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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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달을 마주할 때
숨을 삼키는 것조차 버겁곤 했던 밤들이
여전히 두 손에 차고 넘친다.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나를, 달을 미워하며
태생을 알 길 없는 불안을 이불 삼아 간신히 몸 뉘던 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의 빛깔을 오롯이 끌어안은 조약돌도 별이라던
흘러가는 라디오 소리에 위로받을 수 있었음은 분명
지금도 여전히 주먹을 꾹 쥔 채 숨쉬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11월이 왔다.
수많은 활자들로 메워진 어제를 지나고 스스로 움츠러든 하나의 세계에
한순간 라디오 소리로 스쳐 흘러들어가고 싶은 지금이다.
그리고 저기, 저 끝
역광 앞에 가늘게 선
그대
그대에게 목청껏 외치고 싶다.
펜촉이 줄줄이 닿는 검은 발자취 따위는
결코 당신이 걸어갈 길의 오답이 될 수 없음을.
쉼을 모르는 듯 머릿속에 메아리치던 고동은
더이상 그대를 사로지르지 못할 것임을.
ー결국 이르렀을 때
그대를 환대하는 모든 바람들을
두 팔 벌려 헝클어뜨려주기를.
.
.
.
나를 앞서가는 모든 여행가들이자
나를 휘감아줄 모든 바람들에게 올립니다.
당신의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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