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실패한 분들께, 꼭 드리고 싶었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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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이후 N수생분들께 드리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혹시나 재수 실패하셔서 너무 힘드신 분이 있다면, 쪽지주시면 고민 들어드리겠습니다.
지난 글이랑 이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약간 차이는 있습니다)
수능은 별 게 맞습니다. 수능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살다보면 수능은 또 별 게 아닌 것 처럼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수능을 2번 망쳤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능을 망쳤다는 것에 대해서 힘든 것 보다는,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를 모르겠는데 어른으로 등 떠밀리는 느낌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여러분도 만약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저는 당연히 수능판을 떠나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게 지속되면 ‘수능 중독’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지방사립대를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즐거워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오히려 한국 최대의 학교들(카이스트, 포스텍, 서연고 등등)을 갔던 친구들은 즐거워하지 않는 게 참 딜레마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은 합격할 때 행복해합니다. 지옥 같은 입시가 끝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생활을 꿈 꿉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체적이지 않다면, 대학 생활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서카포를 다니는 제 친구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그냥 학교에서 입시만을 강요해서 그걸 해왔는데, 막상 와보니 이게 끝이 아니라 공부는 지속되는 거 같아 힘들다. 그러나 주변 애들이 다 하고 있어서 도저히 그만두지를 못하겠다.” 제가 재수할 때 이 말을 들었었는데, 참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지방사립대를 가도 주체적으로 사는 애는 즐겁게 사는데, 서카포를 다니는 친구는 우울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인 삶일지라도 가까이서보면 제 친구의 삶은 비극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인생은 무언가 틀리고 맞고가 전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는 실패했지만, 대학교라는 큰 틀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재수를 할 때 고등학교 친구와 저는 둘 다 논술을 준비했습니다. 현역때 부터 논술 준비를 해왔지만 둘 다 수능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겨울에 다시 만났을 때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세상이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라고 대화하면서 맡았던 겨울 냄새가 아직도 기억이 남네요. 같은 지역에 통학러라 1학기 내내 만나서 대화를 했었는데, 초반에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괴로워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20대는 그래요. 매번 불안하고 남들이 원하는 성공의 기준이 자신의 기준이라 생각하고 절망하고 넘어지는 삶입니다.
그러나 23학번으로 입학하고 이제 곧 종강을 앞둔 시점에, 제 친구와 저는 논술로 학교에서 큰 성과를 냈습니다. 1학년 학부생이지만 제 친구는 교수님한테 대학원 컨택을 받을 정도로 논술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저 또한 중의적으로 내신 논술 시험에서 점수가 까였지만, 제 글을 보시고 교수님이 따로 상담까지 진행하시면서 ‘너처럼 글 잘 쓰는 애는 처음본다. 읽자마자 고민을 많이 했다. 점수 올려줄테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이게, 제가, 그리고 제 친구들이 모두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실패한게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도약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에 와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문과임에도 공대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느껴보기도 하고 교수님한테 컨택도 받아보고, 빌넣을 받아주시지 않는 교수님이 지난 학기 제 성적을 보고 저를 기억해주시면서 저만 받아주시기도 하고. 그런 소소한 성공을 통해 또 다른 성공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24편입을 준비할때도 ‘나는 실패한게 아니라, 이 학교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를 증명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주변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많고, 수도 없이 제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의 저로써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어요. 재수를 실패했든, 혹은 N수를 꿈꾸든 조금만 슬퍼하고 또 다른 길을 생각해보고 꿈꾸고 성장하는 시간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적표 나오기 전까지 많이 긴장 되실 텐데, 개인적으로 제가 슬퍼했음에도 했던 일들을 한 번 따로 써놓아 보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리고 싶네요. 긴 수험생활 기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달 전엔 시대가 내 꿈을 뺏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얼마 전엔 시대가 날 살렸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 거 보면 백 프로의 비극도 없고, 백 프로의 희극도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너랑 내 앞에 놓인 길엔 희극이 더 많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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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친구들을 보면 '성공'이라는 프레임에 자주 갇히는 거 같더라고요. 몇달전에 만났을 때 제게 성공을 '수능처럼 빨리'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참 생각이 많아졌던 기억이 나네요.
2521 대사 너무 좋아하는데 반갑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우리의 편이기를…
중간 중간 대사들이 청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삼수하는 친구 응원할 때도 글귀를 편지에 꼭 담아 썼는데, 도움이 됐는지 잘 쳤다는 걸 듣고 저도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