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때 꽃으로 고백받은 썰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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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였음
나와 그 아이는 둘이서 반에서 1,2등을 다투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 나는 눈이 높은 편이라 사람 얼굴이 마음에 드는 일이 자주 없었는데 걔는 진짜 내 취향으로 생겼었어. 눈큰 무쌍에 입꼬리가 노윤서처럼 생겼었거든. 걔 좋아하는 여자애들 몇명 봤는데, 성격이 무던해서 그런지? 남자애들 사이에서도 나름 인기가 많았어..ㅋㅋ 3월달부터 그렇게 걔의 얼굴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는데 5월에 반 애들 다같이 꽃놀이를 간거야. 담임쌤이 너그러운 분이었기 때문이지. 그때 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화장하고 꾸미고 하느라 정말 피곤했어. 봄향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걍 애들 사이에 낑겨서 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나들이를 가서 꽃 들고 사진찍고 막 그랬는데 걔가 혼자서 구석에서 폰으로 꽃 찍고 있는거야. 내가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걔한테 다가가서 같이 셀카 찍자고 했지. 걔가 알겠다고 해서 나는 걔한테 바닥에 있는 벚꽃 하나 주워서 이거 들어보라고 했어. 그러고 사진을 같이 찍다가 갑자기 담임쌤한테 발각된거야. 담임쌤이 우리 같이 사진 찍어준다고 막 찍고 있으니까 애들이 하나 둘 씩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막 환호성을 지르는거야. 둘이 사귀냐? 우우우우! 이런 중학생의 악질적인 놀림 있지? 그걸 당했는데. 나는 별로 안부끄러웠는데 걔가 진짜진짜 부끄러워하더라고.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는 걸음에서는 말도 못하고 따로 돌아갔어.
나랑 걔랑 이름이 진짜 비슷하거든? 생일도 하루차이었어. 그래서 그날 다음부터 애들이 나랑 걔를 이름으로 엮으면서 칠판에 적으면서 놀리기 시작했어... 정말 여전히 나는 상관 없었는데 걔는 부끄러워하더라. 막 남자애들한테 하지 말라고 뭐라고 하고 엎드려 버리더라고. 내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고 점심시간에 걔 불러서 내가 싫냐고, 나랑 엮이는거 별로냐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걔가 싫대. 그래서 난 내가 그날 사진찍자고 한거 미안하다고 하고 걍 그날부터 공부만 열심히 했어 기말고사 준비나 빨리 하려고. 근데 그 시기쯤에 애가 옷을 하복으로 바꿨는데 진짜 하얀색이 잘어울리더라. 그때 깨달았던게 내가 쟤를 좋아하는구나. 그걸 깨달았어.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갈걸? 이렇게. 그리고 점심시간에 걔가 공부할 때( 난 원래 점심시간에 공부 안하는데) 따라서 공부하기도 했어. 걍 걔랑 같이 있고 싶어서. 나는 원래 후회 안하는 성격이지만 당시에는 후회가 많이 됐어.
그러고 기말고사가 끝났어. 나랑 걔는 중간 고사때는 시험 점수 맞춰봤었는데 내가 이겼었거든? 그래서 내가 반 1등이었어. 나는 그때 이겼다는 사실도 기분 좋고 걔랑 등수가 나란히 있다는 사실도 되게 좋았었는데, 이번에는 걔가 올백을 맞았더라고. 나는 두개 틀리고. 이게 다 엄한데 한눈팔고 짝사랑했기 때문이야. 집에 가는 길에 막 눈물이 나더라. 분해서. 하나도 마음대로 된게 없었거든.
그러고 나서 다음날에, 그니까 나는 학교를 되게 빨리 나가는 편이었거든? 내가 맨날 아침에 가서 창문을 열고 환기 시키고 애들 올때마다 인사했는데, 그날 나 말고 걔가 먼저 와있는거야.
그래서 난 그냥 최대한 태연하게 인사했는데, 걔가 나한테 이리와보래. 걔 자리가 창가자리였거든? 그래서 내 자리에 가방 놓고 거기까지 힘들게 걸어가서( 분위기가 뭔가 발걸음이 안떨어지더라고 ) 왜 불렀냐고 물어봤는데 걔가 책을 피더니 뭘 보여주는거야. 근데 그게 벚꽂이었어! 처음에 모야 어쩌라고? 이런 표정으로 멀뚱멀뚱 보고 있었는데. 걔가 그날 너가 나한테 준거잖아. 이러는거야. 미친!!! 그걸 왜 아직도 갖고 있냐고? 애초에 중학생남자애가 꽃을 책 속에 보관한다는게 너무 의외였어. 중학생은 가오잡고 담배피는 나이 아니었냐고. 그러거니 말거나 걔는 계속 말했는데 걔 왈, 자기는 학기 초부터 내가 좋았다는거야. 벚꽃 구경 갔을때도 진짜 진짜 기뻤는데, 자기가 날 거부한 이유는 내가 중간고사를 이겨서 그랬대. 뭐 이건 이해가 안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네? 그래서 이번에 기말고사때 자기가 이겼으니까 이제 말해도 된데. 내가 좋다고. 그러고 나서 나는 나도 너가 좋은데? 이렇게 말하고 서로 어정쩡하게 있는 사이 어떤 애가 등교해서 우리는 결국 말을 마치지 못하고 1교시를 시작했지.
-계속
심심해서 별걸 다쓰는군. 내 첫사랑 노윤서남아 보고?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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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친구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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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해 5
남의칫솔로 양치하고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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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맘고생 많았네ㅠ www.instagram.com/t1_gumayu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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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점수면 이과로 과 상관없이 어디까지 갈 수 있었나요? 지방 약 가능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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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7 5
777777
부럽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5.gif)
다소의역) 필자는 남르비?다?역 pc주의자시군요 편견을 조금만 깨뜨려 보신다면?
![](https://s3.orbi.kr/data/emoticons/almeng/003.png)
장난이에요…ㅋㅋㅋㅋㅋ저는 너그럽고 착한
오르비언입니다???
알죠! 오르비언은 다 착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