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를 하늘이 내려주신 마지막 수능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들어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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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제 수능 n수가 많아지면 많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수능에만 매달리긴 심적으로 부담되고, 학교를 잘 다니는 남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죠.
그러다 보면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뭔지 찾게 되고, 그러다 레이더망에 걸리는 것이 "군대"입니다.
어차피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인생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요즘 군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보니
골치 아픈 두가지를 한번에 해결해보자 하고 "수능"에 더 초점을 맞춘 상태로 입대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꽤 봤었고요.
그런 분들에게 제가 드리는 말씀은 "군대는 군대만으로도 힘들다" 입니다. 오늘은 이 점에 대해서 좀 자세히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아래 내용을 기술하기에 앞서 저는 공군 특수차량운전병 출신으로, 군대에서 군수를 해본 경험이 있고(24수능) 해당 수능에서 꽤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우선, 군대를 가서 군수가 가능하려면 몇 가지 환경적인 조건들이 맞아야 합니다. 해당 조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배속받은 자대에서 배정받은 특기가 일과중에 하는 일이 적다.
2. 하루 일과가 꽤 규칙적이다.(크루제 X).
- 근무인원의 수가 적당히 있어 추가근무를 급하게 불려나갈 일이 많이 없어야 함.
- 비상시를 위해 주말에 대기하는 근무가 아니어야 함.
3. 선임들 및 간부들이 공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이해해주려고 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간단하게 작성하면 이 정도입니다. (타 부대/특기에서 근무하신 분들께서 다른 애로사항들을 더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육군에서 해당 조건에 다 부합하는 부서를 "어쩌다 운 좋게 걸리실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내 부서가 해당 조건들이 모두 성립한다? 축하드립니다. 군수를 목표로 하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그럼 많이들 노리시는 공군은 어떨까요? 공군에 "입대하기 위해서"는 지원점수 커트라인을 넘겨야 하는데, 해당 커트라인은 요새 넘기기 매우 힘들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1종 보통 면허를 들고 운전병으로 입대를 한다면, 기훈단에서 대형 면허를 가진 분들께 밀려 특수차량운전병으로 배속받을 확률이 매우 높은데, 이 경우 개꿀 운전병라이프와는 멀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군 들어가기가 오죽 힘들면 "육군에서도 군수할 수 있나요?" 와 같은 글들이 올라오겠습니까. 그거 준비한다고 시간 쓸 바에 밖에서 수능 대비하는 게 시간 아끼는 길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조건들이 다 충족이 된다고 가정을 했을 때, 군대에서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보편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주중 : 개인정비시간인 17:00~21:30, 학습연등시간인 22:30~24:00 다 합친다면 약 6시간 정도입니다. 만약 인강을 보고자 하신다면 해당 시간 내에 처리하셔야 합니다.
주말 : 약 17시간(07:00~24:00, 학습연등을 02:00까지 풀어주는 경우 19시간. 부대마다 상이, 당직사관 자율)정도에서 밥 먹고 씻는 시간 약 4시간 등을 제외한 13시간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일주일에 공부할 수 있는 총 시간은 56시간 정도입니다. 이를 평균내면 하루 8시간 정도 공부를 하는거죠.
근데 군대에서 하루에 8시간씩 공부해서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 원하는 때에 인강을 시청하며 내 시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 하루에 10시간 +a씩 공부해서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를 저울질한다면, 사회에서의 재수가 압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들 간과하시는 부분은 "군대는 군대다"라는 것입니다. 군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가는 곳이며, 우리나라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목적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개인의 목표"가 이보다 우선시되어 존중받지 못하며, 때문에 얼마 안되는 공부시간마저 침해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내 공부"가 최우선시되는 곳은 사회에서 재수를 할때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환경적 요인이나, 기타 상황들로 인해 군수에 뜻을 두고 달리고자 하시는 분들은 정말 필요한 공부만 잘 해서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제게 궁금한 점들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통해 물어봐주세요.)
한창 군수나 할까 하고 군대로 눈을 돌리실 분들이 많을 시기인 것 같아서 노파심에 몇 마디 적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26학년도 수능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수험생 여러분들과, 이 시간에도 저희 나라를 불철주야 지켜주고 계신 국군 여러분들께 응원과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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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일과시간이 고정되어 있어서 이 경우 자대 선후임기수들만 잘 풀리면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헌병 뛰고 있는데 자대 좋게 걸려서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고 있슴돠.. 부바부인 것 같습니다
전설의 부바부가 맞긴 하죠. 좋은 자대 걸리셔서 다행입니다!
궁금한 점이 좀 많은데 쪽지로 실례가 안된다면 여쭤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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