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드 [1220944]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7-24 20:07:07
조회수 20,994

의대 3% 찍은 미친 복습법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860524


2016년 겨울, 새벽부터 손 시리게 독서실로 갔다. 복습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들을 강의도 많은데, 복습할 건 더 많았다. 진도를 따라가느라 숨이 턱턱 막혔다. 결국 수능은 망했다. 복습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다.




몇 년 뒤, 의대 본과 첫 학기에 전체 3%의 성적을 받았다. 공부만 하는 이미지도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엄청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었다. 복습법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복습을 어떻게 하는지는 이만큼 중요하다. 근데 아직도 학생들이 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익힌 복습법을 정리해봤다. 당신은 수능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두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식을 쌓는 과정이다.(인풋) 둘째는 응용력을 높이는 과정이다.(아웃풋) 모든 과목이 이렇다.




수학을 처음 배울 때, 개념강의를 듣거나 기본서를 푼다. 이건 인풋이다. 보통 고2까지 인풋을 끝낸다. 고3이 되면 개념강의는 듣지 않는다. 기출을 분석하거나, N제를 풀거나, 실모를 푼다. 이게 아웃풋이다.




반면 국어는 인풋이 거의 필요 없다. 우리말은 누구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법/문학의 개념 정도만 배우면 된다. 그래서 국어는 거의 아웃풋이다.




거의 인풋만 필요한 과목도 있다. 한국사가 그렇다. 수능 한국사를 잘 치는데 많은 응용이 필요하진 않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인풋과 아웃풋에서 복습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1. 개념에 대한 복습 (인풋 과정)




"복습 주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진짜 많이 받는다. 이런 학생은 대부분 강박적인 사고가 있다. 배운 것을 잊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1단원을 완벽히 안 끝내면 2단원으로 못 넘어간다.




이게 극단적으로 드러난 공부법이 매일 누적복습이다. 매일 1페이지부터 다시 보는 것이다. 옛날 사람의 방식이다. 양이 많은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다. 의대 공부를 조금만 해보면 누적복습은 아예 불가능하단 걸 깨닫는다.




이런 강박은 버려도 된다. 암기의 원리 때문이다. 암기는 망각 후에 재입력할 때 강화된다. 공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습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내용이 대부분 기억나기 때문에 대충 보게 된다. 내용을 까먹었을 때 고민하면서 찾아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또 누적복습을 하면 진도를 못 나간다. 처음 개념을 배울 때는 진도를 한 번 다 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과목의 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몰랐던 게 뒤에서 자동으로 이해 된다. 중요한 건 반복해서 나오고 저절로 외워진다. 큰 그림을 모르면 뭐가 중요한지도 모른다. 근데 앞 내용을 복습하겠다고 진도를 못 빼면 바보다.




나는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을 운운하는 공부법을 극혐한다. "오늘 본 페이지를 21일 후에 또 봐야지"라고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망각곡선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개념은 그냥 적당히 잊혀졌다 싶을 때 한 번 더 펼쳐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수능에선 이것도 안 해도 된다. 어차피 시험에 나오는 개념은 문제 풀면서 최소 수십 번은 만난다. 문제를 풀면 자동으로 기억이 된다. 문제가 안 풀리면 다시 개념서로 가서 복습하면 된다. 




사소한 데 집착하면 시간만 버릴 뿐이다. 아직 수능이 뭔지 모르는 거다. 






2. 능력에 대한 복습 (아웃풋 과정)




아웃풋도 반복해야 한다. 같은 문제를 계속 보라는 말은 아니다. 문제 껍데기는 달라도 된다. 문제풀이의 사고과정을 반복하라는 말이다. 수능에는 패턴화된 사고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웃풋 능력은 능력 위에 쌓인다. 근육이 많으면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고, 근육이 더 커지는 것과 같다. 기출문제를 10번, 20번 본 사람은 안다. 여러 번 봐도 계속 얻을 게 있다. 새로운 관점과 풀이법이 더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풀이 능력은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한다. 헬창들이 근손실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자주 문제를 풀면서 아웃풋의 감을 지켜야 한다. 수능 날까지 계속 높여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개념복습을 촘촘히 한다. 훈련 과목은 거기에 밀려서 소홀히 한다. 이는 완전히 반대로 된 접근이다.




오히려 개념 복습은 살짝 길게 잡아도 된다. 훈련 과목은 감각이 떨어지지 않게 반복해야 한다.



두 줄 요약

1. 인풋 복습 주기는 신경 안 써도 된다.

2. 아웃풋 주기는 촘촘하게 잡아야 한다. (그냥 매일 해라) 수능은 아웃풋 시험이다.




난 공부법을 몰라서 수능에서 실패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칼럼으로 성적이 올랐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뿌듯하다.




공부법만 바로 잡아도 성적은 바뀐다. 나도 그랬고, 오르비의 많은 학생들도 증명하고 있다. 내가 올렸던 칼럼을 정주행해 보면 좋겠다.  




뭘 읽을지 모르겠다면 이 칼럼을 보면 된다. 내가 어떻게 이 모든 공부법을 깨달았는지 요약해두었다.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도움이 안 된다면 나를 욕해도 좋다.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