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는 왜 뛰어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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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이학년 때던가. 나는 아버지와 산책을 나갔던 적이 있었다. 안개도 자욱한 초여름의 이른 새벽이었다.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쫄닥 적신 채 아버지와 나는 들길을 거닐었다.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았고, 잠으로부터 트이기 시작하는 나의 귀는 종달새의 자랑스러운 재잘거림을 듣고 있었다.
아버지는 물기 맑은 풀잎에서 폴짝 뛰어오르는 한 마리의 청개구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아버지의 손톱 만한 그 놈의 빛 고운 연초록 등판은 윤기가 쪼르르 흘렀고, 얇고 흰 뱃가죽은 놀람 탓인지 연신 팔닥거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요 꼬마 놈은 매일 아침 하루도 쉬지 않고 높이뛰기 연습을 한단 말이야. 첫날은 반 뼘을 뛰지만, 이튿날은 한 뼘을 뛰거든. 다음날은 한 뼘 반을 뛰고 그 다음날은 두 뼘을 뛰고 그 다음날은…….
아버지, 그럼 나중에 하늘에 닿겠네요?
아니지, 하늘에 닿아 보려고 뛰지만 결국 하늘에는 닿지 못하지. 왜냐하면 하늘은 끝이 없으니까.
그럼 죽을 때까지 뛰겠네요?
그렇지, 죽는 날까지 매일 뛰지.
참 불쌍한 놈이네요?
아냐, 자기가 뛰고 싶어 뛰니깐.
왜 뛸까요?
그건 아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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