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자전을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밝힌 게 한국 주도라고라? -m87은하 블랙홀 자전 보도를 보면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4553916
아침 녁, 영국 언론 가디언을 보니 ‘블랙홀의 자전을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보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3/sep/27/first-evidence-of-spinning-black-hole-detected-by-scientists
읽어보니
1.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에는 태양보다 65억배(원문에 ‘billion’으로 돼 있는데, 이게 ‘전통 영국식 영어’에서 말하는 ‘1조’는 아니겠죠?) 큰 블랙홀이 있는데, 전 세계 전파 망원경을 연동해서 관측한 결과, 이 블랙홀은 자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론 물리학에서는 이를 이미 예측했다.
2. 이 블랙홀의 자전은 다음과 같은 관측에 따른 ‘추론’으로 이뤄졌다.(블랙홀 자체의 자전은 ‘아직은’ 관측 불가이므로!) 즉, 이 블랙홀의 양극 지점에서는 빛의 속도와 맞먹는 속도(빛 속도의 99.99%)로 가스와 먼지가 분출된다. 이 가스와 먼지의 분출 양태를 보면, 돌고 있는 팽이처럼 궤적이 움직인다.(세차운동. precession) 그 주기는 11년이었다. 이는 블랙홀이 자전한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이 해석, 맞나요? 가디언 보도에서 제가 ‘오역’을 한 게 있다면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만물은 움직인다’는 것 외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블랙홀도 축을 중심으로 자전한다는 등의 ‘귀중한 물리학적 사실’을 밝히기는 했지만) 이제는 클리쉐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혹시 우리 언론 보도에서는 그 의미를 나 같은 무식한 놈을 위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을까?
거의 전 언론에서 보도했더군요. 물론 제가 찾고자 하는 ‘의미’를 설명한 것은 없었습니다.
한데, 보도에서 ‘직감적으로, 아니 본능적으로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팀이 주도했다(이끌었다)’는 서술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보도 말입니다.
https://www.ytn.co.kr/_ln/0105_202309280535556451
기자 생활을, 그것도 ‘국수성’이 강한 문화재 기자를 20년 가까이 하면서, 저 역시 이런 식의 보도를 한 적이 많았으니까. 한데, 인터넷으로 외국 언론 보도를 살피면 ‘중국 학자가 주도했다’고는 해도, 한국 학자가 주도했다는 내용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럴 때는 논문 저자의 등재 순서를 보면 됩니다. 그래서 본 연구 결과를 게재한 ‘네이춰’를 확인했습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479-6
모두 77명의 저자 이름을 적었더군요. (마지막에는 두 명의 이름을 ‘한 명’인 양 ‘&’로 함께 표기했습니다. 두 사람을 공저자로 각각 친다면, 모두 78명입니다.)
‘Yuzhu Cui’라는 중국인 이름이 제 1 저자로 올랐고, 한국인 이름은 일곱 번째에 처음으로 있었습니다.(‘Hyunwook Ro’로, 한국천문연구원 소속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냥 ‘한국 학자도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라고 했으면 될 터인데. (사족 하나. 이것이 기자들의 잘못일까요? 보도자료, 혹은 우리 연구진의 설명 자체가 그렇지 않았을까요?)
10대 이후 제가 가진 가장 큰 지적 문제의식은 ‘우리가 가진 근대성 콤플렉스’였습니다. 20세기에 강점을 경험한 탓인지, 우리 것을 과장하고 미화하려는 태도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강합니다. 조선 후기 자본주의 맹아론도 그렇고, 고구려가 동북아시아의 4강 국가였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식의 서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팩트를 치밀하게 살피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그냥 우리의 역량을 현실 그대로 기술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자생적 근대화가 안 돼서 강점을 경험했다’는 콤플렉스의 반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너무도 아쉽습니다.
50대 최후반에 이른 지금도 저를 가슴 뛰게 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진리는 나의 빛’. 기자 생활을 하면서 더해진 것은 ‘사실(fact)이 너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었지요.
추신
덜떨어진 인문학 전공자로서 기사를 보면서 느낀 것. 만물은 움직인다(그것이 자전이든 공전이든)는 점. 개인 역시 사실과 진실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 20대 때 배운 알량하고도 구태의연한 지식에 평생 기댄 채, 세상의 변화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구세대는 어쩌면 시효가 다 됐을지 모른다는 것. 제가, 저를 포함해서 구태에 찌든 586을 혐오하는 이유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ㄹㅇ
-
ㄹㅇ
-
https://orbi.kr/00072740989/ 앞으로 리딸은 이거다
-
8층인가까지 무조건 계단으로만 다녔는데 건강은 ㅁㄹ겟고 밥먹고오면 꿀잠잘수잇엇음
-
나른나른해
-
돌고래 3
고래
-
여름엔 덥게~ 1
겨울엔 춥게~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
작수 22234 였고 홍대 붙었는데 부모님이 자퇴하고 재수하라고 하셔서 재수 중...
-
지금해야하는거 4
과탐 실모 4개
-
아으 힘들다 11
-
그냥 다 불안정해 잘 놀고 와도 뭔가 불안하고 그러네 안정형 애착 같은건 아닌듯
-
남자애들은 읍소하니까 ㅋㅋ 거리면서 빌려줬는데 감성 차인가
-
로맨스 소설 쓰고 싶다 12
오르비에 써볼까 흐흐
-
요번 년도만 그런가? 기출에 비해서 너무 쉽게 풀려서 ;; 풀어보신 분들 어떠셨나요
-
갈수록 네임드들이 여차저차하여 산화하니 네임드의 공급 곡선이 수요곡선 아래로 내려가...
-
어뜨카지?
-
나같은 사람은 몇개를 나가도 할 수가 없음
-
Adhd특 4
약먹으면 감동적일정도로 집중이잘됨 갑자기 고능해진기분 뇌에 윤활제 넣어서 사고가 엄청 잘 돌아감
-
그치만, 모두에게차단엔딩이 날거같으니참아본다
-
가사에 심취해서 어느 순간 공부는 안하고 가사를 곱씹는 나 자신을 발견
-
우울글 가장한 기만글이 보통 그럼
-
집에서 혼자 고기꿔먹었는데 먹을때 느낌이 약간 쎄하더니 지금 배에서 막 괴생명체가...
-
의대 증원하면 실력없는 의사 양성되냐 이거에요 대한민국 의사들 지금까지 뭐 했노...
-
한국계 조니 김. 우주정거장 도착…‘하버드대 의사, 조종사, 우주비행사’ 이력 화제 3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국계 우주비행사 조니 김이...
-
우승이 없는 팀한테 왜 지고 있는게냐
-
ㅋㅇㅇ
-
현재 고2인데 시발점 수12 35퍼센트까지 했는데 내신 준비한다고 시발점 한 달...
-
지1->세지로 사탐런 하려는데 엄마 어떻게 설득하죠... 4
재수생이고요 지1을 열심히 해오다가 아 이거 올해 지구 표본은 안그래도 고인...
-
수학으로 대학가는 수능 가보자
-
누나가 데리러 갈게❤️
-
정자=돈 이라면 5
난 부자였음
-
물론 수학 킬러나 풀때나 국어 고난도 인문지문읽을때, 탐구 어려운파트할때 속으로...
-
욕 필요함 6
현역인데 이번 3모 때 방학때 쉬엄쉬엄 했는데도 생각보다 잘 나와서 공부를 해야하나...
-
윤성훈 개념, m스킬 검더텅 이렇게 할 건데 이거 세 개 끝내면 그 후로는 뭐함요?
-
괜히 어깨만 무겁게 한번도 안씀
-
얼마 전에 고든 램지 형님 영상에서 푸아그라와 카라멜라이즈 사과를 이용한 요리를...
-
난 진짜 정보적 황금을 연성하는 논리연금술사다... 1
어떻게? 걍 땅파서
-
08이 오히려 좋은점 13
배산임수 마인드로 수능에 임함. 허점:그게 나만이 아니라는거임
-
징징 1
이맘님 그립읍니다 사실 누군지 잘 모르는데 이 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음
-
『자기현시』 1
개간지나는 단어임
-
그러다 의징징 온다..!!
-
강대 재종 혹시 0
강남대성 재종 붙었는데 지방살아요 1.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혼자 공부할만큼 메리트...
-
걍 징징댈 사람은 눈꼽만큼이라도 피해본거 끄집어내서 온 동네 사방팔방에다 징징대고...
-
지랄 장냔하냐고 아 ㅁ뒤어시잘
-
내가 08이면 8
eju 준비했다. 농담이고 정시러라면 머리 싸메서 확통런 한 다음에 내신 최대한...
-
생명수 모의고사가 곧 출판돼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오늘 풀어 볼 기출은...
-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아니라 진짜로 피해를 본 세댄데 ㅋㅋ
-
그럼 스카이가 아닌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냐 이지 그러니까 학벌같은 건...
-
아레나할꺼임 선착순 1명
-
첨 읽어보는데 꽤 빡세던데 평가원지문들 기준으로 중난이도정도되나요??
로현욱?
노현욱이라고 나옵니다. Ytn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