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의 '둘기'가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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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둘기'는 원래 '비두리'로 쓰였는데 16세기에 '비둘기'가 문헌 기록에 등장하며 '비두리'와 '비둘기'가 같이 쓰이다 대략 20세기 즈음에 '비둘기'가 '비두리'와의 경쟁에서 이겼다.
여기서 '두리'가 어떻게 '둘기'가 되고 '닭'이랑 뭔 상관이냐 하고 물을 수가 있다. '두리'가 '둘기'가 되었다고 보기보다는 '비두리'와 별개로 '비둘기'란 형태가 원래 존재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이는 약화 현상으로 설명된다. 자음이 유성음 사이에 오면은 인접한 유성음의 영향으로 공명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미국식 영어의 t 발음이 그 예이다. water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떠올려 보자. r 계열의 소리로 발음이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약화(lenition)이라고 한다.
한국어에도 약화 현상이 있다. 공시적인 관점에선 불규칙 활용을 예시로 들 수 있겠고 중세로 보자면 반치음의 형성 과정과 ㄱ 약화를 들 수 있다. ㄱ 약화란 ㄱ의 자음성이 약화되며 [ɦ] 또는 [ɣ]에 해당하는 발음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알고(know)'는 중세국어 시기에는 '알오'로 적혔고 '*몰개'로 재구되는 '모래'는 '몰애'로 적혔다.
그렇다면 '비둘기'의 형성 과정을 생각해 보자. '닭'은 중세에는 'ᄃᆞᆰ'으로 쓰였는데 발음은 대충 [tʌlk] 정도로 재구된다. ㄹ 겹받침은 둘 다 발음되었었다. 아무튼 이런 'ᄃᆞᆰ'에 '-이'가 붙으면 'ᄃᆞᆯ기'가 될 것이다. 음절은 늘리고 싶고 그렇다고 의미는 바꾸기 싫을 때 가장 많이 쓰인 형태소가 '-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ㄱ이 약화되지 않은 'ᄃᆞᆯ기'가 쓰이고 어떤 지역에서는 ㄱ이 약화된 'ᄃᆞᆯ이'가 쓰였다고 보면 중앙어에선 모음이 변한 '두리'가 쓰이게 되고 지방에선 '둘기'가 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16세기에 방언형인 '둘기' 역시 중앙어에도 쓰이게 되었다고 보면 딱 맞는다. 여기서 왜 ㅇ이 쓰이지 않았냐 하고 물을 수 있는데 'ᄂᆞᆯ애' 역시 'ᄂᆞ래'라는 표기와 같이 쓰였단 점에서 ㄱ이 완전히 탈락하였다고 보면 '둘이'가 아니라 '두리'가 쓰이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비둘기'의 '둘기'는' 닭'인 것이고 '닭둘기'라는 별명은 근본적으로 '닭닭'이란 표기가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참고로 일본어 'tori' 역시 '닭'과 같은 어원을 공유한다고 보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반도 일본어설에서 주장하는 의견이다.
'비둘기'의 '비'가 무엇인지는 불명이고 아예 '둘기'가 '닭'에서 온 것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당연히 현대 국어에선 단일어이고 아마 중세 공시태에서도 단일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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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러면 정지당해요...제2의 ㅈㅈㅂㅈ
이분 글은 ㄹㅇ 문법 장지문 읽는 거 같넴..