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앍아앍 [1306588]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4-06-14 17:30:44
조회수 682

중세국어 이야기 1.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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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는 크게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국어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중세국어 하면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반포된 15세기 국어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그것보다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다. 이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중세국어는 고려가 성립된 10세기부터 임진왜란이 발생한 16세기까지의 국어를 이르는 개념으로 통용된다. 그리고 이 중세국어는 훈민정음 창제(혹은 조선 건국)를 기준으로 전기 중세 국어(Early Middle Korean)와 후기 중세 국어(Late Middle Korean)으로 나뉘며 학교문법에서 가르치는 중세국어는 엄밀히는 후기 중세 국어(LMK)로 그중 15세기만을 한정한다. 


     전기 중세 국어는 한자로 적힌 문헌들뿐이라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EMK 자료로는 흔히 고려시대의 이두 및 석독구결 문헌과 계림유사가 사용되지만 계림유사는 오자도 많고 당시의 송나라 한자음과 한정된 어휘 수만으로 한 시대의 언어를 재구해야 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에는 확실한 음가 추정이 가능한 문자로 쓰인 문헌 자료가 매우 늘어나 그 당시의 언어를 추정하기 아주 용이하다. 이 때문에 학교문법에서는 여러 이설이 난무하는 고대국어나 EMK보다 내용이 확실한 LMK를 선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앞으로의 중세국어 글에서 다룰 내용은 15세기 국어이고 국립국어원의 "국어의 시대별 변천 연구 1"과 고영근 교수의 "표준중세국어문법론"의 내용과 목차를 참고해서 쓸 예정이다. 고려 시대 언어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써 볼 예정 



전기 중세 국어 


ㄴ 계림유사(1103)


暮曰占㮏(或言古没)           저물다(暮)를 점날(占㮏) 혹은 고몰(古没)이라 한다 

前日曰記載                        그제(前日)를 기재(記載)라 한다     

今日曰烏㮈                       오늘(今日)을 오날(烏㮈)이라 한다

明日曰轄載                        내일(明日)을 할재(轄載)라 한다

後日曰母魯                      모레(後日)를 모로(母魯)라 한다 


여기서 첫번째 古는 占의 오자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ㄴ구역인왕경구결(13C?)


等慧灌頂 三品士 除前餘習 無明緣 無明習相故煩惱 二諦理窮 一切盡

圓智無相三界王 三十生盡等大覺


等과 慧와 灌頂과의 三品士는 前에 남은 習인 無明緣이니 無明習相인 까닭으로의 煩惱이니 하는 것을 除하시는 것은 二諦理를 窮하여 一切 다하신 것이다

圓智는 無相을 하시어 三界의 王이라 三十生을 다하고 평등하게 大覺하시며


저기 자잘하게 보이는 乙나 丷 같은 건 구결자라는 건데 언젠간 다뤄 보겠습니다. 구결까지 복붙하려 했는데 글자가 깨져서...




후기 중세 국어 


ㄴ 훈민정음 언해본, 월인석보(1459)


世솅宗조ᇰ御엉製졩訓훈民민正져ᇰ音음

製ᄂᆞᆫ 글 지ᅀᅳᆯ씨니 御製ᄂᆞᆫ 님금 지ᅀᅳ샨 그리라

訓은 ᄀᆞᄅᆞ칠씨오 民ᄋᆞᆫ 百姓이오 音은 소리니 訓民正音은 百姓 ᄀᆞᄅᆞ치시논 正ᄒᆞᆫ 소리라


세종어제훈민정음

製(제)는 글 짓는다는 것이니,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으신 글이다.

訓(훈)은 가르친다는 것이요, 民(민)은 백성이요, 音(음)은 소리니, 訓民正音(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다.






ㄴ 역주 삼강행실도(1481)


元覺ᄋᆡ 한아비 늙고 病ᄒᆞ더니

元覺ᄋᆡ 아비 元覺일 ᄒᆞ야 담사ᄂᆡ 지여 뫼헤다가 더디라 ᄒᆞ야ᄂᆞᆯ

元覺이 마디 몯ᄒᆞ야 더디고 오ᇙ 저긔 元覺이 그 담사ᄂᆞᆯ 가져 오거늘

아비 닐오ᄃᆡ 머즌 그르슬 므스게 ᄡᅳᇙ다 ᄒᆞᆫ대

對答호ᄃᆡ 뒷다가 나도 아비 다모리라 ᄒᆞ야ᄂᆞᆯ

붓그려 제 아비ᄅᆞᆯ 도로 더브러 오니라



원 각의 할아버지가 늙고 병들었더니, 

원 각의 아비가 원 각이를 시켜 들것에 지어 산에다가 던지라 하거늘, 

원 각이 마지못해서 던지고 올 적에 원 각이 그 들것을 가져오거늘, 

아비가 이르되, “궂은 그릇을 무엇에 쓸 거냐?” 하니, 

대답하되, “두었다가 나도 아비를 담을 겁니다.” 하거늘, 

부끄러워하여 제 아비를 도로 모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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