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낯선 시 꿀 해석 드려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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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신 것에 대해 깜짝 놀랐습니다.
몇 년 전 컬럼을 여러 차례 올려본 적이 있는데,
오르비 스타가 되는 것은 처음이네요. ^.^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계속 올리겠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위한 서시」입니다.
(인수 문학 A형 35쪽 참조)
문과생도 읽어 보시고, 시 공부 같이 해봐요.
(EBS 교재에서 구분된 2연과 3연은 원래 하나의 연으로 묶여 있습니다.
여기서는 EBS 교재를 따릅니다.
이 시에 대해 여러 해석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로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新婦)여.
1. 이 시의 특징
이 시는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대립적인 시어인 ‘짐승’과 ‘신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지막 5연은 하나의 행으로 처리되고 있고,
말줄임표를 통해 의미상의 간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상을 압축하여 정리한다고 볼 수 있어요.
2. ‘탑’ 시어와 관련하여 ‘울음’의 의미 파악하기
‘울음’은 ‘대상을 언어적으로 인식하려는 행위’로 이해합니다.
이것을 시에서 파악해보기 위해서 먼저
3연의 ‘추억의 한 접시 불’을 살펴볼까요?
‘추억’은 화자 개인의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명의 어둠’을 해소하기 위해 화자 개인의 과거를 관련짓는 것이죠.
화자가 경험한 과거는 분명한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3연에 나오는 ‘울음’은 4연에서 그 의미가 드러납니다.
3연의 ‘한밤내’라는 시어가 이것을 알려줍니다.
‘한밤내’는 시간의 경과를 함축하고 있는데,
울음의 시간 경과가
4연에서는 ‘차츰’, ‘돌개바람이 되어’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다는 것은 욕구 충족이 안 된 결핍의 상태,
여기서는 존재가 인식되지 않는 상태와 관련됩니다.
4연에서는 이러한 결핍의 상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시간의 경과 속에서 울음의 변신으로 나타납니다.
즉, 울음 → 돌개바람 → (탑을 흔들고 돌에 스며듬) → 금으로 됩니다.
‘금이 될 것이다.’는 중의적 표현입니다.
‘나의 울음’이 주어가 될 수 있고, ‘돌’ 또는 ‘너’도 주어로 가능합니다.
저는 ‘나의 울음’이 주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탑’이라는 시어는, 시적인 대상인 ‘꽃 = 너 = 신부’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너’는 존재의 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자연물로 나타납니다.
‘탑’은 인공물이며 매우 안정적인 구조물이죠.
그래서 ‘탑’은 인간 문명을 암시하는 상징어라 생각합니다.
‘나의 울음이 인간 문명의 근원(=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된다.’고,
이렇게 4연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말줄임표에 암시된 의미 반전 이해하기
화자는 4연에서 자신의 울음 행위가
긍정적 결과(=금)로 나타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죠?
그런데 결핍의 해소와 긍정적 결과는,
특정한 조건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미래의 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는 부분이 이 점을 드러냅니다.
만약 돌에까지 스미지 못하면 금이 될 수 없는 것이죠.
5연의 말줄임표는 이러한 조건 상황이 충족되지 못할 거라고 암시합니다.
그러니까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이라는 구절은,
언어로는 존재의 본질을 밝힐 수 없다는 비극성을 담고 있는,
반어적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말줄임표 외에도, ‘얼굴을 가린’이라는 시어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신부여’라는 시어에 주목해봅시다.
‘~여’라는 조사는 대상을 정중하게 부르며,
여기서는 호소와 영탄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부’는 구애의 대상입니다. ‘나의 신부여’라고 하잖아요.
신부는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가까이 가고 싶은 대상입니다
언어로는 존재의 본질을 알 수 없는 비극적 성격도,
미래의 언젠가 해소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가까이 가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는 점을,
‘나의 신부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4.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
의인화된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시상을 압축하고 있다’, ‘시상을 반전하고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이라고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는데,
5연에서 이를 뒤집고 있으니까요.
은유는 ‘나는 ~짐승이다’, ‘추억의 한 접시 불’ 등에서 보입니다.
상징은 ‘탑’, ‘금’, ‘신부’ 등에서 나타납니다.
중의적 표현은, ‘금이 될 것이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5. 출제 가능한 포인트
출제 가능한 선택지를 같이 만들어볼까요?
● 대립되는 시어로 화자와 대상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 의인화된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시상을 압축하고 있다.
● 수직적인 운동감을 통하여 긍정적 상황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돌개바람’이나 ‘탑을 흔듬’에서 수직적인 운동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대상을 영탄적으로 대하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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