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thus [565783] · MS 2015 · 쪽지

2015-12-02 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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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실패 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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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이후부터 저는 '나는 상위권이다'라는 환상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문제를 실수로 틀리면 '나는 상위권이니까 이런건 아무 문제가 안돼'라는 위험한 마인드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어둠의 길을 자초한 셈이죠. 그때부터 성적은 하락세가 시작되었습니다.

공부의 양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평일 기준 매일 5시간씩(현역이기에) 순공부량을 유지했죠. 하지만 문제는 질이었습니다. '집중'이 관건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7모에서 그 결과는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영어가 시험 3개만에 2등급이 나온 것이죠.
7모 21212, n수생이 빠진것을 감안하면 정말 위험한 성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위기의식 없이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고 잡다한 취미를 가져온 자신이 지금 돌아보면 한심합니다.

9모 전, 영어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성적은 올라갈 때는 꾸준히 오르지만, 내려갈 때는 그것을 붙잡기 힘들다."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만 고집불통인 저에게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였습니다. 오히려 저는 기고만장해져서 모든 불가항력적인 법칙을 깨부수려고만 했죠.
그러나 본격적으로 n수생들이 모인 9평의 결과는 정말 암담했습니다. 9평 13223.... 9평의 성적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는 저를 불안감에 빠지게 했고, 저는 이제부터 각성하는 듯 보였습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죠. 다시 말하면 아직 부족한 점도 찾지 못한 채 무턱대고 공부했다는 뜻입니다.

이후 10모에서 보여준 성적은 참으로 우울했습니다. 13122라는 성적은 제가 여태까지 생각해왔던 대학의 레벨 이하였죠. 수시에 치중하는 현역들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3122는 최악의 성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심하게도 주변에 있는 '성적이 낮은 사람들'을 보며 위안했습니다.

단 하나 긍정적인 것이라면 10모 이후 저는 수학을 제대로 푸는 공부법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취약했던 21 30을 푸는 방법을 6개년치의 수학 문제 풀이로 복습했고, 사설 모의도 잔뜩 사다가 연구했습니다. 수학을 푸는 시간 역시 단축되었습니다. 수능이 요구하는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사탐에 소홀해진건 최대의 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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