오 휴머에서 보셨군요..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