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국어 수업 들으면 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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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고3 시절... 나는 의대를 가고 싶었다.
그리고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수시도 죄다 4합 5로 상향지원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재수가 확정되버렸다.
그 당시 사귀던 남친은 서울대에 붙었고,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수능을 3개 틀렸다.
매일 수업 때 자고 숙제도 설렁설렁 해오던, 게으르지만 머리는 짜증나게 좋은 친구였다.
많이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어릴 땐 머리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지금 와선 그 머리가 좋다는 말이 너무 불합리하게 들렸다.
수능은 그냥 재능. 운빨 망겜인가?
나는 그냥 내 실력만큼의 점수를 받았는데, 내가 1년을 아등바등 해봤자 수능을 3개 틀릴 수 있을까?
나는 공부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모자라게 하진 않았다.
기출문제, 학원 수업, 나름대로 풀 수 있는 만큼 풀었고, 개념도 다 한 번씩 돌렸다.
모르는 게 특별히 있지도 않으며, 풀이도 들어보면 다 납득이 갔다.
여기서 대체 뭘 해야 실력이 느는거지?
전에는 공부를 차근차근 하지 않았다. 이 선생님이 좋다 저 선생님이 좋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커리 듣다 저 커리 듣다 하다보니 제대로 한바퀴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빵구 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고, 시간도 많으니 개념을 차근차근 한바퀴 돌려보기로 했다.
잘 안됐다. 가장 큰 문제는 공부가 너무 재미없었다.
1.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 대부분이었다.
2. 개념을 안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실력이 늘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의미 없는 시간 낭비였다.
아무래도 수능은 역시 재능과 운이 전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슬럼프에 빠지고, 게을러졌다.
그러다 나에게 깨달음이 오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루는 재수학원에서 의대 합격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 중 5명이 국어 만점이었다. 모두 원래부터 국어를 잘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였다. 그들의 전년도 국어 성적은 모두 3~4등급대였다.
눈이 초롱초롱해진 채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1. 자습시간이 매우매우 길었다.
2. 정독을 강조했다.
3. 기출문제를 강조했다.
뻔한 얘기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그 5명은 모두 특출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특목고 출신도 아니고,
학교의 총애와 기대를 받다가 삐끗한 운 없는 학생도 아니었다.
인서울이 간당간당한, 입시판에 흔하디 흔한 점수였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국어 만점을 받았다는 건
국어는 위 3가지 공통점을 중심으로 열심히 하면 무조건 되는 과목이라는 거다.
수학은 확실한 방법론이 시중에 나와있다.
특정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손도 못 대는 문제들이 꽤나 있다.
그래서 그 방법이 쉬울수록, 간편할수록, 근본적인 원리에 의거한 것일수록 방법론의 가치가 달라지는데,
강사마다 방법론의 레벨 차이가 꽤 있다.
수학에서 일타강사가 되는 건 강의력, 스타성도 중요하겠지만
개념을 어떻게 더 간단하고 편리하게 다루는지가 메인이다.
그래서 일타강사들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 더 높은 퀄리티의 방법론을 배우고,
자연스레 다른 학생들과 편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킬러 문제가 없어진 지금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다.)
다만 국어는 그런 게 없다. 개념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가 크지 않다.
강사들은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제시해준다.
예를 들어 김동욱T 강의의 핵심은 이런거다.
'정독'
'지문 읽는 시간 >>> 선지 읽는 시간'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면 선지는 바로 보인다'
이 점들만 알아들었다면, 다 들은 거나 다름없다.
필자도 김동욱T 수업은 첫 수업 때 위 방법론을 듣고,
그대로 나가서 독학하다 모의고사 시즌 때 돌아갔다.
여기서 수학과 국어의 가장 다른 점은
수학은 일타강사들이 먹여주는 개념, 문제, 모의고사들을
안흘리고 잘 받아먹기만 해도 점수가 쑥쑥 오르지만,
국어는 독학이 베이스고 일타강사들의 먹여주는 것들은 성장을 조금씩 돕는 텐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일타강사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수업에 의존하고 독학에 힘을 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국어의 월선헌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국어는 강사가 판단한 사실에 내 판단을 맡겨버리면 모두에게 큰일이 날 수도 있다.
일타강사들의 방법론은 물론 정론이고, 수업의 질도 퀄리티도 모두 좋으니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
나도 도움을 많이 봤다.
하지만 국어는 수학처럼 맞고 틀리고가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기에,
본인만의 사고패턴, 판단 기준을 확실하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쌓여가는 일타강사 수업, 숙제들에 밀려 본인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현역 때 내가 딱 그랬다.
국어만큼은 본인이 주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일타강사들의 수업은 도구로써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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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국어는 수학에 비해 방법론을 알려주는 강사가 적어서, 스스로 쌓아올려야 하는게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