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 이과생이 생윤을 보면? : 사탐런을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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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 점선으로 분리했습니다.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필요하신 부분만 읽으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오르비에 글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입시를 치르던 시절은 처음으로 수학 가형과 나형이 통합되던 연도였습니다. 해당 시기에 이른바 '교차지원'이라 불리는 미적과탐 응시생의 인문사회계열 지원이 굉장히 많았고, 서울대 투과목 응시의무가 아직 존재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나 정시 입시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확통사탐으로 연대 공대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이제 내 입시 경험으로 남들에게 함부로 훈수를 하면 안 되겠구나. 조언하는 데 있어서 각별히 조심해야겠구나 느꼈습니다.
오늘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이른바 '사탐런'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사탐런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올해 봄 즈음부터, '무조건 사탐 가는 게 압도적으로 이득일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것에 대해 글을 써야 하나 싶다가, 입시를 마친 지 꽤 된 제가 함부로 조언을 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되어 작성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능의 채점 결과를 보고, 화1 50점과 생윤 30점 후반대의 표점이 같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올려 볼 만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6년 전 통합사회를 수강하고, 그 이외에 별도로 생윤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의 '생윤 노베 이과'인 제가 이번 수능 생윤을 직접 응시함으로서 '과탐 공부할 시간에 사탐 하는 게 대부분의 학생에게 가성비적으로 더 낫다'라는 명제를 보이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아래의 주의사항들은 꼭 먼저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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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과생의 '사탐런'이 처음으로 현실화되어서인지, 이번 년도의 사회탐구는 전반적으로 변별력 있게 출제되었고 특히 생활과 윤리는 최근 평가원 시험 기준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난이도였다고 들었습니다.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드시 유지되리라고 확정할 수는 없을 뿐더러 '사탐런'이 늘어날수록 그 효과는 감소할 것이기에 올해와 '사탐런'의 효능이 동일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2) 사회탐구의 많은 과목 중 '생활과 윤리'는 특히 더 요구되는 배경지식의 양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주어진 글을 차분히 독해하는 것만으로 풀리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물론 과학탐구에 비해 전반적으로 요구되는 학습량이 적은 것은 맞으나, 아래 내용을 보고 모든 사회탐구 과목이 이렇다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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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제가 푼 문제들을 공유드리며, 실제로 노베 이과생이 생윤을 처음 접했을 때 어느 정도로 해결이 가능한지 보여드리려 합니다. 성적을 먼저 말씀드리면, 33점으로 3컷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습니다. 예전에 흥미 삼아 생윤을 한두 번 쳐 봤을 때도 3컷 근처의 점수였던 걸 보면, 이것을 저의 표준적인 점수대로 받아들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래 문제들의 풀이는 문제를 풀던 당시의 저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구어체로 작성하였습니다. (없는 문제는 그냥 읽고 풀면 되는 쉬운 문제이거나 제가 틀린 문제입니다.)
읽어 보니까 (가)는 의미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애고, (나)는 윤리학의 목적을 문제 해결 방안 제시에서 찾는 애네.
일단 1번은 잘 모르겠으니까 넘어가고, 2번은 '마땅히 추구해야 할'이란 워딩이 좀 걸림. (가)는 그냥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애지 뭔가 가치 판단을 하는 애가 아니잖아? 일단 거르고
3번은 (가)에 대한 서술 같으니까 거르고, 4번은 그냥 서술된 내용을 단어만 적당히 바꿔 놓은 거네. 4번 찍고 넘어가자
음... 글이 좀 길긴 한데 일단 읽어 보자. 얘는 인간은 착하거나 악하다고 일단 구분을 짓고 있구만.
글의 첫 부분에 시인은 행위하는 인간을 '모방한다' 라고 했고 '모방된 인간'은 1) 우리 이상으로 착하거나 2) 우리보다 더 나쁘거나 3) 우리랑 동등하다는 거군.
마지막에는 시인, 즉 모방하는 사람의 임무가 '일어날 법한 일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하네.
1번은 누가 봐도 '우리 이하의 악인'을 묘사한다고 하니까 아니고. 2번은 이미 위에서 3개로 갈라치기를 했으니까 역시 아니고. 3번은, 위에서 구분한 3개 중에 동등이 있으니까 아닐 거고, 4번도 마찬가지로 아니네. 그럼 5번이 남는데 마지막에 얘기한 내용이랑 5번이 일치하니까 5번이 답이겠네.
둘 다 대충 동양 할아버지들 얘기 같으니까 유교 도교 불교 대충 그 세 개 중에 하나 아닐까?
갑은 뭔가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까 기운이 어쩌고 하는 게 도교 같고, 을은 번뇌를 떨치고 약간 이런 느낌이라 불교 같네
1번은... 도교는 약간 죽음도 기가 흩어지는 거라 자연스러운 뭐 그런걸로 받아들이는 느낌 아닌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님? 거르고
2번은 인륜의 도 같은 소리 하는 거 보니까 약간 조선 시대 꼰대 성리학자들 얘기 같으니까 이것도 거르고
3번은 불교에서 윤회하면 안 좋은 거 아니었나? 그리고 번뇌 떨쳐내라매 죽음의 참모습 자각 이런느낌이 아니라
4번은 애초에 윤회사상 가지는 불교에서 삶과 죽음의 의존관계를 부정한다는 게 뭔가 말이 안되는거같음
그러니까 대충 5번 아닐까 싶어서 5번 찍음 (사실 3번이랑 좀 고민함)
이거 좀 문제 어려워서 고민했는데 일단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현대기술때문에 지구 파괴되고 우리가 결단해서 지구 지켜야되고 약간 그런 느낌인거같음
그러면 일단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ㄴ은 맞는거같으니까 3번 아니면 4번일거고
'현대 기술'이라고 얘기했을 뿐더러 '미래 세대의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라고만 했지 이게 긍정적 영향인지 부정적 영향인지는 말 안 했잖아? 그니까 ㄹ은 뭔가 아닌듯
그래서 3번
8번 10번은 틀려서 3점 까임
뭔가 읽어보니까 통합사회에서 배웠던 내용이랑 비슷한거같음
갑은 이성이 있는 애들만 신경을 써주자 약간 그런거같고, 인간만 이성이 있지않나? 그럼 동물은 포함안되는듯
을은 대지 공동체 어쩌고 하는거보니까 식물이랑 돌도 우리랑 하나입니다!! 자연보호하라!! 약간 이러는거같음
그리고 병은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능력이라고 하니까 동물까지인듯? 우리가 풀 밟을때 풀이 아프다고 소리지르진않으니까
그러면 일단 ㄱ은 어느정도 맞는말같은데 혹시 말장난 낚시일수도 있으니까 세모쳐놓고
ㄴ은, 당연히 환경운동하실거같은 을도 동의할 내용이니까 틀렸고
ㄷ은 동물을 도덕의 범위에 넣는게 을일아 병이니까 맞고
ㄹ은 뭔가 처음에는 틀렸다 생각했는데 ㄱㄷ이 없길래 ㄹ이 맞나보다 함
왜냐면 도덕적으로 고려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자연물을 파괴하면 안되는건 아니잖음?
백퍼 대지공동체 어쩌고 주장한애도 이산화탄소 펑펑 쓰고 다녔을거임 아니면 ㅈㅅ
11 15번은 틀림
이건 대충 읽어보니까 걍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거같음
ㄱ은 잘 모르겠음 절대 빈곤이 감소하면 좋은거아닌가? 근데 절대 빈곤이 감소해도 기본적 필요 충족이 되는지 안되는지랑은 무관한거같아서 이건 넘김
ㄴ은 맞는듯? 기본적 필요를 충족 못하는 게 극빈자라고 주장하는 거 같아서 기본적으로 필요 충족하면 걔네들도 기부해야겠지
ㄷ도 맞는거같음 내가 에어컨 펑펑틀면서 이불 뒤집어쓰는 쾌감을 느끼는것보다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사람들 도와주는게 우선이라는거잖아
ㄹ은 좀 애매한데 ㄴㄷ이 너무 맞는거같아서 일단 넘김
을은 약간 자립할 수 있게 우리가 도와줘야 된다는 건데 불평등 감소는 걔네들이 해결해야 될 문제잖아 자립하고 나서 알아서 하라 해야되는거인듯?
이건 정확히 뭔 사상가인지는 모르겠는데 좀 선비같이 말하는거보니까 칸트인거같음 선의지 어쩌고저쩌고 하는거부터가 정언명령 타령하는 칸트 느낌이 나서 일단 그렇다고 생각하고 풀었음
칸트가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라 뭐 그랬던걸로 들었는데 그럼 1번은 아닐거고 당연히 선비같은 기질을 감안할때 5번도 아님
그럼 234 남는데 칸트같은 선비가 4번처럼 생각하진 않았을거같음 왜 도덕을 지켜야하나요? 걍 해라 일케 주장한애니까
그럼 23 중에서는 무조건 3번이지 하고 3번 찍음
17 18 19는 나름 추론한다고 해봤는데 다 틀림 (고민했던 두 선지 중에 틀린 케이스가 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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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약 생윤의 개념들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기출 회독만 했어도 아마 틀렸던 문제 중에 세네 개 정도는 더 맞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과탐에서 동일한 백분위를 받는 것보다 이게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느끼기에 사탐런은 정시로 대학을 가려는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특히 국어나 수학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탐구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껴 국어나 수학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거의 필수일 것 같습니다.
당연히 사탐도 막 33 맞아버리면 좋은 대학 가기 힘듭니다. 다만 똑같은 등급을 맞기 위해 보다 적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은 보여 드린 것 같습니다. 난 무조건 탐구 11 맞겠다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탐런을 적극 권장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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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 할수록 꼬이는듯한 느낌?
결론은 쌍지 합시다
좋은 글이네요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