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속의 개구리 [1304935] · MS 2024 · 쪽지

2024-05-29 2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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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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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지지가 않아


이래도 살아가겠지


그게 사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구제불능


이걸 이제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구제불능이네


날 떠나간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며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본다고...


어리석다고 했던 내가 


틀렸어


한손으로 꼽히는..


아직까지 나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는


남아있는 지인들에게..


나를 떠나달라는 부탁을 남긴 연락을 하고


몇년동안 안부 인사도 없이


그들의 연락은 읽지도 않고 답장도 안했으면서


수년뒤에 꺼내는 내 첫 얘기가


미안하다 잘 지내냐 고맙다도 아닌


날 떠나달라는 말이라니


넌 진짜


구제불능이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게 타오르지만


이젠 말라서 흘러내리지도 않는 눈물을 머금으며


담배나 시작해볼까


힘든거랑 담배랑 뭔 상관이냐며 질타했던 내가 생각난다


힘든거랑 담배랑 상관없지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게 돼


내가 그때 집 앞 벤치에서


같이 폈었다면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내가 그때


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나가질 않는다


그랬더라면


한번도 내 인생에 회의감이 든 적이 없었는데


지금껏 내 결정에 심지어 N수를 박을때에도


이런 후회는 한 적 없었는데


....과거는 돌아오지 않아


그럼 남은건 참회인가


속죄할 사람이 사라졌는데


괜찮아지고자하는건 그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이미 다 저질러놓고


나 살자 하는건 


그게 인간이냐..


그럼 죽고자하는 네 마음도


이기적인거 아니냐


힘드니까 죽으면 다냐


그렇다기엔


내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행위가


죽음 말고 또 뭐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나의 유서엔 뭐를 써야할까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장례를 치르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것


부모에겐 사교성 깊은 밝은 아이로 보여왔는데


장례식엔 10명도 안오는걸 보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건 효가 아니다..


내가 효 같은걸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사람들한테 알리기도 싫다


차라리 죽기 전에


친한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쌍욕을 하고


다퉈 관계를 끊긴 후 모두에게 관심을 잃은 상태로


죽는게 낫다 싶을 정도로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모른 척 해달라고 하고 싶다


내가 죽든 말든


무덤은 물론이거니와 묻을 돈도 없겠다만


화장을 한다면 어디 훌륭한 사람들 모아놓은


아파트에 돈주고 보관하지말고


그냥 이름 없는 뒷산에 자기를 던지고 깨부셔서 


하얀 나의 먼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지게 되면 좋겠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나의 끝마무리


만일 내게 자비스 같은 Ai비서라도 생긴다면


혹여나 수년 뒤 연민에 나에게 연락 준 귀인들에게


썩 꺼지라고 보고싶지 않다는 말만 전해주어


내 죽음을 알지 못하게 하고 싶다


존재하지 않는거야


나란 사람은


그렇게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지면


내 죽음은 비로소 피어나겠지


내가 줬던 상처들은 미리 지옥에서 갚고 있어야지


지옥이 없다면 난


단순한 회피자인가


그 잘난 예수시여


부디 초등때 교회 몇년 다녔던 걸로 날 넘어가지 말아주길


그때도 친굴 만나러 다녔을뿐


어쩌다 하는 기도에서조차


미워했던 사람을 저주하는 마음이었으니


그 뒤 스무살이 지나


믿지도 않는 너를 내세워


신이 날 저주했다며


너를 온갖 말들로 모욕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부디 날 지옥에 쳐박아주길


나의 삶은 끝이 난다


운명이라는게 있다면


나는 다가온 모든 귀인들을


어리석음으로 내치고


평생을 스스롤 저주하다 자멸하는 운명인가


이렇게 말해도


나는 죽지 못한다


가슴팍에 칼을 들이밀어도


그 순간만큼은 살고싶다며


칼을 내팽겨치고 처절하게 울고 말아버리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한데


이러한 모습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또한


죽음이 아니더냐...


나는 죽었다


가슴을 쥐어 뜯으며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 찢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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