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생명수석희망. [1279209] · MS 2023 · 쪽지

2024-01-03 16: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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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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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이라면 연말에 완료되어야 옳겠지만, 연말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나지 않았다.


재작년과 작년 모두 내 관심사의 팔할 이상은 학교 관련 일이었다. 재작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부만 주로 했고, 작년에는 자의 반 타의 반 감투를 하나 쓰게 되어 다른 일들도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이 부족한지 더 고민해 볼 기회가 생겼다.


1. 건강

건강은 원래도 좋지 않았지만, 작년에는 유달리 좋지 않았다. 원래도 나는 신경증 성향을 타고난 사람이지만 불면이 생기자 상담을 받아야 했다. 상담을 받고 나니, 내 불안을 조금 더 객관화해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무리하게 잠을 줄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일에는 열두 시 이전에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카페인도 의식적으로 통제했다. 그럼에도 등교하지 못하고 수액을 맞은 날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꽤나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2. 학업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등수가 오르지 않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실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있어 종종 공부 얘기를 했다. 내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만 열심히 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할 말이 별로 없었다. 결국 성적이 오르긴 올랐다.

별 관심사 없이 모 학술지 페이지를 구독하여 논문 소개를 훑어보곤 했는데 알아먹을 수 있는 논문들이 많아졌음을 느꼈다. 몇몇 개는 나름대로 소개한다고 글을 써 보았지만 호응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다시 지웠다.


3. 취미

남는 시간에 학교 근처에서 영화를 자주 보았다. 시험이 끝나면 진이 빠져 술도 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론가의 직업은 일정한 관점하에 영화의 좋고 나쁨을 밝히는 일이라면, 나는 그때그때 뜨는 영화를 보고 싶은 대로 봤다. 본 영화 중 하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영화 공부를 조금 더 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쓴 글을 지인이 잘 읽었다고 말해 주어서 기뻤다. 

방학 때는 하는 일 없이 주로 누워 있다가, 별로 읽어보지 않을 책들을 샀다. 책들은 시험기간 직전에 몰아서 하루 이틀 내에 읽고, 감상은 따로 적어두지 않았다. 옛날에 읽은 책들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별로 재밌지도 않았다.

기타 얼굴을 아는 사람을 넓히기 위해 참여한 활동들이 있었는데 얼마나 유의했는지는 모르겠다.


4. 진로

진로는 참 고민이 많이 된다. 내가 낸 돈으로 내가 다니는 대학이라면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을 해 주신 이상 부모님의 기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종국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될 것이지만. 프로스트의 시처럼, 가지 않은 길은 그 나름대로의 끌림이 있다. 그렇지만 끌림에 일생을 베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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