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권세주의영광 [584465] · MS 2015 · 쪽지

2015-09-19 21: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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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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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남들이 모두 추억 속에 살때

추억 속에 괴로워하며 현실을 허덕일 때,

너는 내일을 살았다.

아니, 너는 아득 먼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별빛 꿈을 꾸었다. 남들 잠들때 깨어서 꾸는 꿈.


네가 홀로 어둠을 방랑할때 세상은 숨죽였다.

또 너를 욕보였다. '너는 낙오자, 실패자, 현실도피자' 라며

얼굴에 잿빛 침을 뱉었다. 그때였을까, 네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시점은,

네 명랑한 표정에 형체없는 어느 무거운 것이 가라앉은 시점은.


너는 허덕이는 방랑질을 그만두고 가던길 어느 한쪽이 지친듯 쓰러져 앉았다.

그리고 부은 발을 쳐다보았으리라. 퉁퉁 부어 이제 감각도 무딘 두 발.

때리고 찔러보아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을때 너는 깊게 울었다.

토하듯이 울었다. 너의 별빛 꿈들은 아즈라이 흩어졌다.


흩어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너는 '초연'이라는 단어 하나를 떠올렸다.

모든 상념이 가라앉아 잔잔한 그것. 너는 갈증이 나듯이 그것을 갈망했다.

그러나 네 방랑벽이 어디 가겠느냐. 너는 빡빡 민 머리카락이 촘촘해지기도 전에 산속을 뛰쳐

나왔다. 내려오며 산노루도 보고 핀 진달래도 보면서 1년이 지난 것을 상기하며

끝없이 산 속을 방랑했다.


너는 아직도 방랑을 멈추지 못한다.

네 머릿속 가득한 상념들을 주체하지 못한다.

남들은 예전부터 너에게 물었다. '뭐 그리 고민이 맞느냐'고.

그때의 너는 외간사람 말들에 소스라졌기 때문에 그 말은 너에게 진중하게 다가왔으리라.

또한 너 자신도 그 말들에 수긍했으리라. 네가 세상의 기준치에 약간 비스듬히 비껴져 있는 것은

알았기에, 너도 어린 마음에 조급함도 느끼고, 외로움도 느끼며 차츰차츰 그쪽으로 스며들어 갔

으리라. 허나 너가 낳으면서 가지고 태어난 그 기운, 그 버릇은 때려 죽여도 고치지 못하는

것인데, 백만사람이 붙들어 놓고 하소연해도 그 벽이 어딜 가겠는가.


너는 아마도 그들에게 이렇게 반문했으리라.

'그런 너희들은 무언 확신이 서느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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