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를 꿈꾸는 여러분께, 수능을 실패해보고 떠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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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실패한 분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혹여나 도움이 될까 싶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재수를 실패한 뒤 3수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과제에 치여서 사는 대학생일 뿐이지만, 재수를 망치고 나서 이런 글을 써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씁니다.
약 2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수능을 위해 노력을 바친 여러분께, 먼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저 또한 작년에 재수를 했었습니다. 나름 열정적으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은 저를 배신하고 말았습니다. 현역때는 평소 건국대 정도의 성적이 나오다가, 당일에 부산대 어문이 떠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속으로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된다고?’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 환경에서 재수는 할 수는 있었지만 권장되는 선택지가 아니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들도 장수생이 되어있는 시점이었고 부모님도 부담감을 느끼셔서 그냥 대학을 가면 안되겠냐고 하셨었어요.
하지만 제 주변에는 왜 그렇게 잘난 사람이 많았던걸까요? 제 주변은 현재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이미 졸업을 앞둔 친구들(조기진학및 졸업), 미국에 유학을 가 있는 친구들, 의대는 바로 갈 수 있는 사람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수능을 한 번 더 봐서 ‘성공’이라는 걸 쟁취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후회하기 싫어 재수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재수학원에 처음 등원했을 때는 신이 났었습니다. 나도 재수를 해보는구나라는 철 없는 생각도 들었고, 무언가를 위해 달려가는 행위 자체가 저한테는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였나봅니다. 하지만 어느새 재수가 익숙해지고, 나태해지기도 하고, 부모님과 의견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재수라는게 버겁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래도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해내야만 한다고.
그 결과 3모때는 이대 의대에 달하는 성적을 가져왔고, 6모때는 중앙대 경제를, 9모때는 연대 경제에 달하는 점수를 달성했어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나도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구나.’ 그런데 이 기대가 수능에서 그대로 망쳐지고 맙니다. 수능장을 나올 당시에는 ‘그냥 끝이라서 행복하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채점을 애써 미루다 보니 매일매일이 악몽이었습니다. 수도 없이 수능을 망치는 악몽을 꿨고, 악몽만큼은 아니지만 갑자기 성적이 떨어져버린 성적표를 받게됩니다.
한참을 울고, 밥을 먹으면서도 울고 ‘내가 여기서 뭘 해야할까. 나는 할 줄 아는게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하염없이 멍하니 있었어요. 차라리 내가 이과였다면, 차라리 내가 의대를 꿈꿨더라면 나는 삼수를 선택을 했을텐데. 왜 문과인걸까 나는.
하지만 삼수는 자신이 없었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다행히도 고등학교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와 같은 학교를 동시에 입학했고-친구는 수시를 넣었는데 붙었습니다-처음에는 학교가 참 마음에 안 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대학도 아니였지만 이 시간에 공부를 해야하는 건 아닐까 하고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신기한게, 환경이 바뀌면 마음가짐이 새로워지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수능’에 대한 성공만 봤지 이후의 성공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꿈꿔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수능을 잘치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는거고, 수능을 잘 치지 못했다면 인생이 실패한 것으로 종결나는 삶이라고 은연 중에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다보니-엠티나 노는 동아리 이런거 말고-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내 적성이 뭔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게 됐습니다. 사실 이건 되게 운이 좋은 케이스에 해당하는 거겠죠. 듣고 싶었던 수업을 수강했고, 그 교수님이 나와 맞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저는 제가 어떤 삶을 꿈꾸는 지를 이 대학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고, 어떠한 발전가능성을 가져야할지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닌 더 나은 ‘나’라는 삶이 중요해져서 수능을 포기했어요. 수능을 다시 도전한다면 내가 원하는 내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 계속 걸리더라고요. (이 주도적이라는 면이 가볍게 보일지 몰라도, 대학에 가니 굉장한 메리트로 다가오게 됩니다)결과적으로는 수능을 재수에서 끝낸걸 후회하지 않아요.
삼수를 한 제 친구는 전과목에서 거의 2-3개를 틀려서 의대를 가지만, 어느새 저는 응원을 하고 진심으로 대신 떨어주며 그 아이가 잘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그 아이가 잘 되는 모습을 자격지심 없이 응원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어요.
대학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여전히 아쉽고, 힘들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수능판을 떠났고, 편입을 선택해서 내년에 응시할 계획입니다.
재수하신 분들께 제 1년동안의 얘기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막상 읽어보니 뭐야, 그냥 대학교 생활 하고 있다는 글이잖아? 싶으실테지만 마음가짐의 차이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삼수를 하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고, N수를 고민하는 분들께 그만하라는 글이 아닙니다. 현역에게도 재수를 권장하지 않는 글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분이 여러분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수능을 다시 보는 상황에 투자할지, 대학생활에 투자할지 여러분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수능이 전부일지는 몰라도, 수능에서 벗어나 보면 새로운 길들이 펼쳐지고 다양한 선택의 연속이 여러분의 인생을 만들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러니, 수능을 망쳤다고 해서 바로 N수를 생각하시지는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양한 선택지를 알아보고 결정하시기를 빕니다. 선택에 후회가 없고 목표성이 있다면 그건 여러분께 최선의 결과이자 선택으로 다가올겁니다.
10대의 학생과 20대 어른 사이의 기로에서 치열하게 시험을 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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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3.orbi.kr/data/emoticons/dangi_animated/004.gif)
오열 중… 감사합니다왜일까. 청춘이 매력적인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다.
무언가를 좋아할 체력,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 체력,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할 체력,
그 와중에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 체력, 그래놓고 나는 쓰레기라며 자책할 체력.
제가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에요. 아직 청춘이니 오랜기간 슬퍼하고, 오랜기간 자책해도 또 다시 달려갈 힘이 있기를 응원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다시는 못보겠다하고 두번째로 본 수능이었는데 평소 성적이랑 말도 안되게 다른 성적이 나와 좌절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또 다른 세상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삼는것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드네요
힘 얻어 갑니다.!
수능이 모든 일들의 정답인 선택지는 아니니까요. 모든 선택의 우선순위는 본인이기 때문에, 수능을 우선순위에 두시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보시면 좋은 결과가 나올겁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