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변화의 보수성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6113958
들어가기
1. 시제란?
시제는 한국어에서 어떤 상황/사건/사태가 실현되는 시간적 위치를 표현하는 문법 범주이다.
그런데 어떤 것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절대 시제와 상대 시제는 각각 '발화시를 기준으로 사건시의 위치를 판단'하고, '주절의 상황시와 종속절의 상황시'를 비교하여 그 상대적 위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어의 절대 시제는 흔히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뉜다고 본다. 이는 3원 체계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어말어미 '었'과 '겠'은 각각 과거와 미래를 나타낸다.
그런데 한국어의 시제 체계를 2원 체계로 보는 입장도 있다.
이는 언어의 실제 사용을 강조하는 관점으로, '-겠-'이 꼭 과거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점, '-는/-ㄴ' 역시 미래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점들을 든다.
ex) 어제 비가 왔겠다(과거추측) - 만약 '겠'이 미래만을 의미한다면 과거 시제 선어말어미 '왔'과 같이 공기할 수 없을 것이다. '겠'의 기능을 추측으로만 한정한다하여도 이는 양태(modality)의 측면만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의 미래 시제(tense)를 나타내는 전용 선어말 어미는 없다고 보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즉, 이러한 2원 체계의 관점에서는 한국어의 시제 대립을 '과거/비과거'의 대립으로 본다.
2. 사실 이러한 '과거/비과거'의 시제 대립은 중세국어부터 존재했었다.
중세국어의 시제 체계는 현대 한국어의 시제 체계와 유사하면서도 달랐다.
먼저 현대 국어의 동사는 원형(∅)으로 사용하면 현재이고, 과거/미래를 표현하기 위해선 특정한 선어말어미가 결합해야 한다. 형용사도 마찬가지이다. 원형(∅)으로 사용하면 현재 시제를 나타낸다.
그러나 중세국어의 시제 체계에서는 동사를 원형(∅)으로 사용하는 것은 '과거'를 의미한다. 즉, 중세국어에서 오히려 현재 시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제 선어말어미 ‘느/ᄂᆞ'가 결합해야만 했다는 것.
반면에 형용사는 현대 국어와 마찬가지로 원형(∅) 그대로 사용하면 현재 시제를 나타냈고, 과거/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특정 선어말어미가 결합하였다.
3. 그런데 이러한 시제 체계는 한국어의 관형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먹은 밥 (과거)
먹던 밥 (과거)
먹을 밥 (미래)
먹는 밥 (현재)
예쁜 아이(현재)
한국어 관형절의 대표적인 유형들을 살펴보면 위와 같다. 이를 중세국어의 시제 체계가 여전히 관형절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관형형 어미 '은'은 '∅+ㄴ'으로 분석될 수 있다. 따라서 동사에 결합한 경우 과거를 나타내고, 형용사에 결합한 경우 현재를 나타낸다.
관형형 어미 '던'은 '더+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중세국어에서 '더'는 과거(시제) 비완망상(imperfect aspect)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요소였기 때문에 '던'은 과거로 보는 것이다.
관형형 어미 '을'은 중세국어의 미래 선어말어미 '-(으)리-'에서 기원하였을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는'은 앞서 말한 중세국어의 현재시제 선어말어미 '느/ᄂᆞ+ㄴ'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동사로 만들어진 관형절의 경우 '는'은 현재 시제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한국어 관형절의 시제 체계는 중세국어의 시제 체계와 굉장히 유사한 것이다.
4. 그렇다면 왜 관형절에만 이러한 중세국어의 시제 체계가 남아 있는 것일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안은 문장(모절)과 안긴 문장(내포절)이 존재할 때, 문법 변화의 영향이 더 보수적인 것은 내포절이다. 즉, 내포절의 문법 체계는 잘 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주절의 경우 다양한 언어 변화를 직면하는 위치에 있어 문법 변화에 취약하지만, 내포절은 모절에 안겨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문법 변화의 보수성이라고 하며, 이러한 변화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유형론적으로 독일어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가끔 저를 그냥 팔로우 하시는 분들은 무엇..?
-
똥에서 설사가는느낌이지만 지2는 수능날 모르면50분을줘도 못푸는과목이라 화1갑니다...
-
필자는 새벽 3시경 고민이 있어서 글을 올렸다. 여기는 누구나 사람이라면...
-
다자는구나 4
내소중한오르비가,,,
-
과탐만 하다가 사탐을 하게 되어서.. 질문 남깁니다
-
잘자여 1
~~
-
의사선생님들 9
저 어렸을때부터 숨쉬면 심장이 자주 아팠는데 이유가 뭘까요 지금도 아픔 바늘로 찌르는 느낌
-
[소개 및 성적인증] https://orbi.kr/00071877183 안녕하세요...
-
그럼 Deers are jumping in the Kwanak mountain. 임?
-
한 35쯤에 요절하겠지 건강도 안좋아서
-
지금처럼 누워만있을까 ㅋㅋ
-
메리 솔크입니다~
-
아 쪽팔려 6
하 왜물어봤지
-
포기하면 편해 5
룰루랄라
-
M자탈모가오기시작했음
-
남자애들 말하는거임 애가 잘생겼거나 인싸상이야 그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
택배로 기숙사 호실주소로 보내면 될려나
-
ㅈㄱㄴ
-
정확히 말하자면 외면하면서 살았는데 신경쓴다고 달라질것도 아닌데 하는 마인드로...
-
왜 근육통이 없지 등도 그렇고 요즘 상체가 잘 안먹는구만
-
갸름해짐 진짜
-
캬캬 주식 하따 5
-
갓다가 돈만 뜯길까봐 겁남
-
오른닮앗대..
-
앞으로 옯보검은 2
옴뇸뇸~~님이시다!
-
길게연애한건아님 걍 좀… 썰이많은거지
-
아니 무친거 아님?
-
-> 찐따됨-> 자존감 더 내려감 무한반복
-
유빈이랑 별개로 2
N제 가격은 애미없긴함
-
옛날에 mp3 불법다운 해 들었잖아 학교 선생님이 틀어주던 불법 영화 파일 봤잖아...
-
님들 인생 애니 있음? 13
추천 오네가이시마스
-
남자한테 받았던건 과거에 풀어서 다시풀기귀찮음
-
잠이 안와.. 2
아..
-
난 애인 있음 1
옵붕이들이 내 애인임
-
미친사람인줄알았음
-
돈 많이벌고 싶은이유가 10
다이닝 원없이가고싶어서임 맛있는게 좋아
-
오르비 internal server error는 못 참겠다
-
전여친썰) 3
-
나는 안 씀 1
딱히 양심 그런건 아니고 걍 나는 돈을 써야 풀게 되더라
-
짱깨 새끼들 1
냄새 ㅈㄴ 나서 속으로 욕하고 있었는데 신분증 사진으로 보여주길래 안된다고 돌려보냄...
-
야메추좀
-
ㅇㅇ...
-
연애썰 좀 길긴 한데 11
해피엔딩이아님 풀어볼까
-
고백 성공률 백퍼임 16
고백은 wwe임 이미 합 맞춰보고 기술드간다~~ 잘받아!! 하고 들어거는거임
-
혈중달달함농도 좀 채우자
-
너희들은 모솔을 평생 이해 못할거임
-
연애하고싶다
-
ex썰 풀고 싶은데 12
푸는게 재밌는데 풀때마다 내가 비참해지는 기분이긴 함 사실 재미는 있는데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다
zero morpheme 오랜만이네요
시제 너무 어렵습니다... 정의가 제각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