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강의, 획기적인 공부법도 이게 부족하면 무의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846770
아무리 일타 강의, 획기적인 공부법이라도 이것이 부족하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바로 객관화, 지구력, 운이 그것입니다.
제가 옛날에 입시에서 실패했던 이유이기도 한데요. 몇 년 간 철학도 공부하고 심리학, 인지과학 등을 나름대로 지식을 쌓으면서 개인적으로 제 실패 이유를 분석하고 통찰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명강사의 명강의를 듣건 획기적으로 개발된 공부법을 이용하건, 자기객관화를 못하면, 끈기 있게 버티는 지구력이 모자라면,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운을 좌우하는 요인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수단들이 특별한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아무리 현우진 커리를 따르든 인지과학적으로 충분히 연구되고 잘 입증된 학습이론을 실천하든, 공부에는 그것들보다 근본적인 세 가지 불문율이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우선 첫째, 객관화입니다.
이건 쉽게 말해 현재 자신의 상태나 특정한 상황을 제3자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소위 자기객관화처럼 자기 자신의 상태/상황을 중립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가늠하거나 수시, 정시 전략을 짜기 위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들을 영리하게 잘 따지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객관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표지(標識)로는 메타인지, 오답노트(오답분석), 모의시험, 경쟁률, 실질경쟁률, 최근 3년간 or 작년 기준 '빵꾸'와 같은 원서접수에서의 통계적 이상징후 등이 있습니다.
객관화에 노련할수록 공부 시행착오가 줄어들거나 무의미해지지 않고(메타인지, 오답분석 등), 입시 결과에서 이득을 보게 됩니다(경쟁률, 통계적 이상징후 등).
다음으로 둘째, 지구력입니다.
이건 정의하자면 공부를 얼마나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끈기 있게 이어나가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내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말 그대로 괴로움과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기도 하고, 1년 동안의 레이스를 완주하는 장거리 달리기 지구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책 <<GRIT>>에서 저자가 심리학적으로 밝혀낸 내용처럼 지능이 높기보다, 방법이 훌륭하기보다 오히려 '미련하게' 참는 것을 잘할수록 성공적인 결과를 쉽게 얻는다는 의미에서 '미련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지구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표지로는 GRIT(끈기와 열정의 지속력), '미련함'(곰 같음), 단조로운 생활패턴, 마음을 흔들지 않는 안정적인 환경, 머리로만 고민하기보다 일단 실행한 뒤 사후적 수정을 통해 번뇌를 줄이는 요령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운입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수능 하루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이 나는 구조일수록 특히 운에 의해 결과의 변동 폭이 큰데요.
운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아야 합니다. (1) 운에 의해 결과가 최종 확정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2) 그러나 한편으로는 운이 일으키는 변동의 폭을 줄 일 수는, 즉 운이 결과에 끼치는 정도를 완화할 수는 있다.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에서 마법사 캐릭터의 직업 중에는 마도학자라는 게 있는데요, 이 직업은 특이하게도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대성공/성공/실패/대실패의 확률 매커니즘이 작용합니다. 그렇지만 마도학자 유저들은 한국 게이머 종특답게 극한의 아이템 세팅을 맞춰서 거의 무조건 대성공이 나오게끔 확률을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통제를 해도 가끔씩 실패가 뜨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드문드문 실패가 뜬다고 해서 마도학자를 접지는 않지요. 우리가 '운을 통제할 수는 있되 행운의 결과론에는 순응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딱 이런 것입니다.
운을 통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모의시험 자주 보기, 시험장과 최대한 닮은 환경을 평소에 재현해두기, 실수 노트 만들기, 평소에 안 하던 것은 시험 당일에도 하지 않기 등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부분들이 잘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1타 강사의 강의나 신묘한 학습법이 진정으로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거꾸로 본다면, 누구나 위에서 상술한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성공적인 수험생활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의견을 말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는 인강 몰아듣기
-
혹시 사진 필요했나요? 모교 접수하려는데 행정실 전화를 안받네...
-
국어를 아주 못하지는 않음 백분위 98~99 진동했는데 (또 100은 못 찍어봄)...
-
뭐지 9모 인원 0
6모신청가능 인원에서 반토막났네
-
접수시간에 메일 칼 같이 보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인원+6명이네 그리고 내가...
-
공부를 벅벅 1
오르비를 벅벅
-
버스 지하철 다 앉아간다
-
휴가도 없고 외출은 저녁시간인데... 잔머리 굴려서 낮에 군복입고 갔다와야하나...
-
아
-
독서론 파트는 0
몇분안에 푸는게 좋을까요
-
아 ㅅㅂ 친구가 그 애 상상베타 테스트에서 봤다고 알려줌 2
아침부터 존나우울하네 하
-
학원 찾아보는데 2
대부분 마감됏내...
-
아침에 얼버기 해서 딱 2시간 조지고 ㅈㄴ피곤해서 야 벌써 10시간은 넘긴 기분인데...
-
지각^^ 2
아침에 일찍일어나는거 어케하는거지
-
손웅정 감독 아동학대 혐의 피소…"고소인 주장과 달라" 반박 1
손 감독·코치 2명, 경기중 실수 등 이유로 욕설·체벌 혐의 송치 해당 아동 부모...
-
군수생 달린다 4
자꾸 무언가에 방해받아 화가 나는 꿈을 꾸고 일어나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그래도 달린다~
-
그래서 하기싫음. 그런데 확실히 하려고하면 너무오래걸려서 할수가 없음
-
..................................................
-
화작 독학서는 없는건가요?
-
서울 traffic 죽이고 싶어요
-
수험생활때문에 일시적으로 사라진거겠지? 아예 생각도 안 나고 봐도 감흥이 없
-
수면 문제인듯한 11시에 자야겠음..
-
사탐 ebs중요도가 어느정도 일까요...? 과목은 윤리입니다
-
출근 시로시로 2
히이잉
-
뭔가 8강딱 느낌이
-
오로지를 오르비로 보네
-
문디컬 목표로 준비중인 상황입니다 언매 기하는 고정으루 들고가려하는데 사탐2개 또는...
-
대성에 있음? 엔티켓이랑 번갈아서 풀고싶은데
-
수학 질문 1
사잇값 정리가 애초에 적어도 하나의 실근을 가진다 이니까 오직하나의 실근을...
-
6모는 교육청에서 쳤는데 아직까지도 9모 공지가 안 뜨네요 집 앞 학교에서 보고...
-
이젠~ 2
미안한 맘 뿐이야~
-
모모이... 0
-
limn→inf {an-(2n-3)pi/2}=0 limn→inf...
-
짜증
-
ㅈ반고 3.1~3.2쯤에 고3 투과목 내신 B 섞여있으면 CC 뜰 확률 높나요?...
-
フトスキフトスト!!
-
마음이 허하네 2
에잇
-
좀 늦버기 4
-
꿈에 걔 나옴 0
하
-
차조심~~
-
얼버기 1
다들 ㅎㅇㅌ
-
진로과목 원점수 4
기하,생2,화2 진로과목이라 ABC나오는건데 학종으로 갈때 원점수도 중요한가요..?
-
공통 8 10 15 20 22틀림 틀리고 보니 15빼고 다 수1이네
-
고1 수학 개념이 허접한 상태인데, 이 강의만 들어도 가능할까요? 4
올해 수능 볼 예정입니다. 고졸로 살다가 뒤늦게 대학에 가고자 공부를 시작했는데,...
-
물론 젠지가 이기는게 당연히 씹정밴데 22월즈 모드 한번 나올때된거 아닌가 실시간으로 못봐서 아쉽네
-
재종 또 지각함 4
진지하게 올해 20번정도 늦을듯 담임쌤한테 너무 죄송하네
-
집에서 기차역까지 10분 기차타고 30분 기차역에서 학원까지 지하철 10분+도보...
-
산 밑까지 내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
유기마렵다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