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약 독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1108479
안녕하세요우 약속대로 비문학 칼럼을 들고 왔습니다.
올해 첫 칼럼이다 보니 상당히 가벼운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서론은 차치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
'도약 독해'는 문장에 명시적으로 드러난 정보를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문법적인 답안입니다.
모의고사나 수능을 치를 때 혹은 그런 때가 아니더라도 글을 읽을 때 글자가 눈에서 튕겨 나가는 듯한 경험을 겪어본 독자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수차례 겪어보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도약 독해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므로 주의 깊게 읽기를 권장합니다.
하나의 문장은 단어로 나눌 수 있고, 단어는 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단어가 둘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한 단어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라는 네 개의 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한 단어는 '책'이라는 한 개의 형태소로 나눌 수 있죠.
형태소는 뜻을 지닌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형태소는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질형태소는 어휘적 의미가 있는 형태소입니다. 형식형태소는 문법적 의미가 있는 형태소입니다.
형식형태소는 실질형태소와 함께 쓰여 그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나는 오늘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에서 실질형태소는 ‘나, 오늘, 밥, 먹-’이고, 형식형태소는 ‘-는, -을, -었-, -다’입니다.
형식형태소를 독립적으로 표상하려고* 시도해 보면 표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질형태소를 독립적으로 표상하려고 시도해 보면 표상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 ‘오늘’, ‘밥’은 표상이 되지만 ‘먹-’은 표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중간에 '표상하다'의 정의를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잠깐 끊겠습니다. '표상하다'는 '글이 담고 있는 것을 뇌 안에서 모델링하다'라는 뜻입니다. '글이 담고 있는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 혹은 그것을 분석하거나 조합한 것을 말합니다. 오감을 통해 감각하고 지각할 수 있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글로 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은 것 또한 글로 담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며칠 전 제가 검정 포르쉐를 타고 대치동에 있는 김밥천국에 도착해 억척스러운 주인 아줌마가 가져다 준 맛있는 참치 김밥과 매운 떡볶이를 먹었다고 해봅시다. 직전 문장을 읽고 머릿속에서 모델링하셨다면 바로 이것이 직전 문장을 표상한 것입니다. 이때 억척스러운 주인 아줌마에서 억척스러운이라는 요소와 매운 떡볶이에서 떡볶이라는 요소를 분석하고 조합하여 '억척스러운 떡볶이'라는 얼핏 보기에 말이 안 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분석하거나 조합하여,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 경험할 수 없는 것 또한 글로 담길 수 있는 것이죠.
비록 실질형태소 하나만으로도 표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문장을 원활히 독해할 때를 생각해 보면 문장을 형태소마다 끊으며 읽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장을 형태소 분석을 하면서 그 전체를 표상하려 한다면 잘 되지도 않고 매우 비효율적인 독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문장을 어떻게 독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문장을 적절한 텍스트 단위로 끊어가며 읽습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실질형태소는 그 자체로 표상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질형태소마다 끊어가며 읽지 않죠.
적절한 텍스트 단위란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독립적으로 표상이 가능한 적당한 텍스트 단위를 말합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문장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위가 너무 작아도 혹은 너무 커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위가 너무 작으면 문장 자체를 조합했을 때 문장 초반부에 표상한 것을 잊어버려 조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단위가 너무 크면 대충 읽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느 정도의 단위 크기가 적절할까요?
예를 들어, ‘일반 사용자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영상이 번져 흐려지고,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이 흔들리게 된다.’라는 문장을 독해해봅시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이 정도가 적절합니다.
‘일반 사용자가 /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 /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 영상이 번져 흐려지고, /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이 흔들리게 된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문장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단위의 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를 슥 읽고, 넘어가서 그다음 단위를 슥 읽고, 이러한 과정을 문장이 끝날 때까지 반복해서 마지막엔 문장 전체를 조합하여 표상하는 것이 마치 도약하는 것 같아서 적절한 텍스트 단위로 끊어가며 읽는 것을 ‘도약 독해’라고 명명했습니다.
상당수의 독자들이 이미 도약 독해를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도약 독해를 의식적으로 연습하시길 권장드리고 이미 도약 독해를 체화했더라도 혹여나 긴장된 상황 속에서 글자가 튕겨져 나간다면 의식적으로 도약 독해하여 최악을 방지하시길 바랍니다.
---
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다룰 칼럼들은 모두 『독해분석』에 있는 내용들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판매 페이지 혹은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독해분석』을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종이책 판매 페이지:
pdf 판매 페이지:
https://docs.orbi.kr/docs/
https://docs.orbi.kr/docs/
https://docs.orbi.kr/docs/
---
다음주 칼럼은 대망의 '물음표 띄우기' 되시겠습니다.
도움이 되신 분들, 매주 칼럼을 읽고 싶은 분들은 좋아요와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3km 9
12분대 목표로 뛴다 본인 지금 15분도 겨우 될까말까임
-
맞을거야…. 맞아야됨…..
-
김승리 kbs 0
교재 필순가요? 있으면 좋겠죠?
-
공부 끝 2
-
또 수능판 기어올거아냐 원래 급간 비슷하면 안옮길텐데 제적시키면 올거고...
-
올해 수능 준비하려고 늦게 마음 먹었어요 ㅜ 전과목 4~5등급 노베라서 개념부터...
-
역대 평가원 화작중에 가장 어려웠던게 작년 6평인가요? 3
더 어려웠던적 있음? ㄷㄷ
-
오늘은 과외준비한다고 공부많이 못햇습니다ㅜㅜ
-
이제 슬슬 0
공식적 인원모집을… 김승리 김기현 정병호 현우진 보라타카
-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1
논리싫증주의자는 관심이 없다
-
문학 3
왜 잇는겨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엑셀 트러스 0
님들아 이거 다 사시나여? 트러스만 살까하는디
-
네 정시호소인 친군데 사탐 뭘해야할지 모르겠대요 윤리를 못하겠다는데 한지 사문하라는게 베스트일까요
-
얼버기 6
-
오공완 1
퇴근
-
아직 확정된 그런건 없나요..?
-
으흐흐 오르비 얘기도 하고 ㅇㅎㅇㅎ 계명대 의예과 쪽찌주세요><
-
공부ㅇㅈ 1
-
울었음 특강좀요
-
국어 ㅈ노잼 0
국어를 수학을하기위해 뛰어넘어야하는산으로 인식하고있음 원래 재밌어야 느는건데...
-
1)시대기숙에 허수 유입되서? 2)걍 돈
-
가을이언니 최애라 실물봐보는게 소원임 언제봐도 실물>>>카메라일거같은 멤 1위라
-
삼빵 맛있노 ㅋ 2
ㅋㅋㅋ
-
녹차가 뇌 백질 없애줘서 치매나 알츠하이머 예방에 굉장한 특효약...
-
잔다리 4
ㅃ
-
뷰ㄹ렛
-
커뮤특 1
-
아이민 몇까지 나왔는지 궁금한데
-
국어의 을사오적 3
1. 배아픔 2. 배고픔 3. 긴장됨 4. 잠못잠 5. 실수함
-
저녁여캐투척 6
짤은 귀찮아서 생략했으니 알아서 상상하십쇼
-
케세~라세라~아 6
질~러라 불타는 청춘~
-
아니면 아싸리 육진 방언처럼 상대높임법에 따른 대답 방식으로 이름 지어도 ㅈㄴ...
-
어차피 130개밖에 안 되는 거니까 다 외울 수 있습니다. 헌법 객관식 문제 푸는...
-
ㄱㄱ혓.
-
요즘 뇌가 너무 비활성화된 느낌이야
-
참을까 1
말까
-
과외순이가 말을 너무 안 들음
-
+ 추가조건 : 8이하의 자연수 n 오류발견하시면 500 추가로 드립니당
-
오늘 나한테하나 배운거다
-
어디학교인지는 비밀
-
문항 공모 냈는데 8주 내로 연락준다더니 두 달은 커녕 세 달째에도 답은...
-
이제 겜 안함 6
22번이 더 재밋음
-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fjot4468nxa...
-
상상도 못했는디
-
안녕하십니까, Emit Light입니다. 3모가 2일 남은 가운데 걱정이 많은 우리...
-
굿바이 뉴진스~ 5
잘가요~
여기 대부분 개돼지라 이해 못할 겁니다.
교재 구매 후 매우 만족해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올해 꼭 원하는 결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