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썩tv [1062561]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4-01-26 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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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학문 계열은 지원할 때 많이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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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현재 경희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유썩tv입니다. 


 어찌보면 제 전공 디스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순수학문이 어떤 곳인지 아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수학, 물리, 화학 같은 전공 공부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은 무조건 그 전공에 대한 '흥미'를 가진 분께서 오시는 게 좋습니다.


 '어 나 수능 수학 좀 잘하는 것 같은데 수학과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으로 오시면 2학년부터 버티기 힘들어집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다른 게 아니라 '수열의 극한'입니다. 해석학에서는 수열의 극한을 이렇게 정의하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2학년 내내 해석학에서 '극한'에 대한 것을 배우지만 고등학교 때 썼던 lim 기호는 한 번도 쓰지 않고 전부 저런 식으로 극한을 정의한다는 것이죠.


 저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드리자면 어떤 수열 an이 a로 수렴한다는 것은 우리가 n보다 큰 임의의 자연수 N을 선택하고 그 N에 대해서 수열의 항과 극한값의 차이가 양수 ε을 어떻게 잡더라도 그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음... 방금 한 말보다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요. 말 그대로 ε을 어떻게 잡아도 임의의 수열의 항과 극한값의 차를 ε보다 항상 작게 유지시킬 수 있다면 수열이 특정값으로 수렴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수의 완비성 때문에 ε을 결국 줄이고 줄이다 보면 극한값과 수열의 항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가 되실 거예요. 


 이처럼 수학과에서 배우는 수학은 수능 수학처럼 단순 계산과 그래프 개형 잘 보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학문들이 아닙니다. 이에 대한 흥미와 적합성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수능발로 살아남는 건 1학년 Calculus 배울 때가 전부입니다.


 해석학, 선형대수학, 정수론, 복소해석학, 위상수학을 보면 '계산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과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순수학문은 말 그대로 그 학문의 본질을 추적하는 학문이지 부차적인 것을 따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진지하게 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순수학문 전공으로 지원하실 생각이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그래도 오고 싶으시다면 해당 과의 2학년 이상 과목을 2개 정도 조금 보고 결정하세요. 


 위에 사진과 같은 것들이 2학년부터 한 학기에만 전공과목 4~5개를 배우면서 어느 파트에서든지 튀어나올 겁니다.


 정말정말 잘 생각하고 오셔야 해요. 저는 수학에 흥미가 있어서 수학과를 와서 빨리 2학년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지만 제 주위를 보면 고등학교 때 수학 잘했다는 이유 하나로 수학과에 진학했다가 본인이 생각했던 수학과는 사뭇 다른 내용에 당황하고 후회하는 친구들이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재밌긴 해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학은 전체의 0.001%도 안된다는 걸, 하지만 그 몰랐던 영역을 배울 때 느끼는 희열은 중독적이긴 합니다 ㅎㅎ



 * ε-N 논법 썼을 때 N>=n이 아니라 n>=N이네요...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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