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국어의 각자병서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9427479
ㄲ, ㄸ, ㅃ, ㅉ, ㅆ, ᅘ, ᅇ, ᄔ
‘ㄲ~ᅘ’은 전탁자인데 고유어에서 단독으로 쓰인 것은 ㅆ과 ㅉ, ᅘ뿐이고 나머지는 고유어에서 된소리 표기로 쓰이긴 했으나 제한된 환경에서만 쓰였다. 동국정운의 서문에 “我國語音, 其淸濁之辨, 與中國無異, 而於字音獨無濁聲”라는 문장이 있는데 “우리 말소리의 청탁의 구별은 중국과 같으나 (우리나라) 한자음에만 탁성이 없다”라는 뜻이다. 우리 말소리에는 있으며 우리 한자음에는 없는 소리 계열은 경음 계열이므로 전탁음을 표기한 각가병서 'ㄲ, ㄸ, ㅃ, ㅉ, ㅆ'은 경음을 표기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각자병서가 경음을 나타냈다면 어째서 아래와 같이 제한된 환경에만 된소리가 나타났는가 하는 것이다.
3)
가. 홀 껏, 올 ᄄᆞᆯ, 여흴 쩌긔, 쉴 ᄊᆞᅀᅵ
나. 둡ᄊᆞᆸ고, 조ᄍᆞᆸ고
다. 엄쏘리, 니쏘리, 눈ᄍᆞᅀᆞ
라. 쓰다, 일쯕, 말ᄊᆞᆷ
(3가)는 관형사형 어미 ‘-ㄹ'과 함께 적히는 된소리 부호 ‘ᅙ’가 나타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예인데 이를 바탕으로 각자병서는 이때도 된소리로 기능했다고 추정한다. (3나)는 ‘둪ᄉᆞᆸ고, 좇ᄌᆞᆸ고’의 음소적 표기, (3다)는 사이시옷이 후행 음절로 옮겨 적힌 예시로 이때 역시 된소리로 기능했다고 해석된다. (3라)는 그외의 경우로 ㅆ과 일부 ㅉ만이 해당된다. 즉 이 당시 각자병서 표기만 보면 ㅆ과 일부 ㅉ을 제외했을 경우 된소리는 관형사형 어미 뒤에서만 실현되었다는 얘기로 흐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어학자들은 ㅅ계 합용병서도 된소리를 나타냈다고 보고 경음의 분포를 설명한다.
ᅘ, ᅇ, ᄔ은 매우 드물게 사용되었다.
4)
가. ᅘᅧᄃᆡ, 치ᅘᅧ시니, 도ᄅᆞᅘᅧ
나. ᄒᆡᅇᅧ, 쥐ᅇᅧ, ᄆᆡᅇᅭᆫ, 메ᅇᅲᆫ
다. 슬ᄔᆞ니, 다ᄔᆞ니라
(4가)의 ᅘ은 ‘y’ 앞에서만 실현되는데 ‘ㅎ'의 전탁음 즉 ‘ㅎ'이 엉긴 소리(제자해에서 “凝”이라고 기술)이다. ᅘ은 ㅎ을 세게 발음하는 [ç]나 [x]로 추정된다. 각자병서는 원각경언해(1465) 이후로 자취를 감추지만 17세기에 ‘ᄻ’이란 표기로 부활한다. (4나)의 ᅇ도 ‘y’ 앞에서 쓰이는데 ㅇ의 된소리라기보다는 긴장된 ‘y’음을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4다)의 ᄔ은 ‘슳ᄂᆞ니, 닿ᄂᆞ니라’의 ㅎ이 동화되어 나타난 것으로 ‘ㄴ'이 오래 지속됨을 표시하는 것이며 그 발음은 [n:] 정도일 것이다. 음성학적으로 ㄴ의 경음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ᅇ과 ᄔ을 따로 음소로 보지 않고 변이음으로 처리한다. 훈민정음 언해의 ‘ᄒᆡᅇᅧ’가 다른 문헌에서는 모두 ‘ᄒᆡ여'로 실현되는데 당시의 사람들에게 ㅇ이나 ᅇ이나 별반 큰 발음 차이가 인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ᄔ 역시 별개의 음소의 지위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각자병서의 표기는 원각경언해(1465)에서부터 쓰이지 않았는데 이는 경음 계열이 국어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표기에서만 없어진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난 왜 저능할까 ㅠㅠ
-
공부하기 싫다~~~~
-
인생 몸무게 최저치 164 38 몸무게 최대치 167 55.8 지금 169-170...
-
집와서 다음날 오전 영어 과외 준비하명 하루가 끝나겠군 심지어 다음 주부턴 수학...
-
설마 모르겠어
-
아니면 내가 너무 비참해져
-
현역이고 엔티켓 풀고있는데 데이 하나에 두개쯤 틀려요 678번 라인에서 틀리는데...
-
164 38까지 떨어져봄 중2 때 지금은 169-170 52 밥먹으면 54 1달...
-
우효 1
으럇으럇 팡팡
-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
기파급 물리 0
기파급 물리 하면서 기출문제집도 푸는게 낫나요 아님 그냥 기파급 회독하고 n제푸는게 낫나요?
-
.
-
제목보고 긁힌 분들 어서오시고 센츄 축하드립니다
-
기분이 매우 1
삣삐한 상태에요
-
욕심이 너무 많다
-
스블하길 잘헌듯 6
먼가 많이 배웟네
-
병신허수밖에 없던 나의 오르비 돌아와
-
인생이망함 10
안여돼와꾸갈린모쏠찐따에게으르거멍청함 어떻게사람이이렇지
-
03이상 분들 3
올해 도전하심.?
-
9모 접수완료 4
모교가서 봐야지 담임쌤한테도 인사드릴겸
-
바로 플ㄹ스 함 3회독 조져야지 1회독 a4용지에 2회독 책 3회독 틀린거 이렇게 활용해야겟다
-
헬린이 벤치 중량 체중 달성
-
9모 접수 군인 0
시간놓쳐서 잇올접수 놓쳤는데 다른방법 있나요? 모교접수 는 제가 군복중이라...
-
비문학 사회 인문 제재 분야별 기출 모음 (2) - 고대 그리스 철학 0
안녕하세요, 디시 수갤·빡갤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국어 강사입니다. 오늘은 고대...
-
9모 0
러셀 대기1번인데 이거 빠지냐........?
-
6모 공통 15, 21, 22틀 미적 27,28,29,30 틀럈는데 확통해야겠죠?
-
비오는날 신발 6
뭐 신어?
-
국어잘하고싶다 1
ㄹㅇ
-
그게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에피가 되는 성적표였는데... 6년 지난거라 발급 자체가 안됨 ㅋㅋ
-
스토리 릴스 게시물밬ㄱ에 안되장ㅎ아
-
에피달고 싶다... 10
노벳 노에피니까 왠지 공신력 없어지는 느낌임
-
[속보] 코스피, 장중 3000 돌파… 3년5개월만 4
코스피 지수가 20일 장중 3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 10시45분 기준...
-
모의고사 접수일 ㅋㅋㅋ 아 모고날은 슬퍼서 울어야한다고.
-
나는확신의허수 6
기말끝나고 9월 전까지 2달 달린다 수학 평가원 2컷까지 만들어보는걸 목표로(미적)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같이 교회 다니던 동생 중에 치어리더로 활동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나름 지금도...
-
업적 ㄷㄷ 1.대형마트 의무휴업 2.대북 지원 활성화 3.이태원 지원금 4.전국민...
-
이글을 본다는 것은 의지를 불태우고 싶은데 요즘들어 잘 안되는 사람들이겠죠? 딱...
-
9모 때문에 작년 담임 쌤한테 오랜만에 연락 드려야하는데 선생님이 날 좋아하시는 것...
-
강은양 인강 3
강은양 인강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정부, 소상공인 143만 명 지원…장기연체 빚 5천만 원까지 탕감 4
정부가 코로나19와 고금리 기간을 거치며 빚 부담이 가중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
계약학과로 반수할까 16
아오
-
10년 전에 갭투자로 반포 들어간 친구가 승자 아닌 승자네요. 2
그 때 그 친구가 저축해 둔 돈+의사 대출 풀로 땡겨서 들어간 것으로...
-
소상공인 빚 대신 갚아주기 ㅋㅋ 누구돈으로?? 재매이 돈으로?? 국민혈세로 ㅋㅋ...
-
재수생이고 양승진 선생님 듣고 있습니다 작수 4에서 공통은 일단 유코까지 다 쉬워서...
-
실수했다 1
앗차차
-
서울까지가기귀찬아서 거기사는친구한테 걍 니껄로 신청해달라고하고싶은데
-
잇올같은 거 놓치면 무조건 집모죠?
-
특수상대성이론 이거 답이 뭘까요 ㅜㅜ
-
■ 진행 : 박석원 앵커, 엄지민 앵커 ■ 전화 : 반기성 YTN 재난자문위원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