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분가능성은 있는데 적분가능성은 없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9362639
안녕하세요. 요즘 뻘글만 주야장천 써대는 신창섭입니다. 오르비는 원래 수험생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는 곳이죠. 물론 커뮤니티의 성격이 존재하는 한 어쩔 수 없이 그런 글들이 가끔은 묻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문득 해석학 과제를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칼럼을 하나 작성하고 싶어져서 칼럼을 작성합니다. 주제는 앞서 말했듯이 '적분가능성', 그 중에서도 다르부 적분에 대한 조금은 심오한 얘기와 르베그 적분에 대한 짧은 이야기입니다.
'미분이 가능한 함수는 어떤 함수인지 잘 알겠는데... 적분이 가능한 함수는 어떤 함수야? 그리고 수학자마다 적분에 대한 정의가 달라?'하고 당연히 반문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미분을 배울 때는 '오일러 미분가능성'(한 예시일 뿐이지 실제로 이런 이름으로 된 정의는 없습니다...) 뭐 이런 이름으로 배우진 않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적분을 하셨던 분들이라면 얼핏 들어보셨을 법한 단어가 하나 있으실 겁니다.바로 리만이라는 사람이죠. 대부분 이 리만이라는 사람을 처음 접하게 되는 건 구분구적법을 배울 때일 겁니다. 구획을 나눠 아주 작은 직사각형의 합으로 적분을 표현한다. 오늘은 이에 대한 얘기를 깊게 해보고자 합니다.
*적분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개념들이 존재하는 엄연한 교과 외 과정입니다. 이 점 참고하시면서 글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upremum과 infimum 등 적분가능성을 표현함에 있어서 필요한 단어들은 엄밀한 정의 대신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중들에게 적분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수학자는 아마 리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만적분에 대한 얘기는 미적분을 배울 때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니까요. 제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Manfred Stoll의 해석학 책 chapter 6의 제목도 'Riemann, Riemann-stieltjes integral'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내용은 리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제시한 적분가능성의 얘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리만이 아닌 'Darboux(다르부) integral' 얘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다르부 적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Upper sum(상합)과 lower sum(하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구분구적법을 통해 그래프의 밑부분의 넓이를 작은 직사각형들의 넓이의 합으로써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직사각형의 높이는 어디를 기준으로 하지?".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사각형의 밑변을 계속 얇게 쪼개고 쪼개서 길이가 거의 0에 가깝도록 만들면 그 때의 함숫값이 곧 높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굉장히 비수학적인 용어입니다. 엄밀한 수학에서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바로 '거의', '~에 가깝게'라는 말들이죠. 하지만 오늘은 수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설명하는 글인 만큼 적분이라는 친구를 '얼추' 엄밀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높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쉬운 그림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지금 f(x)라는 함수와 직사각형의 높이는 한 직사각형 맨 오른쪽에 있는 점의 함숫값으로 잡았습니다. 즉, 가장 큰 직사각형의 높이가 f(1)이라는 의미죠. 그런데 만약 구간 [0,1]을 {0=x_0, x_1, ... , x_n=1}으로 (n+1)개로 쪼갠 다음 한 구간 [x_(i-1), x_i]에서의 높이를 오른쪽 끝인 f(x_i)가 아닌 왼쪽 끝인 f(x_(i-1))로 두면 어떻게 될까요? 오른쪽 그림과는 다르게 직사각형들의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는 상황이 이해가 가실까요? 그러면 둘 중 어느 것이 맞는 넓이일까요? 혹은 다른 그래프일 때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한 단계 더 나아간 함수로 가져와 봤습니다. 위 함수는 한 점에서만 값이 튀는 함수고, 밑은 x=1/2에서 불연속인 함수이죠. 우리는 이 함수들을 적분할 수 있을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그 값은 얼마일까요?
우리는 그러기 위해 몇 가지를 먼저 정의하고 가야합니다.
벌써부터 처음 보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sup, inf에 대한 의미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가봐야겠습니다. sup은 supremum의 약자로 번역서에는 '상한'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inf(infimum)은 이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번역서에서는 '하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최댓값과 최솟값의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미묘하게 이들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예시를 보시죠.
이 함수의 구간 [-0.1, 0.1]에서의 최솟값과 구간 [0.9, 1.1]에서의 최댓값을 구하라 한다면 여러분은 구할 수 있으십니까? 우리는 x=0에서의 f(x)의 좌극한과 f(x)의 x=1에서의 극한값을 각각 최댓값, 최솟값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supremum과 infimum입니다.
다시 이 개념을 가져와보겠습니다. M_i는 어떤 특정 구간에서 f(x)의 함숫값들을 모아놓은 집합의 상한, m_i는 그 집합의 하한을 의미합니다. 상한과 하한은 결국 '이 집합의 원소가 위와 밑으로 끽해야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얘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의를 가지고 바로 위에서 다뤘던 범위에서 f(x)의 m_i와 M_i를 관찰해보면 이제는 각각 0과 2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그러면 이 개념을 적분과 어떻게 연관지을까요? 방금까지 우리가 얘기한 M_i, m_i는 결국 특정점에서의 높이(i.e. 함숫값)의 최대와 최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 말한 저 증가함수에서 직사각형의 높이를 왼쪽, 오른쪽 끝 중 어디로 잡을 것이냐와 같은 얘기가 된 것이죠. 이 표현을 통해 직사각형의 넓이들 역시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upper sum과 lower sum은 어떤 partition P에 대해 각각 높이가 최대일 때와 최소일 때 그 높이와 구간의 길이(delta(x_i))를 곱해서 구한 직사각형의 넓이의 합입니다. 번역서에서는 각각 상합과 하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과 적분가능성의 관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황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P는 우리가 임의의 partition(분할)이라고 가정했으니 우리는 이 분할을 더욱 얇고 미세하게 쪼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만든 partition을 P*라고 해보죠. 그러면 바뀐 partition에 대한 upper sum, lower sum의 값은 각각 어떻게 바뀔까요? 우리는 여기서 L(P,f)<=L(P*,f) & U(P*,f)<=U(P,f)임을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세부 구간을 더 잘게 쪼갠다는 건 특정 구간의 최댓값은 더 작아질 수 있고, 최솟값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임의의 partition P에 대해 L(P,f)<=U(P,f)가 성립하니 lower sum이 upper sum보다 더 커질 일은 없다는 것까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적분이 가능한 상황은 어떤 상황이 될까요? partition을 매우매우 잘게 쪼개서 거의 모든 쪼개진 구간의 길이가 0이 되도록 한다면 lower sum의 최댓값과 upper sum의 최댓값이 같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때 적분이 가능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생각이 바로 다르부 적분의 핵심입니다.
이 definition이 다르부 적분에서 필요한 개념의 마지막입니다. upper sum의 최솟값은 결국 upper sum들을 모두 모아놓은 집합의 '하한', infimum을 말하는 것이고, lower sum의 최댓값은 lower sum의 집합의 supremum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현은 저렇게 적분 기호의 위 아래에 bar를 하나 긋는 것으로 쓰며, 각각 상적분과 하적분으로 번역합니다.
만약 upper integral = lower integral이라면 그때 우리는 f라는 함수가 적분가능, integrable하다고 합니다.
아래는 실제 계산 예제입니다. 불연속 함수의 적분이 가능한 이유를 우리는 적분가능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죠. 이 함수의 0에서 1까지의 적분값이 1/2이라는 건 바로 유추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엄밀한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적분가능성은 해석학 뒷부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uniformly convergence(균등수렴)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개념입니다. 오히려 미분가능성보다 활용가치가 더 넓고,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죠.
Extra)
이 함수는 Thomae function(토메 함수)입니다. 이 함수는 굉장히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무리수점에서 연속이지만 유리수점에서는 불연속이고, 구간 [0,1]에서 다르부 적분 가능한 함수입니다. 어떻게 이 함수는 이런 성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 함수는 적분가능한지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르베그 정리'와 '측도' 개념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그 개념들은 수학과 학부 4학년 때 배우는 실해석학 부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함수가 있다~ 정도로 오늘 칼럼은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언매미적에 사문생윤 웬만한 공대 다 되죠? 노베 허수라 목표는 건동홍 근처라인이에요
-
3덮 언미생1화2 100 96 1 50 48 4덮 97 100 1 48 47...
-
6모 이후 들어가면 허들링 끝나고 뭐하려나요??
-
작수 낮2였고 방학때 뉴런에 박종민 단과 듣다가 3웡부터 단과 드랍하고 엔제 양치기...
-
민철쌤이 ~~지문이랑 같이 복습하라고 많이 하잖아 너넨 어떻게 함?? 난 걍...
-
한티옥갈까 8
고민중
-
흐흐
-
언매 선택. 3모교육청 80 언어 -2개 3덮 82 언어-2개 3월 시험들은...
-
인기 많은 학과와 같이 오후 시간대 배정
-
복습 vs 인강 4
정시파이터인데 개학하니 공부시간이 확 줄어요. 복습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복습할...
-
뉴분감 학습 6
Step 1이 생각보다 안풀려서 그러는데 Step 0 먼저 풀고 뉴런 강의 -> 그...
-
의머생들 복귀 하는거임 그래서? 필의패는 그대로니까 계속 휴학인가
-
사탐 과탐 2
생윤사문 노베에서 1 가는 데 필요한 공부량이 생명지구 3에서 1 가는 데 필요한...
-
배보다배꼽이더크네
-
만년필로 낙서도 못하겠다
-
하나는 독서인데 하나는 아예 [국어] 인데 독서포함해서 뭐 문학까지 다있는건가,,,
-
전에도 시험기간에 배달 쳐 시켜서 늦는걸로 싸움난게 몇번인데 또 놀러가신다음에...
-
학벌 열등감 1
대학 입학 전에 학벌 관련으로 엄청 우울하다가 입학 직후엔 좀 괜찮아졌었는데 또...
-
과외 끝 11
야 기분이가 좋다~! 날씨 진짜 쪄 죽겠네
-
연계학습을 하긴 하는데 그냥 강민철로 따지면 피드백 같은거임 작년엔 연계 강의가...
-
김승리 질문 4
김승리 선생님 커리를 따라가고 있는 데 기출분석을 하는 게 맞나요? 계속 선생님이...
-
배존나고파 0
ㅜㅜ
-
가서 뭐먹지 4
지금 배고파서 10그릇도 가능할거같음
-
강의는 일단 TIM 1주 정도 밀린 것 빼고는 밀린게 없긴 한데 들어야 하려나...
-
[칼럼] 80일만에 문디컬 가기 - 방향 설정의 중요성 1편 21
안녕하세요 한달뒤는입니다. 전에 예고한대로 제 입시이야기를 좀 풀어보려 합니다....
-
돌고돌아 또 너네구나 누가 우승할까
-
댓없는 글이 마늠
-
뷔페 흐흐 이따가 올려야지
-
안녕하세요? 두 번째 칼럼으로는 물2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저항과 축전기에...
-
물리는 확실히 글이 많이 없네요.. 3덮보단 확실히 어려웠고 11번은 정답률이...
-
김범준 필기노트 1
이거 어떻게 활용하는 건가요...? 스블은 이미 완강했고 n제 기출 문제만 벅벅...
-
ㅇㅈ 4
오랜만이야
-
다른 스타들은 현역 때도 오고, 은퇴하고 나서도 의외로 온 케이스가 있는데 이 분은...
-
그냥기뻐하기로함 8
생각해보셈 기하런 3월에 햇는데 4덮 기하 2틀이라니까 기하가쉬웠다는나쁜말은 ㄴㄴㄴㄴㄴㄴ
-
최근에 천문학계에서 인류 역사에 남을 중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12
지구에서 124 광년 떨어진 K2-18b 행성에서 강한 생명의 흔적이 발견됐음...
-
좆빙신?
-
시골 현역 정시파이터입니다. 미적 선택입니다. 3모 수학 72점 (찍맞 포함) 공통...
-
더워 ㅅㅂ 3
살려줘
-
키스로직 다음에 0
주간키스 중에 우선적으로 들어야되는 시즌이 무엇인가요???
-
언매 78 확통 72 영어 92 생윤 41 사문 39 …. 사문 열심히 했는데 3모...
-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고3이 된 문과 여학생입니다.. 현재 제 내신은 5.5 이구여...
-
2209평인가 나왔던 노래와 이야기 현대시 세트가 1209에도 똑같이 있었는데 단순...
-
능률 2배이벤트 터짐 앞으로 날려써야겠음
-
사문 킬러 3
사문 잘하시는 분들 도표 3문제 빼고 몇분 남기시나요?? 그리고 도표 3개 다틀리고...
-
표정이 ㅈ같아서일 때가 많음 개빻은 친구들 많은데 개못생겼단 생각은 들어도 혐오감은 안 듦
-
강대 재종생 0
수학 컨 존나많은데 이거 다 쳐내야함? 강대컨까진 쳐내겠는데 강사 부교재,워크북은 할 시간이 안남
-
remark1에 3번 (연결 지점이 x=a일 때 함수의 차를 이용하여 x-a의...
-
해설 보니 푸는방법은 알았습니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틀려버리는 이유가 궁금해요....
-
화2 고수가 보기엔 어떰
불연속 함수도 웬만해선 적분이 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선댓후감
♡

수학과 바이럴 ㄷㄷ대창섭
최진우! 최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