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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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는건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왔듯이 덧셈과 곱셈등 사칙연산과, 결합법칙, 분배법칙, 교환법칙등이 성립합니다.
그런데, 이 법칙들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법칙들과 연산이지만 사실 이는 당연한게 아닙니다. 우리가 배워왔던 수 체계는 '실수' 입니다. 이 실수 위에서 정의된 덧셈과 곱셈은 실수의 성질에 의한 것이지 사실 당연하게 성립하는건 아닙니다. 가장 느슨한 구조부터, 가장 완전한 구조까지 한번 들여다 봅시다.
0. (아무) 집합
집합은 아무런 대수적인 연산이 성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서 {1, 2, 3}이라는 집합에서 덧셈을 추가 해보면,
1+2=3으로 잘 정의 되지만, 1+3을 표현할 수 있는 원소는 집합 내부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느슨한 구조라고 할 수 있죠. 심지어 저 내부에 같은 성질의 원소만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면 {3, 7, (1,0,0), 고양이, sin x} 이렇게 서로 같은 차원의 수도 아닐 뿐더러 수가 아닌 것도 들어가 있을 수 있죠.
1. 마그마
마그마는 저기에서 조금 진화해서, 어떤 이항연산 (덧셈이나 곱셈) 등등이 존재하는 구조 입니다. 대신,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즉, 결합이든 교환이든 분배든 아무 법칙도 없어도 된다는 거죠.
사실 이정도로 느슨한 집합은 생각 하기도 힘들거 같네요
극단적으로 예시를 들어 보자면 {1,2}와 연산 @에 대해
1@2=1, 2@1=2, 2@2=1, 1@1=2라 정의하면
1@2와 2@1이 다르니 교환법칙 실패,
(1@1)@2=1와 1@(1@2)=2가 다르니 결합법칙도 실패
분배법칙은 너무 귀찮아 지니 생략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몰라요
만약 분배법칙까지 실패하면 완전한 마그마가 되겠죠.
2. 반군 semigroup
이제 드디어 조금 갈피가 잡히는군요! 반군은 마그마에서 한층 더 진화해서 결합법칙이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반군은 우리에게 사실 익숙한 구조입니다. 바로, 자연수가 반군이기 때문이죠.
자연수에는 덧셈 하나를 부여해봅시다. 그러면 덧셈이 항상 잘 정의되어 있죠. 자연수 + 자연수는 항상 자연수니까요. 거기에 결합법칙도 잘 성립합니다. (사실 당연히 교환법칙도 성립하지만 일단은 반군은 맞습니다.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은 없으니까요.)
3. 모노이드 (Monoid)
이번엔 원소 하나만 추가 하면 됩니다. 바로 0이죠. 정확히는 그 연산의 항등원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수에 0을 더한 집합의 경우, 어떤 자연수를 데려와도 n+0=n이죠? 그러면 자연수+0은 모노이드 입니다.
4. 군 (group)
이번엔, 역원까지 추가 해 봅시다. 즉, 연산을 해서 항등원이 나오는 원소가 있으면 군이라고 합니다.
정수 집합이 군의 예시죠! 2+(-2)=0이니까요.
5. 아벨 군 abelian group
군에서 더 진화해서 교환법칙도 만족시키는 군입니다. 정수는 당연히 군이면서 아벨 군이죠!
6. 환 (ring)
이젠 연산의 개수가 두가지로 늘어납니다!
덧셈에 대해서는 군과 마찬가지로 항등원, 역원, 교환법칙이 다 되면서 추가로 곱셈이라는 새로운 연산이 추가되서 항등원이 존재하게 됩니다. 대신 곱셈에 대해서는 역원이나 교환법칙 존재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곱셈과 덧셈을 엮은 분배법칙이 성립합니다.
a(b+c)=ab+ac 이렇게 된다는 거죠.
7. 가환환 (commutative module)
여기에 더해서 곱셈에 교환법칙까지 성립하면 가환환이 됩니다.
정수, 유리수, 실수, 복소수도 가환환이죠.
8. 체 (field)
드디어 가장 완전한 구조에 도달했습니다. 체에서는 덧셈과 곱셈 뿐만 아니라 곱셈에 대한 역원도 존재해야 합니다. (단, 0의 역원은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1/0은 필요 없다.) 정수는 체가 될 수 없죠!
2는 존재하지만, 1/2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가 아는 구조들은 유리수, 실수, 복소수 뿐입니다.
8-1. 확대 체
체를 확대해봅시다! 예를 들어 유리수 체에 루트 2 라는 원소를 넣어서 확인 해 보면, 모든 수는 a+b루트(2)꼴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꼴의 모든 수들은 서로 아무리 곱하거나 더해도 a+b루트(2)꼴로만 나오게 되죠. 루트(3)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런 구조를 유리수의 유한 확대체 라고 합니다.
또, 실수에도 허수 단위 i를 넣어, 실수의 확대체 복소수를 얻을 수 있죠. 그러면 복소수의 유한 확대체도 만들 수 있을 까요? 정답은 , 불가능합니다. 복소수는 더이상 뭔가를 더 넣어서 체를 만들 수 없어요. 복소수의 유한 확대체는 자기 자신 뿐입니다. 이는 대수학의 기본 정리로 증명되었습니다. 실제로 복소수를 확대한 사원수는 체를 이루지 않습니다. 곱셈에 대한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죠.
9. 순서체
이제 체에다가 크기 순서까지 넣었습니다. 더이상 복소수는 순서체가 아닙니다. 복소수는 고등학교 1학년때 배우듯 대소관계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간단히 증명해보자면 2i>i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i>0이므로
2i×i>i×i가 됩니다. i×i=-1 이므로, -2>-1이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옵니다. 순서를 부여할 수 없다는 뜻이죠.
10. 완비 순서체
드디어 가장 특별한 구조가 나왔습니다. 완비 순서체는 완비성, 영어로는 Completeness를 갖춘 순서체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보자면, 가능한 최대로 조밀하다는 뜻입니다. 유리수도 물론 임의의 유리수 p,q에 대해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유리수가 있지만, 실수는 그보다 더, 유리수에 비교하면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훨씬 빽빽합니다. (완비성의 정확한 정의는 이게 아니지만, 그걸 가져오면 대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테니까...)
거기다 더욱 신기한 사실은, 완비 순서체는 오직 실수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어떤 체가 완비 순서체라면? 그 체는 실수체라고 확실 할 수 있습니다.
복소수는 완비적이기는 하지만, 순서체가 아니니까요.
여기까지가 대수 구조의 간략한 설명입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조금 생략하거나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이렇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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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무슨 개소리야 진짜
이정도면 개쉽게 쓴거 아닌가
방구나 무라
굿
꺄
헉
경수 교수님이 군 짤막하게 소개하시면서
"군 조건을 만족시키는게 왜중요하냐면~ 그래야 일반적인 일차방정식을 풀수있는 구조가 되거든요~" 하심
그렇죠
실수가 만약 군이 아니라면
x+2=0 조차 풀 수 없습니다 ㅋㅋ
걍 보기에 무시무시해서 그렇지.. 읽어보면 쉽고 재밌게 쓴 글일 것 같음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는 않았는데 이산수학에서 closed semiring 같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런 무시무시한 체계가 왜 필요한지 좀 동기 부여가 되네요
물론 저는 무시무시해 보여서 대충 읽다가 내렸음..
마지막에 완비순서체의 유일성이 제일 신기한 부분인데 ㅠㅠ
그래도 흥미로웠다니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