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글] 이원준 학파 어서 모이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8008679
안녕하세요, 김미한입니다.
원래 이 글의 제목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는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이원준 학파가 많을 것 같아서 글의 제목을 이렇게 달아 봤습니다.
글의 원래 제목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이 글의 주제는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심화해서 다뤄보자'입니다.
'심화'라고 해서 어려운 느낌이 있는데, 실제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반응이 다소 소소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글을 소화해 내신다면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평가원 기출에도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직·간접적으로 출제된 만큼 앞으로 다가올 6평, 9평 수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어디서 들어보셨나요?
충분조건과 필요조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개념은 조건문입니다.
P→Q라는 조건문에서 P는 Q를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이고, Q는 P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내가 오메가-3를 먹으면 혈행 개선이된다'라는 조건문에서 '내가 오메가-3를 먹음'은 '혈행 개선'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이고, '혈행 개선'은 '내가 오메가-3를 먹음'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근데 여기서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의 의미가 정확히 이해되시나요?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신다면 나는 오줌을 싼다.’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시는 것은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입니다.
하지만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시는 것은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만약 내가 모카를 마시는 것이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내가 카페 모카를 마시지 않으면 나는 오줌을 싸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카페 모카를 마시지 않아도 오줌을 쌀 수 있습니다.
내가 포카리 스웨트를 마셔도, 라떼를 마셔도, 수분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오줌을 쌀 수 있습니다.
내가 오줌을 싸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처럼 P가 Q를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뿐인 충분조건인 것은 아니며, 또한 저절로 필요조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수분을 섭취해야 나는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하지만 내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만약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성립시키는 충분조건 중 하나라면 내가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분을 섭취하는 것 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마실 공기가 있어야 하고, 섭취할 영양분도 있어야 하며, 자외선을 차단해줄 오존층도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P가 Q가 참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해서 반드시 하나뿐인 필요조건인 것은 아니며, 또한 저절로 충분조건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도대체 뭔지는 알 것 같은데 확실하게 잡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직관적 이해를 위해 추가적인 설명을 드리려 합니다.
‘폭우(C)는 홍수(E)의 원인이다.’
해당 인과관계를 톺아보며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이해해 볼 것입니다.
인천 시내에 폭우가 발생(C)했다고 해봅시다.
기상청은 비가 얼마만큼 내릴 것이라고 예보를 합니다.
그에 따라 관련 부처에서 댐을 열어 물을 적절히 방류하여 홍수에 대비합니다.
즉 인천 시내에 폭우가 발생했지만 기상청이 폭우를 예보하여 댐을 적절히 방류했다면 홍수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죠.
만약 인천 시내에 폭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했다면 기상청의 예보 실패(A), 댐 방류랑 조절 실패(B)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걸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표기할 수 있습니다.
(C∧A∧B)→E (이때, ∧는 AND를 의미합니다.)
이때 폭우(C)는 충분조건으로서의 원인일까요, 필요조건으로서의 원인일까요?
당연히 필요조건으로서의 원인입니다.
폭우가 발생(C)하지 않는다면 홍수도 발생(E)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폭우가 발생(C)한 것만으로는 홍수는 발생(E)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폭우(C)를 기상청의 예보 실패(A), 댐 방류량 조절 실패(B)로 바꾸어도 상관 없습니다.
즉 C, A, B는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죠.
그렇다면 E의 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C와 A와 B를 모두 AND로 이은 (C∧A∧B), 즉 폭우가 발생하고, 기상청의 예보가 실패하고, 댐 방류량 조절을 실패하는 경우가 바로 홍수를 발생시키는 충분조건입니다.
그런데 충분조건을 이것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쓰나미가 발생(D)하거나 극악의 확률이지만 강에 혜성이 충돌(F)한다면 홍수가 발생(E)할 수 있습니다.
쓰나미(D)는 당연히 충분조건으로서의 원인입니다.
쓰가미가 발생(D)한 것만으로 홍수가 발생(E)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쓰나미가 발생(D)하지 않더라도 홍수가 발생(E)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쓰나미(D)를 강에 혜성 충돌(F)로 바꾸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걸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표기할 수 있습니다.
(C∧A∧B)∨D∨F→E (이때, ∨는 OR를 의미합니다.)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의 직관적 이해를 원한다면 상기의 표기를 기억하시길 권장합니다.
여기서 D, F를 제외한다면 C, A, B는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고, (C∧A∧B), D, F는 E를 성립시키는 충분조건입니다.
여기까지가 본론이고, 평가원 기출에 직접적으로 출제된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거시 건전성 정책은 미시 건전성이 거시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구성의 오류’에 논리적 기반을 두고 있다. (2020학년도 6월 모평 발췌)
이때 미시 건전성이 거시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진술은 미시 건전성이 거시 건전성의 필요조건일 수 있다, 즉 거시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미시 건전성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납 추론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고 본다. (2017학년도 수능 발췌)
이때 가설만으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는 진술은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가설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납 추론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이 사후적인 결과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에 준칙을 지킬 것을 강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18학년도 6월 모평)
이때 민간이 사후적인 결과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진술은 민간이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후적인 결과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납 추론하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와 '팔로우' 눌러주세요!
p.s 『독해분석』이 조만간 전자책으로 출판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PSAT이랑 LEET 뒤져서 유형 공부한거 기억나네
-
누구처럼 복제해서 올리는 거 보다는 천배만배는 낳다
-
수학 ㅈㄴ못해서 이것마저 감격스럽네
-
배불러 4
완전 돼지 됐다
-
다행히도 잘하시는 두분께서 주로 하시고 나는 서브로 있어서 다행이었지 오늘 통역...
-
2024 leet 추리논증 정답은 댓글에
-
대충 공대 목표라 했을때, 수능때 몇등급 뜰것 같으면 사탐런 하는게 좋나요?
-
수학 할 것 실모 강x 이감 해모 히카 1. N티켓 시즌1 시즌2 2. 빅포텐...
-
무언의 긍정이네요
-
예술쪽이고 화작러예요 현재 제 수준은 6모5뜨고 7모 86으로 3떴는데 7모가...
-
ㅅㅅㅅㅅㅅㅅㅅ
-
오르비의 정상화 0
다 해줬잖아
-
지구에서 700 광년 떨어진 행성의 대기를 관측... 0
지구에서 700 광년 떨어진 행성인데 아침의 대기와 밤의 대기를 구분해서 관측하는...
-
문제 갖다 팔고 오류났다고 반송당하고 그러기도 했던 입장에선 고충을 알기에 막...
-
지방교대 0
다들 2025 정시 지방교대 70퍼컷 어느정도 보시나요?
-
맞팔9 4
ㄱㄱ
-
하.. 어디까지 올라가는거야ㅠㅠㅠ
-
굳이 왜 오르비 자작 무료배포 문제를 풂?
-
무슨 연설문도 알아서 만들더만 제작자들 머리쥐어짜서 한두개 만들시간에 딸깍으로 문제 몇만개를
-
흔히들 "서울대 나오면 여자들 줄선다" 이런 말 듣고 허허 웃고 말죠. 현실과...
-
나때는 공짜 아니었는데 ㄹㅇㄹㅇ
-
수리논술 0
경희대랑 성대 수리논술 같은날에 보길래 경희대 11시에 끝나는 거랑 성대 1시에...
-
아주 간단한 규칙을 찾아보셔요~ '이유와 함께' 정답 적으셔서 맞히면 2000덕!
-
언제 다쳤지 2
호 해줘
-
힌트 집합 {시나이산, 선글라스, 2차 세계대전, 교재, 루마니아} 1. ㄹㅇㅂ...
-
과열된 오르비를 진정시켜 보아요
-
고죠가 되고싶음 0
아 갈라지고 싶단건 아닙니다
-
둘 다 붙으면 어디가야할까요 ㅜㅜ 집은 경남쪽 소도시입니다
-
서킷만 풀어봤는데 뭐가 더 어려움? 서킷이 아무래도 재종 컨텐츠라 더 어려운가??
-
메타 정화용 4
-
어?? 뒤져보실?
-
이유는?
-
범위가 극도로 줄어든 수학이라네요~
-
너무 힘드네요 요즘.. 그냥 내가 너무 학벌주의에 찌든 사람 같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듯
-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들고 또 쉬운게 아님 저 '부끄럽지 않게'의 기준이 저도 오래...
-
옯아싸됐네 10
할복
-
[AI 세특 작성] 서울대 의대 선생님의 생기부 관리법 3 (독서) 1
안녕하세요 AI 모델 기반 세특 작성 서비스 aifolio 팀입니다. 일반고에서...
-
제목 그대로입니다 모고보면 1~2 왔다갔다 하는데 어법 자꾸 틀리는거 빡쳐서 강의...
-
꺄 역시 사람은 먹기 위해 태어난거야
-
나보다 나이 좀더 많아보이시는 분? (20대후반?)갑자기 나보고 라이터 있녜서...
-
특히 지금 국어를 강평 강의를 풀로 듣는건 아니고 행동강령 풀이교정하고 싶을때만...
-
취침! 9
안녕히주무세요!
-
후...
-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
생명과학 책 한권 샀는데 300문제 중에 오류가 20문제가 넘어서 풀다가 풀다가...
-
어떤 자연수에 대하여 홀수면 3을 곱하고 9를 더한다 짝수면 2로 나눈다 이 규칙을...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다니.. 역시 이번 글은 버리는 카드인가..
![](https://s3.orbi.kr/data/emoticons/2020_new/dangi_vote.png)
전 감사히 읽었어요좋아요 누르고 가요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037.png)
감사합니다!!대대대원준
이륙하고 싶다..
헉! 이원준학파로 항상 찝찝했던 부분인데 감사드립니다ㅠㅠ
대 원 준
올라갔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2020_foolsday/oribi/027.gif)
반응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목 어그로 성공한 건가.. ㅎ_ㅎ스키마는 배경지식
수능 국어는 문학과 중세국어 위주로 개편
그아아아악
출판 기대 중입니다
이원준 선생님을 한번도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범주, 상하 관계, 대등 관계들이 저 또한 독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들이었기에 책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하네요 다만 논리학 기호로 다루는 건 아직 낯설긴 하네요 ㅎㅎ
너무 감사합니다 ㅜㅜ
설명에 모순이 있습니다.
C, A, B가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C가 발생하지 않으면 "D나 F가 발생하더라도" E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이는 D나 F가 E의 "충분조건"이라는 것과 모순적입니다.
오우 그러네요. D, F를 제외한다면 C, A, B가 각각 E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고쳐야 겠네요. 지적 감사드립니다. 유명하신 분이 댓글 달아주셔서 깜짝 놀랬네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보다는, INUS 조건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 등에 설명해두었습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필요조건, 충분조건
https://youtu.be/AiNqEz4yXh4?feature=shared
조건문과 인과관계(+필요조건, 충분조건) | 머리야 터져라
https://youtu.be/dMe0ekd-uwA?feature=shared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4.gif)
감사합니다이 부분 읽을때쯤 잉..? 하면서 왠지 등장하실거 같았는데 정말로ㅋㅋㅋ
면,한은 충분조건 야,만,도는 필요조건
아닛
이원준 학파라면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글들 자주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ㅎ
갓216
브크 들으면서 포함 관계와 인과 관계의 구분이
헷갈렸었는데 덕분에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브크3세대를 듣고 있는데 살짝 스키마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는 안해주시더라고요…
혹시 스키마를 정확히 이해할려면 브크2024 기초를 들어보는게 좋을까요..?? 근데 시간이 없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