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능 후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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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계단참에 내려놓고 한 손에는 가채점표,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채점을 준비했다
다른 수험생들 지나가는데 방해되었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오르비보고 벙 친 시간동안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학교에는 나와 감독관분들밖에 없었다
가채점표에 적은 숫자들을 전국 1위 인강사이트 채점서비스에 박아 넣었다
"몇 점일까?"
"부모님께 +1을 어떻게 설득드려야 할까?"
눈을 질끈 감고 이대로 뜨기 싫었다
끔찍한 숫자가 써 있으면 어떡하지?
더프 볼 때도 한 번은 만점급, 한 번은 눈뜨고 보지 못할 급으로 봤었으니
내가 걱정을 안 하는 게 이상하긴 했다
언어와 매체
채점결과 : 94점
???
뭐지?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
숫자를 다시 체크하고 채점 기록을 지우고 짝수형인지 체크하고
다시 해봤지만 94점이었다
미쳤다! 이게 된다고! 분명 확실하게 틀렸다고 생각한 게 8점인데?
자신감이 붙어 이번에는 신나게 채점을 시작했다
미적분
채점결과 : 96점
아... 이번에 평가원이 답 개수를 그지같이 맞추어 28번이 이제 2번이 아니었다
나름 당황했지만 이상하게도 괜찮았다
오히려 메디컬을 준비하는 사람이 수학 한 문제에 더 민감해야 할 터 아닌가?
그래도 국어가 90점대 중반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영어를 채점하려고 앱을 다시 켜보니
서버 부하가 걸렸는지 로딩이 되지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정을 나섰고
눈 앞에 엄마가 아빠 차 앞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계셨다
"너 잘못됐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다른 애들 다 나오는데 너만 안나와서"
"국어가 그렇게 어려웠다는데 못봐도 괜찮아"
엄마가 처음 나를 보고 한 말이었다
국어 구십 사 점, 수학 구십 육 점
나는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와 아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잘했다고 격려해 주셨고
영어와 탐구를 그렇게 망치지 않는다면 무조건 의대는 된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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