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문학의 감을 잡자! - 1. 있는 그대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0424072
제가 고심하고 고심한 결과, 제 활동량에 비해 팔로워수가
낮은 건 맞팔을 안해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뻘글밖에 없어서 팔로우할 가치가 없다
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좀 쓸모있는 글을 써보려고 기획을 해봤고, 그래도 제가 그나마 잘하는게 국어 과목이라 국어 관련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올 수능 국어 백분위 100)
아마 이런 종류의 글에 [칼럼] 이라고 쓰는 걸로 아는데,
칼럼은 아니고요,
그냥 좀 도움이 되고자 한마디 적는거고,
칼럼이라 붙이기가 부끄러운 글이라 그냥 씁니다
다들 알고계신 내용일수도 있고요
저는 사실 문학을 정말 어려워했습니다. 일단 MBTI가 T고, 시나 소설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주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저는 독서가 나았어요. 시간은 걸릴지라도 깐깐하게 따지면 답이 나오니까요.
서론이 길었고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최근 평가원 문학 기출을 보면, 그리고 특히 킬러배제 이후 문학 문항의 출제 경향을 보면, 다들 아시겠지만,
문학의 독서화
경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고3 수험생들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기에, 평가원에서 깊은 문학적 감상과 해석을 요구할 수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문학 해석은, 특히 현대시의 경우, 굉장히 주관적이고,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구절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내려면, 조사 하나, 단어 하나, 어미 하나 가지고 장난치는 수밖에 없고, 해석과 의미에 관련된 문제를 출제하려면, 보기를 제시해서 틀을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시를 보겠습니다. 한번 풀어보세요.
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현대시입니다. 우선 보기부터 읽어보세요.
(가) 시만 볼거에요. 원래 문제에서 (나) 시는 김광규씨의 [대장간의 유혹] 입니다. 지금은 필요 없습니다.
자, 읽었다면, 다음 선지의 정오를 판단해 봅시다.
(가)에서 '불꽃'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것은,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되어 있는 속성을 끊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겠군.
정답은 X 입니다. 틀렸어요.
사실 보기가 없이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시의 5연(마지막)을 보면,
주름 잡히는 연륜마저 끊어버리고 / 나도 또한 불꽃처럼 열렬히 살리라
라고 나와있습니다. 선지의 말대로 불꽃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된 '불꽃'은 무언가를 끊는 것이 아니라, 화자가 지향하는 삶을 표현한 것입니다.
예컨대, '오르비마저 끊어버리고, 나도 또한 의대생처럼 열심히 공부하리라' 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의대생이 오르비를 끊는 주체인가요? 아니죠. 화자의 지향점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틀렸습니다.
또한 조금 더 자세히 독해를 해보면, 시에서는 주름 잡히는 연륜을 끊"고", 불꽃처럼 살겠다고 합니다.
불꽃은 연륜을 끊은 뒤에 등장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불꽃은 무언가를 끊는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선지와 보기를 자세히 독해하면,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된 속성은, 화자가 지향하는 삶이고, 불꽃으로 표현됩니다.
한마디로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된 속성 = 불꽃" 인 것이죠.
그렇다면 불꽃을 끊는 수단으로 불꽃을 제시했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이 문항의 정답률은 화작 32%, 언매 37%로, 당시 문학 오답률 1위이고, 전체 오답률 2위입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시의 글자, 선지의 글자를 있는 그대로 하나하나 뜯어서 확인하면 전혀 어려울 게 없는 선지입니다.
사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문학적인 감상은 거의 요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서 내용일치 문제에 가깝다고 봐야죠.
이게 바로, 최근 문학 고난도 문항의 트렌드입니다. 꼭 고난도 문항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단순 내용일치, 말장난으로 답이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문제에서 얻어갈 교훈은, 바로, 문학을 "있는 그대로", 비문학 지문처럼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선지가 다 옳은 것처럼 보일수록, 여러분은 있는 그대로 글자 그대로 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메가스터디 김상훈 선생님은 이걸 'LITERALLY', 한국말로 리러뤌리 라고 부릅니다.
빼도박도 못하게 답을 정하는 방법은 글자 그대로 출제하는 것이죠.
이렇게 독서처럼 선지를 판단하는 것을 많이 연습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연습문제 하나만 더 풀어보고 마치도록 하죠.
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현대소설입니다. 여러분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파마늘 지문이죠.
문제 나갑니다.
정답은 4번입니다.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규칙은 '시민이' 정한 게 아니라 '관청'이 정했습니다.
자세한 해설은 다른 해설강의를 참고해 보도록 하시구요,
이 문제 또한 있는 그대로 사실관계를 파헤치면 쉽게 풀리는 문제였습니다.
정답률은 화작 53%, 언매 57%였고, 문학 오답률 1위였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구요, 문학이 껌이 되길 기원합니다
(좋아요 팔로우해주세요)
한마디만 붙일게요.
저는 고3 수험생에 불과하고, 니가 뭔데 문학 강의를 하고 있냐 이렇게 받아들이실 수 있는데,
이건 제가 문학 기출분석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이 원칙을 이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실 별로 도움이 안될수도 있고, 생각하시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네, 왜냐하면 전 일개 고3 수험생일 뿐이고 제 말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죠.
그러나 문학을 푸는 과정에서 일종의 팁으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생각하기도 함 그럼 우린 '술 먹자'를 '수불 먹자'라 하고 '하나 둘 셋...'을...
-
진심임
-
기억하기 좋게 딱 말해드리겠음
-
수능시계 고장났는데 어카지
-
흐음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
남자 있음?
-
확통 선택자들은 1
확통 만점을 전제로 선택하는거에요? 확통을 어에 다 맞지
-
정병호라고 부를거임 내맘임 왜ㅜ자꾸 강요함
-
6평 대비 국어 2
6평대비로 국어 모의고사 풀건데 3모가 낫나요?5모가 낫나요?
-
올해 연말에 고민해봄
-
국어-언매 수특 사서 다 풀기 수학-점화식 존나 풀기 탐구-개념 백지 복습 이거...
-
자 9
랭크 가자
-
너무 자극적이야
-
오늘 대치에서 마주친다면 밥 사드리겠습니다
-
비결은 오르비가 엉망진창되니 줄이게됨
-
자야징 6
오르비 잘쟈
-
잘자 12
지
-
맨날 하면 두오만 햇는데
-
왜가는지는 묻지마셈
-
애니모의고사라고 내놓는거 보면 전부 내신틱하고 평가원스럽지 않아 6
그래서 내가 평가원스럽게 만들었더니 씹불수능이라고 욕먹음 하나 더 만들어보고싶긴한데 너무 바쁘다
-
저는 고등학교 들어와서 계속 이과였던 학생이었습니다 생지로 작년 69수능을 쳤었고...
-
뭔 ㅅㅂ 낮대치 밤대치 따로임?
-
나랑 닮앗단 소리도 듣고
-
3등급임 승리쌤 듣다가 좀 부족한거같아서 정석민쌤 들을려고 하는 데 베이스부터...
-
9시쯤 잘 듯 2
예아-
-
가지말라고
-
우울하지말고우웅 9
누가한말인지 몰라도 참좋은 말이다 우웅
-
대치동 괴담 8
종종 엄마손잡고 고등학교를 등교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대치동 다이소 뒤에...
-
에엣 10
취
-
생일입니다 9
그냥 그렇다고요
-
국어 0
오늘 6평대비 국바 64점… 하 인생
-
영국 8
공중전화 침입
-
흠 18
4덮 국어는 왜 잘본걸까 솔직히 쉽다 느꼇는데 5덮은 준네 어렵게 느꼇음
-
연세대도 와주세옹 10
평지라 조아옹
-
설경
-
??? : 근무청에 전화해서 잘생겨서 못간다고 하면 되잖아
-
안녕하세요. 농어촌 고3 고민 들어주세요. 국어 공부법 알려주세요! 10
오르비 눈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게시글 올리려면 가입하고 일주일을...
-
서울대 오타쿠 동아리 애니뮤 모의고사 문제 중 노래 영역들 28
흠흠 이 정도면 기본 상식이지
-
우웅할때 똥싸 0
우웅..
-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S중학교 2학년 A(당시 14세)군 등 8명은...
-
오늘공부 0
국어:언매 음운 중세국어 복습, 강e분 동유가학습, 상상3-2풀채오 수학:김현우...
-
청심환 한번도 한먹어봤는데 6모때 먹어보려고함 이유는 심장이 내 생각과 다르게 너무...
-
내가 물리를 진짜 얼마나 열심히햇는데 하…. 실모 50도 몇번 찍어봤다고
-
사문 1강 질문 3
1. 모네의 작품에 나타난 '색채와 표현 방식의 변화'는 그가 백내장에 걸렸음을 알...
-
내가 다녓던 학교는 모고 성적 하위 10퍼정도엿음 강북
-
오 2
차누쌤 6모 국어채점 프로그램 주는구나 6모 분석법 한번 해볼가.. ㄹㅇ 머리 터질꺼같던데
-
사문 1
적중예감 시즌프리 1 2 3 4회차 순서대로 45 47 47 45 4덮 5덮 42...
-
크아아아악
-
이제와서 개념강의 듣는거 에바지...? ㅋㅋㅋㅋㅋㅋ
-
2011년인가 2010년 목동 센트럴 프라자에서 여학생이 학원에서 외부인 앉으라고...
글 내용이랑 제 경험을 같이 두고 보면, 요즘 나오는 문학 강의가 다 비슷한 듯 하네요
+ 이과생들은 문학의 독서화 현상에 쌍수들고 환영할 듯 싶네요 ㅎㅎ

멋진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