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먹이 [1140128] · MS 2022 · 쪽지

2024-03-18 16:58:19
조회수 729

집에오는길에생각을좀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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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가 느끼는 허무함이야. 가치의 부재는 더 의심하기도 지쳤고. 그로 인한 허무함은 수없이 내면화되어서 나한테는 그냥 그런게 되었어.


허무함이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견뎌내야할 것들이 있는데, 듣기 싫은 수업같은거 말이야. 그런걸 견뎌내야 한다는 당연함을 정당화 할 논리가 없어졌어. 힘들고, 좀 과할지도 모르는 표현이지만, 고통스러운걸 참아야할 이유를 잃어버렸어. 그리고 정확히 동일한 맥락으로 삶을 더 살 이유를 모르겠어.


힘들어. 많이.


이전에 아마도 수동적으로 죽고싶다고 했을텐데, 사실 그냥 죽고싶어. 사는건 아주 귀찮고 또 힘들어, 조금의 자발성이, 조금의 용감함이 나를 구해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또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왔고, 일종의 메시아적인 믿음에 가까워졌어. 메시아를 그리듯이 죽을 용기를 가진 좀 타자적인 나를 그리고, 천국을 그리듯이 나의 죽음 이후의 침묵을 그리는거야.


정상적인 가치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 슬프지 않을때까지 두달이 넘게 걸렸는데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데에는 이주일이면 되었네. 사실 그동안 괜찮아졌는지조차 의문이야. 내 생각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걍 우울함의 씨앗을 심지 않은 덕분에, 더 우울하지만 않았던거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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