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속의 개구리 [1304935] · MS 2024 · 쪽지

2024-06-10 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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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땐 지하철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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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과자와 더불어 책 자판기가 있었음


노약자석이나 짐칸엔 신문이 올려져있는 경우도 가끔 있었고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의 역할 정도


머나먼 길


책과 함께 하세요


와 같은 취지의


아무튼


어렸을때 본 책 자판기에서


똑똑해보이고 싶었던 나인지라


엄마에게 스도쿠 문제들이 실려있는 책을 사달라했음


스도쿠 룰도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숫자가 난무하는


무언가였다는 것만 알고있었음


엄마는 물론 책을 사달라하는 아들이 기특해 사줬고


난 지하철에 올라 스도쿠 책을 펼쳐봤음


그러곤 룰을 하나 깨달았음


하나의 줄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들어갈 수 있다는거


그러곤 예제들을 무참히 학살해가며


빼곡히 숫자로 범해버린 문제들을 엄마에게 자랑했음


엄마는 칭찬해줬고


그 즐거움에 힘 입어


다음 문제를 펼친 순간


막혀버림


아무리 애를 써봐도


모르겠음


이게 왜 이렇게 되는거지?


그래도 엄마의 기대를 져버릴 수는 없었는지라


몰래 엄마 눈치를 살펴가며 뒤에 답지를 보고 답을 채워나감


그러다 머리 아파서 좀 쉬어야겠다고


내 유년기 지하철 스도쿠 여행은 끝이 나고


그 뒤로 스도쿠 책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림


근데 며칠 전에 


내가 몰랐던 스도쿠 룰이 하나 더 있었다는 걸 알게 됨


그건 바로 3x3 9칸에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들어간다는 룰


나는 내가 못 풀었던건 어쩔 수 없었다는 거였음을 깨닫고


스도쿠 책을 찾아봤지만


이미 실종돼 아무런 신고도 없이 생사도 모르는 사람


결국 인터넷으로 무료 스도쿠 게임을 실행했고


시간은 좀 걸렸지만 오로지 내 힘만으로 클리어..


뭔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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