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abc [1115412] · MS 2021 · 쪽지

2023-12-20 00: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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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 일년을 죽어라 공부해본 기억이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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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자신감의 원천이자 좋은 스탠다드로 작용할거라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막상 수험생활을 끝내고 보니까, 내가 인생에서 다시 이런 시기를 겪는다면… 또 버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지옥같은 수험생활을 이미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어떤 괴로운 일을 시작할 때 지레 겁을 먹을 것 같고, 스트레스도 배로 받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최선을 다하는 일… 멀리서 봐야 낭만이지 직접 해보니 그냥 지옥이다. 끓는 물에 스스로 머리를 집어넣는 일 같다.


남들은 잘만 하는 거… 난 태생적으로 열심히 사는게 안되는 인간인가?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 행복엔 둔하고 고통엔 기민해서 그런가? 하고 싶은 것만 해도 괜찮았던 초등학생 시절을 아직도 정신적으로 못 벗어난 것 같다.


원하던 대학에 붙었지만 합격을 확인한 순간부터 딱 30분 정도 기뻤다. 그 뒤로는 남아있는 삶의 분량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혼자서 팍 질려버렸다. 아무것도 거창하거나 새삼스럽지 않다. 뭐 얼마나 살았다고 사는 일에 벌써 물려버린 것 같았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 여행도 갔고 친구들도 만나고 콘서트도 여러번 다녀왔지만 여전히 계속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괴로워하면서 뭔가를 성취해내면 내가 겪은 고통에 상응하는 기쁨이 되돌아올 줄 알았는데 별 게 없다. 그냥 다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 수험생활보다 힘들고 변칙적인 많은 일들이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지레 겁을 집어먹은 듯하다. 어른스러워지기는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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