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중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8186527
무슨 일이 있어도 6시엔 기상하리라
4시간... 3시간 아니, 1시간을 잘 지라도
6시에 일어나 이젠 해와 화해하고
예전처럼 달을 하루를 끝마칠 때만 보는 친구로 두리라
라는 결심으로 새벽 한시쯤 독서실을 나온 나에게
애석하게도 뜬 눈으로 어느덧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렇게 6시가 다가왔다
이건 거짓이오
6시가 될 때까지 눈을 감지도 않았으며
6시를 기억하려는 알람조차 맞추지 않았잖나
방탕인지 허무인지 한심함인지
무언가를 뒤집어 쓴 내가
시계를 봤을 땐 이미 7시
산책을 하고자하는 마음이 촉발된건 아니었으며
그냥 노래 하나 진득하게 듣고자
슬리퍼 하나 끌고 나오며 시작된 아침 산책
아- 햇빛 참 좋다
새벽 달의 짓궂은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피시방으로 도망쳤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딱 이 시간, 아침에 나오면
어두컴컴한 기운으로 가득쌓인 피시방과
대비대는 햇살이 너무나 눈부셔 눈을 뜨지도 못했는데
그건 부끄러움이었던가
생각을 멈추고
아직 집 앞, 1층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상황
어디로 아침 산책을 떠나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동네 산책로나 걷기로 한다
산책로로 가기 전 마주친
초등학교때까지 가족들이랑 같이 배드민턴 치던 작은 공터
왜 이끼가 있는거지
예전엔 풀들이 많았던거같은데
나무를 올려다보니
아주 우뚝 솟아올라있다
끽해야 10년 아니던가
10년만에 공터를 그림자로 가득 채울 만큼
나무들이 위로 곧게 쭉쭉 커있었다
나만 홀로 변함없이 정체돼
침전되고 점점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 무렵
걸음을 옮겨 공터를 빠져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보행기의 도움을 받아 산책하는 노인을
뒷짐을 진 상태로 어딘가 죄송스런 감정을 느끼며 추월한다
그리고 마주친 이름 모를 봄 꽃
꽃도 참 이쁘다
노랗고 하얀게
참으로 이쁘장하다
단순히 적당히 시원한게 좋아 가을을 좋아했는데
이런 꽃들과 푸르게 우거진 수풀의 녹음을 보면
되려 봄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걷다 도착한 산책로
우리 동네 산책로는 단순한 원형이다
달리 말하면
시작과 끝이 없는
내가 원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조금만 비꼬면
내가 포기할때까지 끝나지 않는
재작년이었나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단순히 마음정리만 하자며 이 산책로로 왔었다
근데 별안간 생각난 이 포기라는 무언가가 날 붙잡아
이 산책로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뛰는것도 아니고 걷는건데도 힘드냐며
포기할거냐며
그렇게 몇시간을 이 산책로를 돌며 보냈던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근데 지금은
별 다른 생각이 안든다
산책로를 쭉 걷다
옆 주택 담장에 붉게 피어오른 장미가 보인다
참 이쁘다
그렇게 산책로의 1/4도 안되는 지점에서
샛길로 빠져버린다
하늘 참 맑다
오후부터 비 온다던데
그래서 더 맑은건가
작은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빼고 새소리와 사람 소리를 듣는다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를 사진 찍는 아저씨도 보고
상추인지 고추인지 무언가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도 보고
이상하게 생긴
바오밥 나무처럼 괴상하며 통통하게 생긴
저 소나무를 보며
아
이제 집 가야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떡신빼고도 분위기나 이야기, 캐릭터들이 너무좋은데
-
시간상 n제 입문 실전 하나씩 할거같은데 입문 실전 하나씩 도움 받았던거 추천...
-
ㅇㅇ
-
대학 적어놓은 사람들중에 대학+과 적어놓은 사람도 있고 대학만 적어놓은 사람도 있음...
-
삣삐삣삐~ 2
-
. 1
굿나잇
-
그게 오늘이되려나
-
실제로 있음? 주위에 있는 사람 있나
-
저에게 필요한건 무엇일까요 이때쯤 많이 늘어지고 지친다고 하는데 여러분들은 그걸...
-
무물받아요 10
ㅎㅎ
-
22222 1
화작 확통 동사 사문이고 국어 낮은2~높은3 수학 낮은2~높은3 영어2 동사2컷...
-
걍 대표적인게 표준편차고 다른건 학교활동정도가 있는게 맞나요? 본인 8일반고 표편...
-
2021 수능 이과 가형 생1 지1으로 백분위 99(1) 88(2컷?) 2 생1...
-
. 1
근데 개껌은 무슨 맛으로 먹을까
-
스팀게임 추천좀 5
발헤임 더포래스트 포커 해봄 개진짜진짜 이거 너무 재밋다 ㅜㅜ엉엉 싶은거 추천 ㄱ
-
재결합만 20번째인듯 13
ㅋㅋㅌㅋㅋㅌㅋㅋㅋㅌㅌㅋㅋㅋㅋㅌㅋㅋㅌㅋㅋ 이젠 주변인들이 싸워서 헤어졌단말을 전-혀...
-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생각해보자. 전교에서 수업시간에 안 자고, 열심히 공부하는...
-
씹빨오늘도밤새자~
-
귀에 피딱지 생겼네...
-
저에게도 그런시절이 있었는데 어케한건지모르겠음.. 눈뜨고부터 밥먹을때도 잠깐걸을때도...
-
그녀는 우리가 지나쳤을때 너무 늦었음을 알았지만
-
‘꼭’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뭐 저거 안 푼다고 갑자기 수능장에서 아 미친...
-
쮸쮸바 곹은 5
샤인머스켓 요구르트 쮸쮸바인데 15개 사서 하루에 두개씩 먹음 23시즌애
-
440일째 사귀고 있고 진짜 매일 하루에 2번 이상 싸우는데 ㅈㄴ 지치고 스트레스 받음
-
미칠거같은
-
실모같은거 풀고 만나서 평가하는게 아니라 문제에 대해서 짧은 토론도 해보고 서로...
-
지방 외고인데 포준편차는 12~19정도? 20은 안 넘어감 경졔학과 지방하는데...
-
저는 아직 뭐 이룬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인간이지만 뭐든지 열심히 하세요 그냥...
-
이 짤 오르비 발이다.
-
술이나 먹을까 0
ㄹㅇ 한잔마려운데
-
정시의벽 8
정시의벽
-
탱크보이 사과맛이라 생각함. 존맛탱 ㅎ
-
ㄹㅇㅋㅋ
-
메디컬도 아니고 최저가 4합5라니ㅋㅋㅋ 논술공부안해도 최저만 맞추면 붙을수도잇겠는데….
-
다녀왔습니다~
-
대화만 해도 티가 남 예전에 엄마가 동생들 몇명 상담 좀 해달라 해서 해봤는데...
-
화학 질문 28
양적관계가 너무 어려운데 이거만 넘기면 수월한가요ㅜㅠ?
-
.
-
그럼 20대 공무원분들은 나중에 국민연금 어떻게 받음? 못 받을 가능성 높아지는 건가
-
행렬<<<이거 공통과정 복귀한거
-
궁그맘니다
-
난이도 순인가요? 아니면 걍 출시 날짜 순인가요
-
내년에 영어 빡시게 하면 농담이 아니라 고려대 갈 거 같은데...
-
국영수사과(한국사포함) 1.51 모든교과 전과목 : 1.78입니다 최저가 생긴...
-
시간 없어서 강의는 못 들을 것 같고 강민철 강E분 하냐 김상훈 듄탁해 하냐....
-
형님들 급합니다 이정도 성적이면 수시 어디 써야할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상향 인가경,...
-
가장 도움됐던 수2 n제 추천해주십쇼 진짜 막 극악의 난이도 엔제는 말고… 적당히...
-
야생의 화학러가 나타났다! 화학러는 제목에서 V를 구하라고 한다!(암산,...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