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드브루흐의 법철학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9342415
누군가의 표현대로 정의는 지상에서 인류 최대의 관심사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20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로 불리우는 롤스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석학들이 정의를 철학의 으뜸 문제로 삼아 탐구해 왔다. 이웃과 미래를 보는 눈이 서로 다른 사람들, 그리고 숙명적으로 대립되는 사람들이 다같이 정의에 호소하기도 한다. 대중들이 정의에 호소했는가 하면, 그들 위의 군림을 정당화하고자 했던 권력자도 정의에 호소했다. 보수주의자들이 지금의 것을 지키기 위해 정의를 불렀는가 하면, 그것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진보주의자들도 정의를 목놓아 외친다. 그러고 보면 정의는 정녕 인류의 꿈을 담는 보편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회를 규율하는 법은 오직 그 정의라는 유일한 이념만을 좇아야 하는 것인가?
라드브루흐는 법이념으로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들고 이들이 서로 긴장 관계인 동시에 모순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정의라는 법이념을 일단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전통에 따라 같은 것은 같게, 그리고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한다는 형식적 평등원리로 본다. 그래서 이로부터 법적용의 일관성,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치주의의 가치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그는 평등정의만으로는 같고 다르게 취급하기 위한 내용상의 의미있는 기준이 제시될 수 없으며, 설사 제시된다 하더라도 막상 어떻게 취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본다. 평등정의는 그러므로 법을 법이게끔 하는 최소한 형식적 징표일 뿐, 정법을 위해 결코 충분한 조건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용상의 지침을 담고 있는 합목적성이라는 법이념이 필요하게 된다.
같게 혹은 다르게 취급하기 위한 궁극적 가치기준, 즉 법에 있어서 무엇이 궁극적인 가치인가를 추구하는 이 이념차원에서 그는 가치상대주의의 입장을 취한다. 즉 그는 한 사회에서 기본이 되는 법관을 인격주의, 집단주의, 초인격적 문화주의로 열거하면서, 이중에서 무엇이 법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가치인가는 학문적 인식을 통해서는 확인될 수 없고 다만 개인의 신앙적인 고백이 있게 될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법적 안정성이라는 제3의 법이념이 불가피하게 된다. 법에 있어서 무엇이 정의롭고 합목적적인가가 확인될 수 없다면 적어도 무엇이 법인가는 확정되어야만 한다는 요청이 바로 법적 안정성의 이념이다.
양심적인 실무가들을 괴롭히는 문제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판결에 있어서의 정의는 일차적으로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공식의 반영으로 나타날 수 있겠다. 즉 합리적 기준에 따라 다른 범주에 속하는 사례는 다르게 취급하고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사례는 같게 취급하여 불편부당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 상황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건에서도 일반적 규정에 따라 이전과 같은 경우는 이전처럼 취급하라는 요청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소송으로부터 올바름의 기대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요청 사이의 긴장 국면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비극적인 상황이다. ‘법률’은 법치국가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요구하고, 동시에 ‘법’은 합목적성과 정의의 실현을 요구한다. 그 앞에서 법관은 법률을 선언해야 할지, 혹은 법을 선언해야 할지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그 요청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점이 사법의 존재 의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정이 이 둘의 통합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사법의 주류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개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해 왔다.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라는 법 감정은 이를 통해 손상된 일반 대중들의 정의감의 표현일 터이다. 어쨌거나 한면으로는 법적 안정성 혹은 질서, 다른 한면으로는 정의, 이 둘의 역동적 상관관계를 제대로 설명해내는 일은 법의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다. 어쩌면 이를 위해 법철학은 언제나 다시 쓰여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법적 안정성의 이름을 정의 위에 두었던 라드브루흐의 상대주의 법철학이 전쟁 후에는 "법적 안정성의 이름으로 법이 정의에 반하는 정도가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에는 그 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통찰에로 그 강조점을 옮겼듯이 말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
#07년생#08년생#독학생 오르비의 주인이 될 기회 32 32
-
걍 자지 말아야겟다 2 0
할게 산더미다
-
대구 눈 실화냐 2 0
자빠질뻔
-
진학사 출근시간 9시 7 0
2시간 남았다
-
일어나자마자 코피나노 3 1
인생좃같네
-
..ㅇㅇ
-
결국 5시에 못일어남 1 2
방금일어남 ㅈ됐음
-
월요일 싫어 3 2
시팔
-
한양대 발표 몇시일까 3 0
어제 16시에 일어나서 지금 슬슬 잘 타이밍인데 10시 발표할까 싶어서 버티다 보고...
-
친구가 곧4월에 전역을 해서 수능을 다시 본다는데 목표가 삼육 물치과입니다 어느정도...
-
ㅇㅂㄱ 4 0
-
쿼티햄 아직도 안자네 1 0
라고 말하는 나도 안잠
-
ㅇㅂㄱ 1 1
ㅈㄱㄴ
-
제발자고싶다 4 1
자
-
말랑말랑해 1 1
너무 졓아
-
여러분 좋은 아침 ㅎㅎ 5 1
-
그만하께여. 1 2
솔직히 한판 더하면 15칠듯
-
한창 생존게임같은거 많이 할 때 나중에 포스트-아포칼립스 세상이 왔을 때 원래...
-
혜지년들 잘들어 4 0
오빠가 캐리할게. 유미만 하지마 예쁘면 유미 해
-
오르비샤따올립니다 4 3
잠자기실패함시바 ㅠㅠ
-
취미로 공부할거임 2 1
수능이나 대학교 전공 말고 일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걸로 언어 요리 세계사 생활법률...
-
전에 알려주신 것처럼 탐구 잘본거 하나일 가능성이 높을까여 아니면 두개 반영 가능성이 높을까여
-
걍 밤새게생겼네 3 1
뭔 두시간넘게 잠을 못자냐..
-
국어강사추천 2 0
국어 강사 세밀하게 추천해 주실 고인물 있나요 목표는 3입니다.
-
서울 눈 왔네 1 2
한 5cm는 됨 ㄷ
-
범주이햄 스블 듣는데 1 0
기하할 거 같은데요. 범모따라가야되나요? 범모에 이번에도 기하 없을 거 같은데...
-
이케아 알람시계 9 3
이 자식 물건임 처음에는 삐삐삐삑 소리 나다가 나중에는 미친듯이 소리가 커져서...
-
일곱시에 일러나야함 4 1
좆됏다
-
어렵다 6 0
양파랑 감자 써는게 진짜 어렵다 그리고 재료의 조합에 따라서 맛이 바뀌는것도 골치...
-
연고대 낮과 스나 지르려면 평백 몇 이상은 나와야 함?? 14 1
보통 3~4칸 나오는 사람들 평백 몇이지
-
새벽 발로란트 여초겜이네 7 2
하렘 존나좋다
-
그냥 이새낀 트린을 잘함 0 0
.
-
어문이 여초였음? 3 0
진짜..? ㅅㅂ 이건 생각 못했는데
-
밖에 눈 많이 오나 9 1
배달을 안 받아주네..
-
낮잠자고 커피마셔서 10 0
잠을 잘 수가 없유
-
잠을 왜 못자고있냐 8 1
하.. 잠좀자고싶다
-
과외용 수열기출찾다가 5 1
251122 보고 ptsd옴 ㅅㅂ
-
나 실버3언제가냐 3 0
미치겠네
-
시드 어느정도 만들면 1 0
국장넘어갈거임 기술주 유망 물론 지금진입은 좀 힘들고 어느정도 다운되면
-
나갈때만 붙임머리나 가발하면되자나
-
낙성대 글로벌강감찬자유전공학부 0 0
vs 청와대 삼청교육학부 입결 뭐가 더 높음?
-
내가 뭘 더해줘야돼 7 0
탑에서 솔킬 네번 따줬잖아 한타때마다원딜다짤라줬잖아 개 못하는데 왜 이시간에 돌리는거야
-
자야지 4 0
옯붕이들아 잘자
-
6시칼헬스목표로달린다 3 1
우흐흐흥
-
분명히 삼성서울병원은 아시아 1위로 세계적으로도 높은위상가지는데 이악물고 한까...
-
이게 그냥 내가 다닌 곳만 그런 건지 아님 전국으로 그런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음...
-
생리대도 한 번 0 0
생리대 무상공급 ->어느브랜드? 모름. 아마 중국산 싼값의 생리대 지원할 거 같음...
-
싱글벙글 갤러리 초창기땐 0 0
순수 웃긴짤 위주였는데 요즘은 그냥 실베 발사대 그립읍니다
-
4,5등급 뜨는 애가 나한테 뉴런 들을건데 어떻게 생각하냐길래 난 그런 거 없어도...
-
블라디보스토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여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면? 3 0
보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