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없이자유로운 [584465] · MS 2015 · 쪽지

2015-12-19 04: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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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없이 자유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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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태어남.


아버지는 생명을 공부하는 가난한 유학생이셨고..

어머니는 사랑만을 좇아 일본으로 온 순정파셨음...ㅎㅎ

아버지 유학 도중에 내가 태어나서

5년간 일본에서 지냈다고 함..

두 분은 물질적으로 힘드셨지만 주님만을 의지하며 일본 생활을 버티셨고..

나는 유복하진 않지만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냄.


5년을 자연 속에서 뛰놀며 춤추고 노래하며 보냄.

나의 유별난 감수성은 이런 어린시절 때문일까...ㅎ


귀국해서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함.

아버지의 대학이 계속 바뀌시는 바람에 3번정도 전학을 함.

활발했던 성격이 조금씩 소심하게 변해갔고...

초등학교 5학년때 담배를 처음 핌..

단체로 컨닝하다 걸려서 교무실에 불려가고

점심시간에 탈출하다 걸려서 부모님 호출되고 그랬음...ㅜㅜ


이렇게 조금 유별난 유년시절을 보내고 중학교를 부산으로 가게됨...

완전 쓰레기 학교였음...ㄷ

사투리 알아듣기도 힘든데 

입학 첫날부터 서열싸움을 시작함..ㄷㄷ

조용히 지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진짜 조용히 지냈지만

키작고 곱상하고 서울말 쓰는 나는 곧바로 그들의 타겟이 됨..

두달정도 시달리다가 어떻게든 무시하고 다니니까

시비거는건 그만두더라.. 그 후로는 마음맞는 애들 몇명이랑만 다니면서

피시방도 다니고.. 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냄..ㅎㅎ

하지만 중2때 극심한 중2병이 찾아왔고...

음악에 심취하게 되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키가 커지고

록 한답시고 맨날 학교에 일렉기타 매고 다녀서

나를 좋게봤던 선생님들도 나를 멀리함..


담배는 여전히 못끊었지만 양아치들이랑은 절대 같이 안놀았고

밴드부 만들어서 여전히 맘 맞는 애들하고만 놈..

밤늦게까지 기타치고 학교에선 자고...

방과후 밴드부를 낚으로 학교에 다녔음..

상위권이었던 성적은 바닥을 치게 됬고..

중 3 말 내 최대 목표였던 학교 축제 공연을 제대로 말아먹고

등떠밀려 지원한 외고를 장렬히 떨어진 뒤

공부잘하는 학교라 소문난 남고에 입학함.


아버지께서 부산에서 정교수가 되셨고

부산에선 나름 잘사는 집 서울 출신 엘리트 라는 인식이 생김.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투리를 안쓰고 뽀얗게 생기고 일본어 잘한단 이유로

주변에 나한테 호감있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던것 같음...

패션센스 있다는 소문도 많이 들었고.. ㅎ

일진들 눈에 들어오면서 걔들덕에 여자도 만나게 됨.. 

강제적인 야자가 짜증나긴 했지만 학교생활 꽤나 재밌어서 불만없이 다님..

근데 또 내 성격상 강제적으로 뭘 하는걸 너무 싫어하는 터라

금방 학교에 흥미를 잃고 음악에 심취하게 됨..

록만 듣다가 블랙 뮤직의 늪에 빠지게 되면서

..또 빌에반스에 빠지게 되면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함...

완고한 아버지를 6개월간 졸라서 결국 실용음악학원에 등록을 하고

학원 다니면서 피아노치는 맛으로 버틴듯 함..

학교 친구들은 거의 없어졌고

모두가 야자를 하고 저희들끼리의 추억을 쌓아나갈 때

나는 맨날 음악실가서 혼자서 놀았고

고2때는 친구들과의 추억이 없음.. 


고 2 후반에 서울로 전학을 가게됨.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스카웃이 되신 거임.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고2때, 그것도 학기중에 전학을 간다는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였음... 

전학가는 학교가 공학이라는 점이 좀 기대되긴 했지만..

그냥 양아치 소굴이었고 2학년은 학교도 짜증나고 그 속에서 독야청청하고 있는데

동아리 같이 하던 여자애랑 친해져서 사귀게 됨...ㅎ

서울애들은 첫경험이 빠르더라.. 나도 그때 첫경험 했고

신촌으로 학원 다니면서 서울라이프를 즐기게 됨.

하지만 서울에서의 입시는 부산보다 훨씬 빡셌음.

내가 부산에서 다니던 학원은 진학하는 대학이 거의 정해져있고

진로도 거의 정해져 있었는데 (워십 공연 반주나 ccm 앨범 제작)

서울에서 가르치는 음악은 내가 생소한 것들도 많았음.

진학하는 대학의 질도 달랐고...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재즈피아노를 나와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됨.

고3이 되고 위기감이 생겨서 죽도록 연습만 함..... 정말 죽도록

예체능 하는애들 학교 3시에 마치면 바로 학원 가서 연습하고

학원에서 밥먹고 학원 문닫을때까지 연습하다가

문닫으면 근처 연습실 가서 새벽 2시까지 연습함..

하루에 적어도 10시간 가까이는 연습한듯..

그렇게 6월달까지 보내는데 팔꿈치에 이상이 옴.

재즈피아노는 클래식과 다르게 타건을 할때 엑센트를 주는 테크닉이 많은데

강세주는 연습을 너무 심하게 하다 보니까 테니스 엘보가 나감..

엠알아이 찍어보니까 수술은 힘들고 무조건적 휴식만이 답이라고 하는데...

입시가 코앞인데 마냥 쉴수는 없는 일이고.. 이 악물고 연습하다가

결국 손목이랑 팔꿈치 인대가 완전 파열됨... 연골도 거의 없어진 상태고

결국 피아노 포기하고 포기한 다음날부터 맘잡고서 공부 시작함.

왜 해야되는진 모르겠지만 자포자기하면 내 인생 쪽난다는 위기감이 있었기에..

공부하는 애들 틈에 끼어서 고1수학부터 시작함...........

수학만 하루에 5시간 넘게 공부했고 영어는 그나마 잘했어서 EBS 열심히 봄..

엄마가 대치동에 유명한 강사 알아봐 주셔서 국어 사탐은 거기서 듣고..

진짜 열심히 5개월 보내고 수능 쳐서 국숭세단 라인 입학함.

노력한것보다 성적이 잘나와서 기분 좋았지만

공부한 기간이 짧았고 또 아버지 대학이 목표였는데 성적이 모잘라서 재수하기로 결심함.


재수할려고 메XX터디 재종반 들어갔다가 도저히 성격이랑 안맞아서 2주만에 나옴.

약간의 우울증도 생겨서 엄마 몰래 상담도 받으러 다니고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거의 두달동안을 어영부영 날림...

맘 잡고 공부 시작한건 4월 중순 부터였고 

같이 재수하는 친구 따라서 도서관 다니면서 나름 열심히 공부함.

오히려 공부만 하니까 우울감도 없어지는것 같았고.. 친구랑 같이 하니까 의지도 되고

나름 즐겁고 열정적이게 지냄..ㅎ


... 하지만 얼마 안가 우울증이 도지고

공부하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집에서 폐인처럼 지냄..

원래도 예민하고 유리멘탈인데 우울증까지 오니까 미칠것 같았음..

음악은 여전히 하고 싶었음..


6월부터 수능까지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음.

공부는 죽도록 하기 싫은데 그렇다고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그런 상황..

공부해서 좋은대학에 딱히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공부해서 취직해서 살아갈 자신도 없고..

근데 재수를 결심했으니 공부는 해야겠고..

공부는 더럽게 안했는데 6, 9월 성적은 기똥차게 잘나옴..

6월에 21111을 맞고 자만심과 불안감과 끝을 모르는 우울감 속에 허우적대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독재반을 억지로 3개월정도 다님.

정말 억지로 다녔고 공부는 여전히 안됐지만 

여기라도 안다니면 정말 자살할 것 같아서 그냥 다녔음..

도서관 다니던 친구도 나 따라서 왔고

나름 학원에서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여자도 만나고 하면서

우울감은 많이 줄어들음.. 공부도 전보다 훨씬 수월해지고

2개월정도 바짝 정신차리고 해서 9월에도 21111이라는 만족스런 성적을 얻음.

자신감이 생기고 나름 삶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함.

피아노 연주자가 못되더라도 음악가가 될수는 있는거니까.

흑인음악 작곡가가 되자. 알앤비 소울 싱어가 되자는 꿈을 가지게 됨.

앞을 보지 못하는 스티비 원더의 음악과

모타운 출신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네오소울과 힙합에 심취하게 되면서

국내에서 한명도 시도해보지 않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야망에 들끓게 됨..

대학에 가서 반드시 흑인음악동아리에 들어가리라는 희망으로 공부를 하게 됬고..

수능땐 한참 미끄러졌지만 그럭저럭 수긍할만한 성적을 받음.


현재는 음악 장비 사서 밤에 작업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하고 알바하면서 살고 있음..ㅎ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음.

음악을 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보다

음악을 하는게 내 운명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었던 것 같음.

음악이 아니면 내가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그런 사고방식...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도 지나치게 집착하면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람이 너무 감성적이면 피곤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음.


보다 현실적인 인간이 되고자 사회생활도 해보고 있고 친구도 많이 만나고 있음.

근데 사람들과 섞이면 섞일수록 그들과 나 사이에 벽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음.

난 절대 그들처럼 살아가기는 힘들 것 같고.. 죽을때까지 홀로 외로울 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


하지만 그런 외로움 가운데서도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고,

내가 나의 인생을 바칠 만한 일을 찾아서 그 분야에서의 성취를 이룩할 것이라고 믿음.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하고 싶음.

더이상 그만 우울하고 싶고.. 밝은 음악을 하고 싶음.


내 꿈은 한국에서 누구도 선보이지 않은 알앤비/소울/힙합 아티스트임.

퓨처리스틱하고 세련된 트랩을 기반으로 한 소울 음악을 하고 싶음.

얼마전에 dean이라는 국내 아티스트 음악을 들었는데, 내 취향이랑 비슷하더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음..


어쨌든간에 나는 음악으로 벌어먹고 살 생각이고 

주변에서 뭐라 하건 말건 내가 하고싶은거 하고 살 거임.

이런 입시 사이트에 왜 글을 적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새벽 감성에 충만해서 적어봄.

닉값하면서 살고 싶음. 빈지노 가산데 인상적이더라..


쥐뿔없지만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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