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반수생의 글 한번 읽고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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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수생활을 힘차게 말아먹고 경상남도에 있는 지방 국립대 중 하나를 다니고 있는 04년생 삼반수생입니다! 재수 때 솔직히 최선을 다했냐 싶으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기에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 모인 이 커뮤니티에 회고라도 할 겸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화작 생지러라는, 사람들이 평상시에 부르는 '유사 이과', '패션 이과'인 허수 중 한명이었습니다. 현역을 44244로 말아먹고 자연스럽게 남들처럼 재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재수생활은 재미있었어요. 극 E였던 제게 기숙학원은 너무나도 큰 매력이었고,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며 교류할 수 있었지요. 또 마음가짐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열정을 잃지 않았기에 6월까지 나름 선방하며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월 모의고사도 32134를 받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물론 이 커뮤니티 여러분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성적과 향상폭이지만, 고등학교 인생 3년을 살며 2등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제게 2등급이라는 결과는 제가 옳은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원인이었어요. 국어는 '화작을 다 맞췄으면 2등급 최상단이다', '생명과 지구는 6월치고 너무 쉽게 나와 등급컷이 높다, 개념을 틀리지 않았다면 둘 다 1등급'이라는, 소위 호머식 채점으로 정신승리를 하면서요.
6월 이후 기숙학원에서 전 몰래 음악을 듣거나 야자 때는 졸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얘기하며 노는 둥 부모님께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는 만행들을 저지르고 다녔어요. 중간중간 사설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제 진짜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사설은 N수생들만 치는거니 괜찮다. 현역이 섞이면 또 괜찮게 받겠지'라는 마인드로 9평에서는 성적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단 마인드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9월 모의고사에서는 33234를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9월 모의고사를 칠 때는 당황했어요. 항상 문학을 쉽게 풀고 넘어갔었지만 막히는 부분이 군데군데 존재해서 시간을 소요했고, 수학에서는 미적분이 갑자기 안 풀리고 공통과목에서도 쉽게 넘어가는 준킬러가 없는 현상이 일어났었죠. 여전히 그대로인 과탐 성적도 제게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 성적표를 받고 나서는 다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직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이 바램은 아마 이뤄질 수 있었을거에요, 제가 만약 끝까지 달렸더라면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나요, 10월 모의고사를 치고나서 다시 전 나태하고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10월이 되도 여전한 호머식 채점과 학원에서 나눠주는 제 수준에 맞지 않는 N제와 사설 모의고사들을 벅벅 풀며 실력이 오른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저 친구들과 수능 끝나면 무엇을 하고, 어디로 여행을 갈 건지 같은 시답잖은 얘기나 하는 게 지금에서야 남는 학원에서의 기억이네요.
삼반수의 결과를 말하자면, 전 커리어로우인 44235를 받게 됩니다. 심지어 국수의 44도 5에 거의 근접한, 매우 낮은 4였어요. 지금 와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제대로 보지도 않은 ebs와 생각보다 어려웠던 문학, 그리고 이로 인해 독서 지문 1.5개를 통째로 날려버림, 그리고 수학에서는 한 문제도 제대로 풀지못한 준킬러가 있겠네요. 덤으로 아직 기억나는 작수의 문제는 다름아닌 3점짜리 주관식 문제에서 외분점을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때는 그 외분의 공식을 제가 모르고 있었는지, 그 문제를 10분동안 잡고 풀다 결국 못 푼 기억만이 남네요. 수능 성적은 호머식 채점이 통하질 않았습니다. 결국 과학탐구도 예상대로의 등급을 받게 되죠.
부모님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그저 울면서 죄송하다고만, 꼭 취직해서 나중에 전부 재수비용을 갚겠다고만 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학비라도 아끼자는 심정으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의 지방 국립대로 들어가게 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재수학원 친구들은 다 재수결과에 만족했어요. 기숙학원에 같이 들어갔었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기숙학원의 친구들은 대부분 똑같은 대학교를 가게 되어 행복하게 캠퍼스 생활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현역으로 갔었던 친구들도 자기들의 학교에 온 재수생들이었던 동창들을 환영했지요. 그리고 저를 환영해주는 건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인과응보이지요.
단톡방이나 인스타 등을 보면 친구들끼리 자취생활, 학과생활, 과팅인증 등을 올리며 서로 자랑하고 웃기 바쁩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그 메세지들을 읽으며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어요. 특히나 같은 학원에 있었던 학원동기들과 고등학교 동창들이 자취방에서 술 먹는 사진을 보면, 왜 이렇게나 마음이 찢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제서라도 다시 공부하고 싶었어요. 마치 현역 때 제 성적표를 받고 열심히 재수생활을 보내려던 내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전 제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전 삼수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6월이 채 되지않아 지치고 결국 나태하고 게임이나 하던 제가 될 것을 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집안이 그렇게 유복한 건 아니라 삼수를 할 수 있는 비용도 되지 않았고요.
학교에서 MT나 과팅, 새터 등을 다들 갈 때 전 갈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학교에 애정이 전혀 없었으니 단체 친목 생활을 할 마음도 전혀 없었거든요. 새학기가 시작된 지 약 2주가 된 지금, 제 학교에서도 슬슬 무리를 지어 밥을 먹고 술자리를 잡으며, 과팅도 주선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 많고 농담도 많이 쳤던 저는 학교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기도 싫었고요.
전 이 글을 마지막으로, 부모님 몰래 삼반수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학점도 관리하며 수능 공부도 다시 해야하는, 재수 때보다 공부시간도 훨씬 적은 그런 상태가 되었지만, 아마 6월이 되기 전 또 지쳐버릴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후회가 계속 남아 다시 한번 해볼려고 합니다.
혹여나 재수나 삼수를 하신다는 분들이 이 글을 읽게 되시면, 동기부여라도 조금 되었길 바랍니다. 저처럼 한심하고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지 마시고, 비록 적는 입장에서는 쉽게 적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사시길 바랍니다.
우울하고 마음이 계속 조여오는 것만 같아 정황없이 이 글을 적었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바가 잘 전달되었을련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제 상황을 풀어내는 것이 처음이라, 그냥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부족하고 우울한 긴 글을 읽어주신 모든 오르비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며,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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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04 반수생.. 파이팅입니다!!
잘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