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학문 계열은 지원할 때 많이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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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경희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유썩tv입니다.
어찌보면 제 전공 디스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순수학문이 어떤 곳인지 아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수학, 물리, 화학 같은 전공 공부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은 무조건 그 전공에 대한 '흥미'를 가진 분께서 오시는 게 좋습니다.
'어 나 수능 수학 좀 잘하는 것 같은데 수학과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으로 오시면 2학년부터 버티기 힘들어집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다른 게 아니라 '수열의 극한'입니다. 해석학에서는 수열의 극한을 이렇게 정의하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2학년 내내 해석학에서 '극한'에 대한 것을 배우지만 고등학교 때 썼던 lim 기호는 한 번도 쓰지 않고 전부 저런 식으로 극한을 정의한다는 것이죠.
저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드리자면 어떤 수열 an이 a로 수렴한다는 것은 우리가 n보다 큰 임의의 자연수 N을 선택하고 그 N에 대해서 수열의 항과 극한값의 차이가 양수 ε을 어떻게 잡더라도 그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음... 방금 한 말보다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요. 말 그대로 ε을 어떻게 잡아도 임의의 수열의 항과 극한값의 차를 ε보다 항상 작게 유지시킬 수 있다면 수열이 특정값으로 수렴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수의 완비성 때문에 ε을 결국 줄이고 줄이다 보면 극한값과 수열의 항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가 되실 거예요.
이처럼 수학과에서 배우는 수학은 수능 수학처럼 단순 계산과 그래프 개형 잘 보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학문들이 아닙니다. 이에 대한 흥미와 적합성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수능발로 살아남는 건 1학년 Calculus 배울 때가 전부입니다.
해석학, 선형대수학, 정수론, 복소해석학, 위상수학을 보면 '계산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과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순수학문은 말 그대로 그 학문의 본질을 추적하는 학문이지 부차적인 것을 따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진지하게 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순수학문 전공으로 지원하실 생각이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그래도 오고 싶으시다면 해당 과의 2학년 이상 과목을 2개 정도 조금 보고 결정하세요.
위에 사진과 같은 것들이 2학년부터 한 학기에만 전공과목 4~5개를 배우면서 어느 파트에서든지 튀어나올 겁니다.
정말정말 잘 생각하고 오셔야 해요. 저는 수학에 흥미가 있어서 수학과를 와서 빨리 2학년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지만 제 주위를 보면 고등학교 때 수학 잘했다는 이유 하나로 수학과에 진학했다가 본인이 생각했던 수학과는 사뭇 다른 내용에 당황하고 후회하는 친구들이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재밌긴 해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학은 전체의 0.001%도 안된다는 걸, 하지만 그 몰랐던 영역을 배울 때 느끼는 희열은 중독적이긴 합니다 ㅎㅎ
* ε-N 논법 썼을 때 N>=n이 아니라 n>=N이네요...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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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물화는 잘 써먹을 수 있잖아요..어디서든지요.... 유썩님같은 경우 수학 잘하시니 학원가에서 일하실 수도 있고.... 수학은 또 컴터랑 연관성 크니 여기저기 콕 찔러볼 수도 있는데 문과 순수학문은....사실 사교육에서 일하기엔 제 입시수학 능력이 많이 낮은 편이라...
저는 그런 쪽보다는 연구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네요 요즘엔 :)

겸손하신! ㅎㄷㄷ 수학은 사교육계열 아니어도 암호학이나 데이터랑 연결해서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고 들어서......맞아요 이산수학이랑 응용수학 전공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그런 쪽으로 나가시는 분들도 가끔 있으시다더라고요
ㄷㄷ재고해야하나
시간이 되신다면 해석학, 선형대수학은 한 번 재미삼아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곳에서 설명하는 컨텐츠들을 접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얘! 뭉지대 11수하신 분 정도면 이건 식은죽먹기란다!
topology를 마스터해버린 나
Epsilon-N method
자 이런 대한민국 일류 대학에 다니는 사람과 나는 겸상할 수 없단다... ㅜ
카이스트 수학과 최우등졸업 지인선 언니는 대체...
GOAT.
평가원스럽지 않네요
ㅋㅋㅋㅋㅋ
입실론델타? 뭐 그런건가요..??
네 맞아요. 엡실론-델타는 함수의 극한이고
엡실론-엔은 수열의 극한입니다!
입실렌티모르시나요 . . .
와 고려대!
명지대 수학과 ㄷㄷ
저거 N>=n에서 대문자랑 소문자 n 바꿔야 되지 않나요?
모든 e에 대해 N이 존재하여 “그 N보다 큰 모든 n에 대해”니까

N보다 큰 모든 n에 대해 차이가 ε보다 작게 하는 어떤 N이 존재하는 거니까 바뀌었네요어우 뭐야 전혀 눈치 못 채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대학원은 미국이나 일본 가실건가요
그것까진 아직 잘 모르겠네요 ㅜㅜ
생각없이 뭉지대에 가버린 나
응용수학과랑 수학과 비슷할까요?
잘은 모르지만 꽤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져스
순수학문 전공, 대학원 공부할래? 공대가서 학부 공부, 자격증, 인턴, 학부연구생.. 할래? 이거 다 해도 대기업 못 갈 수도 있다~ 솔직히 수능 계속 봐서 의치한 메디컬 가는게 더 낫지 않나?
맞는 말씀이라 씁쓸하네요. 하지만 저처럼 말 그대로 대학에 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취업과 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입시수학이 저랑 너무 맞질 않아서 오히려 수학과에서 배우는 것들을 통해 식견이 넓어지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제가 조금 더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더라면 메디컬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고, 적응하지 못할 환경이라면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하는 생각 역시 드네요.
저는 좀 더 이런 것에 사람들이 관대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순한 안정과 안위를 위해 본인의 꿈을 버리는 것은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하는 것, 그에 따른 결과 역시 모두 선택한 본인의 책임인 만큼 믿고 따라줘야죠.
메디컬이라는 편협한 시각 속에 갇혀 지내는 근래 수험생들이 저는 되레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난 이런 공부를 하고 싶어.'가 아닌 '난 이런 사람이 돼서 돈을 많이 벌 거야'라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주된 목표가 된 것이 통렬합니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본인의 길을 결정해놓고 맹목적으로 이를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합니다.
이런 짤이 이미 있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자생물학이랑 생화학에서 대가리 터진 생명과학과사설스러운듯 ㄷㄷ

제가 이걸로 문제 만들어 드리죠사실 양화사 관련한 논리학만 배우면 생각보다 쉽긴함
수학과 오지말라 시발
헉,,,
수학과에서 암호수학 공부해서 정보보호대학원 가는 루트도 괜찮나요?
ㄷㄷㄷㄷㄷ
왕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